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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0) 스테파니 S. 리: 우리 집 꽃밭 이야기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
  • sukie
    Jul 09, 2017
  • 흔들리며 피는 꽃 (28) 연꽃 피우는 마음


    우리 집 꽃밭 이야기


    2예전집 작약.jpg 예전 집 작약



    우던 햄스터를 묻었던 자리에서 해바라기 꽃이 피었다는 요샛말로 웃픈 (우습고 슬픈) 사연을 인터넷 기사로 보았다. 

    생각할수록 만감이 교차하는 사연이다. 작고 귀여운 생명의 죽음이 몹시 안타깝고 애처로운데 눈물 대신 웃음이 난다. 그 작은 동물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었던 더 작은 씨앗이 결국 그 생명이 죽음을 양분삼아 피어나다니…  동물이 식물이 되는 생명의 순환이 경이로웠다가 서글펐다가 또 아름다웠다가 치열하구나 싶다가, 막상 웃고있는 햄스터의 살아있을적 모습을 보면 미소짓게 된다.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살아있는 생명체의 생사를 책임진다는 것은 참으로 무거운 일이다. 같은 종의 포유류인 내 자식을 키우는것도 아직까지 모르는 것이 많아 매번 두렵고 경이로운데, 동물의 생리를 모르는 나는 강아지는 커녕 물고기 한마리도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무섭다. 나에게 책임지지 못하는 모든것들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선인장마저 죽여버리는 몇번의 실패 끝에 이제 더이상 집안에서는 화초도 키우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어쩌다 정원 가꾸기에 사활을 건듯 열심인 이웃옆에 이사를 가게되어 얼떨결에 보조 맞추느라 우리집 앞 마당에도 꽃을 사다 심게 되었다. 별다른 관리 없이 물만 줬는데도 다행히 꽃들이 잘 자라니 신기하고 이뻐서 잘 키우지도 못하는 꽃들을 매년 봄이면 사다 심는 습관이 생겼다. 죽지 않을까 걱정했던 수국도, 꽃이 피기는 할까 걱정스러웠던 작약도 몇년이 지나니 다들 쑥쑥 자라서 5월에 만개하는 작약꽃을 시작으로 여름 내내 늘 집안팎으로 꽃이 풍성해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2예전집 뒷뜰 꽃3.jpg 예전 집 뒷뜰 꽃


    마 전 새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다른 건 생각이 잘 안나도  5월이면 작약이 이쁘게 피었을텐데, 7월이면 수국이 한창일텐데… 하며 떠나온 집의 꽃들이 몹시 그립다. 그때 그 꽃들 생각에 새집에도 수국을 한번 심어보자 싶어 몇그루 사다가 열심히 심었는데 날이 궂어 그런지, 시기를 잘못 맞춰 심은 건지, 색이 영 칙칙한게 곧 죽을 것만 같다. 유월이 다 되도록 춥고 비오는 날이 계속되어 그런거라며 불평했는데, 또 날이 갑자기 더워지니 땅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게 걱정스럽다.  아직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서 손으로 물을 줘야 하는데 삼시 세끼 내 밥은 챙겨먹으면서 목말라 하는 식물들 물 주는 것은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꽃들이 아이처럼 빽빽 우는 소리라도냈다면 그나마 잊지 않고 물을 주었으려나…


    이렇게 집에 있는 수국들도 다 죽어가고있는데 원예에 조예가 깊은 분이 향이 짙은 귀한 백련 뿌리를 주신다기에 욕심부려 덜컥 받아왔다. 집안에서 며칠 있을 때는 잘 자라는가 싶더니 실외식물이니 밖에 두라 하셔서 밖에 내 놓은 후로는 자라는게 영 시원찮다. 진흙탕속에서도 깨끗하게 피어나는 군자의 꽃이라더니 우리집의 연은 고인 물과 함께 썩어가는 듯 하다. 아무래도 포기해야겠다 하고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분양받은 연꽃이 시원찮다고 하니 귀한 연뿌리를 하나 더 갖다주셔서 이제는 정말 실패 했다는 핑계를 대기에는 미안해져 버렸다.


    뿌리가 워낙 넓게 뻗어 한통에 한뿌리씩만 키워야 한다기에 연꽃을 위해 새로 구입한 수반에 물을 다 빼내고 새로운 통을 사다가 다시 한뿌리씩 옮겨 심었다. 할일이 쌓였는데…. 오늘도 연뿌리 옮겨심는 데만 반나절이 훌쩍 가버렸다.



    2정원에서 꺾어 장식한 꽃2.jpg 정원에서 꺾어 장식한 꽃


    게 무슨 사서 고생인가… 책임지지도 못할 생명을 왜 욕심부려 떠안았을까. 아직 내가 하루종일 정원이나 돌볼 여유를 부릴 나이는 아니지 않나 … 하다가 이내 또 한 뙈기의 꽃밭도 하나 제대로 일구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해보겠다고 분주한건가…회한이 인다. 전원생활이 꿈이라해놓고 꽃 한송이도 키워낼 줄 모르는 나는 뭔가 잘못 살고있는 게 아닌가 아니면 아직은 땅을 벗삼아 살 때가 아닌것인가… 자책과 후회를 반복한다. 


    인터넷을 뒤져 수생식물용 영양제도 한알 넣고, 모기 없애준다는 약도 한알 넣어보고 갖은 애를 써서 아직은 죽지않고 살아있지만 여름에 핀다는 하얀 연꽃을 올해 안에 보는것은 포기해야할듯 하다. 그래도 열악한 환경과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아래 죽지않고 중력을 거스르며 뻗어올라오는 연잎들을 보니 신기하고 놀랍다. 연 줄기에 정말 이렇게 돌기가 있었네, 한 가운데 동그라미는 정말 야구공모양 처럼 갈라졌구나 연잎위로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내리는게 참 이쁘기도하네… 


    수련과 연꽃도 구별못하는 주제에 여태 실물로 보지도 못한 연꽃을 흉내내어 그리고만 있었구나… 이제라도 이렇게 연을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과 함께 그동안 제대로 본 적도 없는 연꽃을 그려대었던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했다. 올해는 수국도 연꽃도 보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땅은 너그럽고 정직하다. 초보 정원사가 심어도 무언가를 심으면 반드시 보답해 준다. 오늘 심은 씨앗은 언젠가 흙을 뚫고 올라올 것이다. 올해가 아니면 내년에라도 꽃은 피어줄 것이다. 쪼그려 앉아 흙을 퍼내느라 삭신이 쑤셔대지만 수국과 연꽃이 피어나는 집을 상상하며 마음을 달래본다. 



    1.jpg

     Left: Where have flowers bloomed though been never wet?  Right: Even those most brightly sparkling were soaked and soaked again as they blossomed.  Stephanie S. Lee, 2015 , Color & gold pigment, ink on Korean mulberry paper, 61˝ (H) x 19˝ (W) each



    Stephanie_100-2.jpg Stephanie S. Lee (김소연) / 화가, 큐레이터 
    부산에서 태어나 예술고등학교 졸업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프랫인스티튜트 학부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후 맨해튼 마케팅회사, 세무회사, 법률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딸을 출산하면서 한동안 전업 주부생활을 했다. 2010년 한국 방문 중 우연히 접한 민화에 매료되어 창작민화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한국민화연구소(Korean Folk Art)를 창설, 플러싱 타운홀의 티칭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http://www.stephanies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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