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수임/창가의 선인장
2017.02.06 20:14

(245) 이수임: 뭐니뭐니해도 '뭐니'

조회 수 1222 댓글 0

창가의 선인장 (48) 남편이 소중한 이유 


뭐니뭐니해도 '뭐니'


뭐니 뭐니해도.jpg

Soo Im Lee, 7/25, he read the news paper everyday, 1994, 8 x 10 inches


모 그늘에서 서른 살까지 공부하고 서른에 결혼했다. 돈 버는 일과는 별 상관없는 화가와 결혼했으니 먹고 사는 일을 찾아 방황했고, 기반 잡으려고 애쓰다 늦게 아이를 낳았다. 아이 둘을 키우며 작업을 고집하는 남편 뒷바라지하다 한숨 돌리고 나니 나이 60이 되었다.


만약 내가 90세까지 살 수 있다면 남은 30년은 나를 위해 살고 싶다. 그러나 몸은 쇠약해질 것이고 예전처럼 힘차게 살 수도 없지 않은가! 지금은 영원히 살 것 같지만, 내일 일을 어찌 알겠는가! 곁에 있는 남편과 사이가 좋아야 마음 편히 여생을 하고 싶은 일 하며 살 수 있겠지?


젊었을 때는 그리도 길던 인생이 나이 드니 후딱후딱 지나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동안 아이들과 남편 핑계 대며 못했던 일들을 더 늙기 전에 해야 한다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우연히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퀸스, 맨해튼 그리고 포트리 집회에 세 번 참석했다. 멀리서나마 법륜스님을 일단 뵙고 분위기도 살피고 과연 내 마음에 와 닿나를 알고 싶었다.


작업하면서 고개를 끄떡거리며 유튜브를 통해 들은 것 중의 하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남편과 자꾸 싸워서 함께 사는 것이 힘들다는 젊은 아낙네와 스님의 즉문즉설이다. "남편이 없을 때를 생각해 봐라. 길어야 몇 년이다. 짧으면 내일로써도 끝이 난다. 옆에 있는 것만도 얼마나 큰 복이고 행복인지. 행복은 원래 주어져 있는데 잃고 나야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치로는 아는데 가까이 있을수록 나와 다른 남편 꼬라지를 보면 밉고 갈등이 생긴다. 멀리 있으면 같은 것 (큰 것)이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다른 것(티끌)이 보이기 때문이다. 다르다는 것을 당연하게 인정하면,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내가 너에게 잘해 주는 만큼 나에게도 잘하라는 요구조건을 안 들어주니까 미워지는 것이다. 말이 사랑이지 손해 볼 바에야 혼자 사는 것이 더 낫다.며 원수가 된다. 즉 장삿속으로 사는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일이지만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일이기 때문에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된다."


"노력하고 참는다는 것은 소중한 줄 모르는 것을 전제로 하는 해결책이지만, 주어진 기회가 영원하지 않고 순간순간이 소중한 줄 알면 노력도 참을 것도 없다"라는 스님 말씀이다.


다행히도 나는 남편이 매우 소중해서 노력도 참을 것도 없이 그저 남편이 내 곁에 오래 건강하게 살아 좋은 작업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돈 못버는 화가 남편과 시작한 어려운 결혼생활이 점점 조금씩 여유로워졌고 남편의 수입이 다른 직업과는 달리 잘하면 나이 먹을수록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소망도 가져보니 더욱 소중할 수밖에! 물론 작업하지 않을 때는 허구한 날 신문만 읽고 눈치없는 남편의 말과 행동에 화가 나다가도 소중함을 알고 수그러들며 나도 모르게 짜부라진다. 나야말로 뭐니 뭐니해도 뭐니가 최고라는 장삿속이 아닌가?



Soo Im Lee's Poto100.jpg 이수임/화가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학사, 석사를 받았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대에서 판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대학 동기동창인 화가 이일(IL LEE)씨와 결혼, 두 아들을 낳고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서 작업하다 맨해튼으로 이주했다. 2008년부터 뉴욕중앙일보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http://sooimlee3.blogspo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