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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9) 스테파니 S. 리: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
  • sukie
    Feb 08, 2016
  • 흔들리며 피는 꽃 (7) 작가와 스타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selfportrait (1).jpg

    Stephanie S. Lee, Self Portrait, 2013, Color & gold pigment, ink on Korean mulberry paper, 33˝ x 19˝ x 2 ¾˝



    는 ‘작가’ 라는 호칭이 매우 부담스럽다. ‘그녀’ 라는 3인칭 문어체 호칭을 일반 대화에 섞어쓰기가 왠지 쑥스러워 피하듯, 되도록이면 피해갔으면 싶다. 굳이 찾는다면 ‘그림 그리는 사람’ 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할 듯 싶지만, 그것이 너무 길다면 차라리 ‘예술가’ 라고 불릴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보다는 훨씬 폭이 넓고 생명력이 긴, 멋진 호칭인 것 같다. 그러나 그 역시 직업란을 매우기위해 무언가 딱 떨어지는 직함이 필요하니 그런 것이지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이 하는 일을 어찌 한 단어로 단정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요즘엔 본인의 손길 한번 닿지않은 작업을 내놓는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작가라고 불리우고 있는 것 같다. 유명세를 타고 그림이 잘 팔려 소위 ‘뜨는 작가’가 되고나면 직접 그리지 않는다는 사실 같은 건 암암리에 당연시 되어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입으로 ,발가락으로 그림을 그려내고, 노인이 되어 붓을 쓰지 못하면 가위질을 해서라도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참으로 뻔뻔한 것 같다. 인기가 너무 많아 주문량을 감당못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적어도 도와준 사람들, 혹은 공장의 이름 정도는 명시해서 공동작업을 했다는 사실은 밝혀야 하는게 도리 아닌가 싶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보다는 비싼 가격의 작품값과 성공담에 주목한다. 


    그래서 작가는  어떻게 해서든 스타가 되고 싶어하고, 스타는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인지도를 등에 업고 쉽게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스타와 그것을 보도하느라 야단법석을 떠는 매체들을 보며 힘들게 작업해도 주목받지 못하던 전업작가들은 분노하고, 스타들은 속좁은 예술계를 원망한다. 하지만, 나는 양쪽 모두가 서로를 비난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품을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나 심도있게 꾸준히 해 나가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스타도 함부로 자신을 작가라 내세울 수 없을 것이고 작가들 역시 작업의 깊이보다 유명세를 쫓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작가들은 본인들의 분노가 무엇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이 비판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간단히 뒤집어 생각해 보면 안다. 내게 다른 직업이 있다고 해서, 내가 잘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전시하는 행위에 대해 비난받는다면, 그것을 이의없이 받아들일수 있겠는가? 차라리 나의 작품이 형편없다고 하는 비평이 더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전업작가인 우리도 힘들게 하는 전시를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하면서 함부로 작가라는 이름 쓰지마라’ 라고 하는 것은 손가락 다쳐 아프다고 하는 사람보고 난 팔이 부러졌으니 너 조금 아픈 것 갖고 야단법석 떨지 마라 하는 것과 다를바 없지 않을까.  그래, 손가락 다친 것도 아픈 건 아픈거지, 하는 아량 정도는 베풀어 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newbeginnings.JPG

    Stephanie S. Lee, New Beginnings, 2014,  Color & gold pigment, ink on Korean mulberry paper, 31 ½˝ x 25 ½˝ x 2 ¾˝ 



    위 예술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진데 누구보다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사람들마저 획일화된 길로 자꾸 걸어가려하는 듯 해 안타깝다. 자신만의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간다는 것이 상당한 자아성찰과 아집을 수반하는, 어찌 보면 독단적이기까지 한 행위인지라 열린 마음과 자신의 작업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가 참 쉽지 않기에 그런것이리라…


    요즘 작가들은 성공을 위해 자신을 상품화하는 법을 너무도 잘 안다. 부지런하지 못하고 우둔하여 고생만 하다 마음이 삐뚤어져버린 작가들도 보기 괴롭지만, 너무 영악하고 약삭 빠른 작가들 역시 보기 썩 좋지 않다.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콜라보레이션이란 미명 아래 이도저도 아닌 작업들을 내놓으며 자신을 포장하는 행위가 과연 작업에 할애해야할 에너지를 뺏아갈 만큼 가치있는 일인가 싶다. 


    "옷은 옷이어야 한다. 사람보다 옷이 먼저 걸어나와서는 않된다" 라는 패션디자이너 노라노 선생님의 말처럼 작가가 작품보다 먼저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성품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작업이 아닌 다른 것으로 자신을 알리고 싶은 사람은 작가가 되기보다는 스타가 되고싶은 것이 아닐까. 


    스타들 역시 유행따라 쉽게 소진되는 가볍고 감성적인 작업에 머무르지 말고, 진지하게 작업에 대해 고민하고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내서 수많은 작가들이 힘들게 쌓아온 예술에 대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현대기술의 힘을 이용한 영리하고 감각적인 작품들이 빠르게 쏟아져 나오지만, 나는 조금의 수고로움 정도는 갖고 있는, 우직한 작품에 더 애정과 가치를 둔다. 개념만 있어도 안되고, 기술만으로도 좋은 작품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 개념과 수단과 노동이 시각적으로 조화롭게 이루어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 훌륭한 작품이지 않은가 생각한다. 


    피카소의 팬은 아니지만 “모든 아이는 예술가” 라고 하는 피카소의 말이 참 좋다. 누구에게나 그림 그릴 권리는 있고 자신의 그림을 전시 할 자격도 있다. 비판을 하려거든 작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하되 비난은 각자가 감수해야 할 몫으로 놓아두자. 아무리 미꾸라지 한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킨들 시간이 지나 흙물이 가라앉으면 모든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거기다 손사래 쳐봐야 물만 더 흐려진다. 



    Stephanie_100-2.jpg Stephanie S. Lee (김소연) / 화가, 큐레이터 
    부산에서 태어나 예술고등학교 졸업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프랫인스티튜트 학부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후 맨해튼 마케팅회사, 세무회사, 법률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딸을 출산하면서 한동안 전업 주부생활을 했다. 2010년 한국 방문 중 우연히 접한 민화에 매료되어 창작민화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한국민화연구소(Korean Folk Art)를 창설, 플러싱 타운홀의 티칭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http://www.stephanies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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