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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황동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뒤 숲이
보이고 안 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굴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 있는 귤,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동그랗게 누워 있는 사람들,
모든 것 떨어지기 전에 한번 날으는 길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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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Indiana, Beyond LOV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When I see a wheel


Hwang Dong-kyu



When I see a wheel I long to make it turn.
Cycle wheels, pram wheels, rickshaw wheels,
carriage wheels,
I long to make even turning wheels turn.
When I'm climbing a steep hill
I long to make car wheels turn.

On the road everything is unseen
and seen, the childhood days I long to demolish are unseen
and seen, the woods front and back where
different flocks of birds used to chirp.
are seen and unseen, the republic of short breath is unseen
and seen; the tangerines piled on streetside stalls,
the pots upturned in the pottery store, people lying curled up:
before everything collapses, just once,
I want to make them turn, on the flying road.



Translated by Brother Anthony/An Sonjae

*Published with permission from Brother Anth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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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1938- )

평안남도 숙천에서 소설가 황순원의 장남으로 태어나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8년 현대문학에 시 '시월' '즐거운 편지' 등이 추천되어 등단한 후 '비가''어떤 개인 날' '풍장''외계인''악어를 조심하라고?' 등 시집과 '사랑의 뿌리' '나의 시의 빛과 그늘' 등 산문집을 펴냈다.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문학상을 받았다. 영국 에딘버러대학과 미국 아이오와대학과 뉴욕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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