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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4) 스테파니 S. 리: 어른의 성장통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
  • sukie
    Aug 03, 2016
  • 흔들리며 피는 꽃 (17)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


    어른의 성장통



    detail 3.JPG 

    Cabinet of Desire I (detail 3), Stephanie S. Lee, 2016, Color and gold pigment, ink on Hanji



    수에 사는 백조가 몇달째 꼼짝않고 소중이 품었던 알들이 곧 부화될 모양이다. 황량한 갈대밭에서 잔뜩 경계하며 앉아있더니 이제는 수풀이 무성해져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저마다 소중한 것을 품고 노심초사 하며 지키는,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병아리를 만날 희망으로 긴 시간 꼼짝않고 참다가 병아리가 나오면 귀여워 힘든줄 모르고 키우겠지. 그러다 닭이 되기 전의 병아리가 가장 못생겨 지듯이 처음에는 귀엽던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미워질테고… 그 과정을 견디면 아이가 또 하나의 어른으로 성장하는 신기하고 경이로운 경험을 목격할 수 있게되겠지. 


    아이를 키우는 것도,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도, 어른이 되는 과정도, 어쩌면 다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구상으로 행복하고 스케치하며 즐겁던 마음이 중간과정에서 생각만큼 좋아보이지않고 다 망쳐버린것 같아 좌절하지만 그 과정을 참아내 비로소 완성했을때 전보다 조금 나아지고… 그렇게 참을성 없는 나를 어쩔 수 없이 참게 만들어 조금씩 성장시킨다.  


    어렸을 땐 왜그랬는지 많이도 넘어져서 무릎에 늘 반창고를 붙이고 지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된 나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면서도 잘 넘어지지 않는다. 한번 난 상처가 아무는데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긴다는 것을, 이제는 내 몸도 잘 알고 있나보다. 어른이 된다는건 이렇게 넘어지면서 참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워간다는 것일테다. 생리현상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신체의 움직임을, 그리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



    detail 2.JPG

    Cabinet of Desire I (dtail 2), Stephanie S. Lee, 2016, Color and gold pigment, ink on Hanji



    데 조절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세월따라 같이 나이만 먹는다고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걸  새삼 느끼는 요즈음이다. 안정된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왠일인지 다시 휘청, 불안정해진다. 꿈보단 고민이 더 많았었던 20대의 불안함도, 늘 무언가를 찾아 헤메던 30대의 목적의식도 이제 나에겐 없는데. 남들 하는거 다 하느라 열심히 살았고 이제는 적당히 포기하는 것에도, 꿈이 없는것에도 익숙해 졌는데. 결혼을 하고나니 혼자일때의 자유를 눌러놓고 생활하는법도 배웠고, 아이를 낳고 나니 어른이 아이를 만드는 줄 알았는데 되려 아이가 어른을 어른답게 성장시킨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는데…  


    그런데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마음이 넓어지고 지혜가 쌓일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마음이 넓어지기는 커녕 되려 예전에 그리 신경쓰지 않던 것들조차 거슬리고 못마땅하다. 물론 이전에 없던 것이 생기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 나는 아주 까다롭고 고약한 늙은이가 되어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고집불통 꼰대가 아닌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인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감정과 마음을 다룰줄 아는 소양을 갖추는 것일진데… 신체를 성장시키고 조절하는 것을 넘어 감정의 표현도 백조처럼 우아하고 세련되게 할 줄 알게 되어야 할텐데 마흔에 불평불만으로 가득차 다시 방황하고있는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싶다. 



    Stephanie_100-2.jpg Stephanie S. Lee (김소연) / 화가, 큐레이터 
    부산에서 태어나 예술고등학교 졸업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프랫인스티튜트 학부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후 맨해튼 마케팅회사, 세무회사, 법률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딸을 출산하면서 한동안 전업 주부생활을 했다. 2010년 한국 방문 중 우연히 접한 민화에 매료되어 창작민화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한국민화연구소(Korean Folk Art)를 창설, 플러싱 타운홀의 티칭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http://www.stephanies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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