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book NYCultureBeat
뉴욕 스토리 New York Stories
뉴욕 스토리

New York Stories

  • (208) 스테파니 S. 리: 가까이 하기엔 너무 뜨거운 나라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
  • sukie
    Aug 21, 2016
  • 흔들리며 피는 꽃 (18) '빨리빨리' 한국 리듬


    가까이 하기엔 너무 뜨거운 나라


    affluence I II.JPG

    Affluence I II, 2016, Stephanie S. Lee, Color & gold pigment, ink on Hanji



    시 일상에 놓인다.

    산책을 하고, 장을 보고, 아이 도시락을 싸고, 말라버린 화분에 미안해하며 물을 준다. 밀려있던 이런저런 잡다한 집안일들을 하느라 시차적응도 뒤로한채 몸을 바삐 움직이지만 익숙한 환경이 주는 편안함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다. 나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는 곳이 이제는 이역만리 미국이 되어버린 것 같아 묘한 기분이지만 어디가 되었든 되돌아 올 곳이 있다는건 좋은 일이다. 여행이란 결국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 아닐까.  


    5년 사이 다시 본 한국은 여전한 것 같기도, 많이 변한 것 같기도 했다.

    여름 날씨가 예전과 달리 훨씬 후덥지근 해져서 견디기 힘들었고 도시와 건물들이 많이 변해 낯설었지만, 다행히 정겨운 골목길들이 아직 남아있었고 가족들과 친구들은 고맙게도 여전했다. 


    안되는게 없고 못하는게 없는 ‘빨리 빨리’의 나라 한국. 그곳에선 모두가 바빴다. 모두가 열심인 것을 여실히 느낄수 있었고, 그 기운에 나 역시 덩달아 뛰어다니느라 짦은 시간동안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편리하고 빠른 한국의 인력 시스템 덕분에 누린 엄청난 혜택이 나에겐 어쩐지 좀 짠 했다. 


    이곳 사람들은 비록 흉내뿐인 여유일지언정 적어도 겉으로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데 내가 본 한국사람들은 그런 척 할 틈도 없이 늘 분주해보였다.  아마도 그것이 한국의 힘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편치는 않았다. 

    “이만하면 됐어요. 쉬엄쉬엄 하세요. 몸상해요” 를 하루에도 몇번씩 말해야 했다. 


    아, 그리고 한국의 여름이 이렇게 더운줄 미처 몰랐다. 잔디깔린 바닥이나 나무 그늘 찾기 힘든 거리에서 햇볕을 그대로 받고 걷자니 사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산세가 참으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인데 도시에는 인공물이 자연물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다. 새로 만들어놓은 그 모든 삐까번쩍한 것들이 열을 고스란히 반사해 토해내는 것 만 같았다. 


    이 뜨거운 곳에서 극단의 것들이 복작대며 살아가고 있는 풍경. 번듯한 백화점과 후즐근한 맛집, 비데와 구변기… 적응하기 힘들정도의 양극단이 아무렇지도 않은듯 버무려진 곳에서 사람들은 더위도 잊은듯 각자의 동선대로 바삐 살아가고 있었다. 


    affluence III IV.JPG

    Affluence III IV, 2016, Stephanie S. Lee, Color & gold pigment, ink on Hanji


    래도 사막의 오아시스마냥 도시 안에는 아름다운 고궁이 자리하고 있었고, 정겨운 골목길들이 남아있었다.  쉴틈없이 돌아가는 이 모든 것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진심을 찾아내 교류하고 있었다. 

    그런 샘물같은 사람들의 정에, 배려에, 사랑에 과분했던 시간들이었다. 


    새로운 좋은 인연들에 고마웠고, 한결같은 오랜 인연들에 감동했던 고국에서의 기억은 이제 추억으로 이곳의 일상속에 녹아 앞으로의 날들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동안 잘 살았구나’, ‘여전히 그대로구나’ 하며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나도 어색함 없이 반가워할 수 있기를… 십년 후에도, 이십년 후에도 서로의 삶을 함께 봐 주는 든든한 증인으로 건강하게 남아있어 주기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뜨거운 나라 한국. 그러나 휘영청 뜬 보름달을 쳐다보면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어김없이 차오른다. 멀리서 바라보는 한국은 나에게 언제나 달처럼 푸근하고, 애잔하고, 짠하다. 이렇게 멀리서 아련하게 쳐다보며 반쯤은 향수로, 반쯤은 추억으로 채워 놓고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돌아올 곳이, 그리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데 참 든든한 일이다.  



    Stephanie_100-2.jpg Stephanie S. Lee (김소연) / 화가, 큐레이터 
    부산에서 태어나 예술고등학교 졸업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프랫인스티튜트 학부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후 맨해튼 마케팅회사, 세무회사, 법률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딸을 출산하면서 한동안 전업 주부생활을 했다. 2010년 한국 방문 중 우연히 접한 민화에 매료되어 창작민화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한국민화연구소(Korean Folk Art)를 창설, 플러싱 타운홀의 티칭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http://www.stephanieslee.com

Comment 0 ...

Use WYSIWYG
22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 Dec 26, 2016
흔들리며 피는 꽃 (22) 사랑과 슬픔의 표현법 지금은 사랑할 시간 Photo: Stephanie S. Lee 백발의 노인 커플이 손을 잡고 건널목을 건넌다. 중심을 잡으려 어쩔수 없이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것일지도, 아니면 성질급한 할아버지가 보채며 할머니의 손을 잡아 끄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
21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 Nov 26, 2016
흔들리며 피는 꽃 (21) 신부에게 하고 싶은 말 현모양처(賢母良妻)의 굴레 Jeff Muhs, Study in Form with Jimmy Choos and Concrete (left) / Black Corset(After Horst) 오랜만에 결혼식엘 참석하니 감회가 새롭다. 또래 친구들이 이미 결혼과 출산의 시기를 지난터라 요즘엔 결...
20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 Oct 14, 2016
흔들리며 피는 꽃 (20) 감동과 행복 내가 민화를 그리는 이유 City – Day, Stephanie S. Lee, Color pigment & gold pigment on Korean mulberry paper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는 건 사람의 감정을 동요시켜 마음을 움직인다는 의미일테다. 처음에는 그저 그림 그리는 것...
19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 Sep 11, 2016
흔들리며 피는 꽃 (19) 인간성과 예술성 이중섭, 그의 정직한 그림 "그는 기본적으로 듣는 사람의 존재 기반을 뿌리째 뒤흔드는 '치명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는 아니었다. (중략) 캐논볼이란 사람은 마지막 까지 광기어린 음악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그는 자연인으로 이땅...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 Aug 21, 2016
흔들리며 피는 꽃 (18) '빨리빨리' 한국 리듬 가까이 하기엔 너무 뜨거운 나라 Affluence I II, 2016, Stephanie S. Lee, Color & gold pigment, ink on Hanji 다시 일상에 놓인다. 산책을 하고, 장을 보고, 아이 도시락을 싸고, 말라버린 화분에 미안해하며 물을 준다. ...
Tag
All
Creative Hongsee

구독신청 / Subscription

후원 및 기부금 안내

Most Viewed Top 5
PLUS Career PLUS Career
2017 . 12  
Su Mo Tu We Th Fr Sa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설원재단 설원재단 정영양자수박물관
Interns Cor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