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book NYCultureBeat
뉴욕 스토리 New York Stories
뉴욕 스토리

New York Stories

  • (231) 이수임: 꿈인가? 생시인가? [이수임/창가의 선인장]
  • sukie
    Dec 04, 2016
  • 창가의 선인장 (46) 브루클린에서 펜트하우스까지 


    꿈인가? 생시인가?


    leesooim.jpg

    Soo Im Lee, Release me-c, 2015, sumi ink on paper, 11 x 14 inches


    “어젯밤 꿈에” 라고 늘 버릇처럼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남편에게 시작한다. 

    “또 꿈 타령. 고만해. ” 하며 남편은 질색하지만, 나는 취미생활 하듯 반복한다. 

    그러나 어제 우리의 만남은 꿈이 아니고 현실이었다. 그런데 왜 꿈처럼 느껴지는지?


    얼마 전 한 오프닝에서 만난 몇 명의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모두가 어려운 시절엔 곧잘 어울리곤 했는데 어쩌다 다들 살만해지자 얼굴 보기 힘들어졌다.’ 며 자리 한번 만들자고 했다. 맨해튼 전망 좋은 꼭대기 층에 자리 잡은 식당에서 네 커플이 만났다. 눈앞에 보석을 쏟아부은 듯한 야경을 보며 내 머리통만 한 와인잔을 부딪혔다. 


    다들 생활에 여유가 생겼는지 ‘성공하면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면 성공한 것이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행복의 세 잎 클로버를 짓밟지 마라.’ 등등 훈훈한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 암울하고 한심한 시절엔 돈 안되는 공부를 한 우리가 어떡하면 밀리어네어가 되느냐가 관건이던 것이.


    자리를 옮겨 그중 한 후배의 맨해튼에 있는 펜트하우스로 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와우! 오마이 갓!’ 어찌 그리 어렵던 브루클린 이스트 리버 허름한 2층, 강바람이 불라치면 강변 오리털 창고에서 날아온 깃털들이 봄날 민들레 홀씨 날리듯 창가에 들러붙어 시야를 어지럽히던 곳에서 어쩜 이렇게까지 통쾌하게 변신할 수 있단 말인가! 


    문 밖에 나서니 빌딩 사이로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게다가 반짝거리는 누런 잔돌 더미에서 솟아오르는 파란 불꽃의 캠프파이어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고층건물들 속에서 원초적 자연 속의 한 귀퉁이에 있는듯 했다. 마치 그 옛날 인디언 조상들이 구슬 몇 다발에 맨해튼을 팔아먹은 회한을 넋두리하듯 불가에 둘러선 인디언 후손이라도 된 듯한 착각이 스친다.


    밤이 이슥해지자 그중 한 명이 죽음 직전까지 갔던 이야기를 꺼냈다. 수영 못하는 본인에게 사촌이 ‘힘을 빼면 물 위로 뜬다.’는 한마디 뱉고는 함께 그리 깊지 않은 강물에 몸을 담그자마자 빠질 것 같아 허우적거렸단다.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를 몇 번 그러나 결국엔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듯 긴장이 풀리고 고통이 없어지며 깃털을 툭 치면 튀어 날아오르는 느낌으로 편안해졌단다. 그리고는 지난 옛일들이 주마등처럼 오른쪽으로 획 빠른 속도로 지나가며 멀리 빛을 보고는 정신을 잃었다나.


    우리는 모두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그처럼 발버둥치며 그야말로 인생의 막장까지 갔다가 운 좋게도 살아남았다. 이렇게 모여 지나간 옛일을 되새기며 모두 한동안 말없이 피어오르는 불꽃을 쳐다보고 있자니! 꿈인가? 생시인가?




    Soo Im Lee's Poto100.jpg 이수임/화가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학사, 석사를 받았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대에서 판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대학 동기동창인 화가 이일(IL LEE)씨와 결혼, 두 아들을 낳고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서 작업하다 맨해튼으로 이주했다. 2008년부터 뉴욕중앙일보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http://sooimlee3.blogspot.com  

Comment 0 ...

Use WYSIWYG
49 이수임/창가의 선인장 Mar 05, 2017
창가의 선인장 (49) 등잔 밑을 보니... 겹사돈의 환상 친구 부부와 우리 내외만 단출하게 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한때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이 친구의 롱아일랜드 집 뒤뜰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었지만, 아이들이 학교 마치고 직장 잡아 떠났으니… 우리는 아들 둘...
48 이수임/창가의 선인장 Feb 06, 2017
창가의 선인장 (48) 남편이 소중한 이유 뭐니뭐니해도 '뭐니' Soo Im Lee, 7/25, he read the news paper everyday, 1994, 8 x 10 inches 부모 그늘에서 서른 살까지 공부하고 서른에 결혼했다. 돈 버는 일과는 별 상관없는 화가와 결혼했으니 먹고 사는 일을 찾아 방황했고, 기반 ...
47 이수임/창가의 선인장 Dec 22, 2016
창가의 선인장 (47) 알고 보면 투자의 귀재 무식한 아내의 넋두리 Soo Im Lee, sweet dream, 2010, gouache on paper, 10.25 x 8.25 “아니 그것도 몰라?” 남편이 무시할 때마다 “알았는데 아이 낳는 산통에 사라진 모양이네. 결혼생활이 힘들어서 기억력이 쇠퇴했나?” 등등 여러 변...
이수임/창가의 선인장 Dec 04, 2016
창가의 선인장 (46) 브루클린에서 펜트하우스까지 꿈인가? 생시인가? Soo Im Lee, Release me-c, 2015, sumi ink on paper, 11 x 14 inches “어젯밤 꿈에” 라고 늘 버릇처럼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남편에게 시작한다. “또 꿈 타령. 고만해. ” 하며 남편은 질색하지만, 나는 취미생...
45 이수임/창가의 선인장 Oct 30, 2016
창가의 선인장 (45) 좀 불러요~ 초대하지 않는 손님 Soo Im Lee, omg, 2011, gouache on paper, 11 x 14 inches “왜 찾아온다는 거예요? 부르지도 않은 남의 집에.” 오프닝에서 ‘한번 찾아뵐게요.’ 라는 누군가의 인사말을 듣던 1.5세가 나에게 어눌한 한국말로 물었다. 한국에...
Tag
All
Creative Hongsee

구독신청 / Subscription

후원 및 기부금 안내

PLUS Career PLUS Career PLUS Career
2017 . 3  
Su Mo Tu We Th Fr Sa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설원재단 정영양자수박물관 설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