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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만리 (9) 엘렌 파오 성차별 재판 비하인드 드라마 



섹스, 인종, 돈과 아메리칸 드림



엘렌 파오 Vs. 실리콘 밸리



ellen-pao-ft2-660x440-ap.jpg Getty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중국계 엘렌 파오(Ellen Pao, 45) 성차별 재판에서 27일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 배심원들은 실리콘 밸리 벤처캐피탈 회사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 바이어스(KPCB, 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의 편을 들어주었다.


연봉 수백만불에서 수천만불까지 버는 벤처 캐피털의 주니어 파트너였던 엘렌 파오는 2012년 KCPB를 상대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받았다"며 1600만 달러 성차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 MBA 출신 엘리트 엘렌 파오는 "나보다 실적이 나빴던 남성 동료 3명이 시니어 파트너로 승진했다. 또한, 중요한 미팅과 디너에서 제외됐다. 남성 동료가 개인적인 관계로 보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PCB 측은 "파오에겐 벤처캐피털의 시니어 투자 파트너로 성공적인 경력을 갖기에 필수적인 리더십, 합의 도달, 팀 플레이어가 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항변했다.


엘렌 파오의 성차별 재판은 가히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울 만큼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미 언론과 기업들까지 촉각을 건드렸다. 가장 진보적인 그룹이어야할 실리콘밸리는 사실, Boys Club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미국의 벤처 캐피털에서 여성 파트너는 단 6%에 불과하며, 77%의 회사에는 여성 투자자조차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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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여성으로서 성차별에 대해 침묵 대신 불평을 제기하고, 법정싸움을 택한 엘렌 파오는 용감한 것일까? 아니면 성차별은 핑계에 불과할까? 


실리콘 밸리를 상대로 도전장을 던지며, 실리콘 밸리의 유리천장을 부수려고 했던 그녀는 패소했지만 험난한 에베레스트산에 여성의 깃발을 꽂은 잔다르크일지도 모른다.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차별에 경종을 울리고, 양성평등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이다.


엘렌 파오 성차별 소송 후 실리콘 밸리 내 성차별 소송이 이어졌다. 중국계 티나 황은 트위터(Twitter)를 상대로 승진기회 성차별 소송을, 대만계 지아 홍은 페이스북(Facebook)을 상대로 성차별, 성희롱, 보복에 관한 성과 인종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아시안 엘리트 여성들이 성차별 소송의 선두주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소수계 파워 커플의 흥망성쇠



tumblr_mcgxk94Ufl1ruh6c8o1_1280.jpg 2012년 10월 '포춘'지 커버를 장식한 파오와 플레처 부부



엘렌 파오의 법정 밖의 스토리는 더욱 극적이다. 

파오는 중국계 이민자의 딸로 아이비리그 학위가 3개이며, 벤처캐피털의 파트너로 승진했다. 하버드대 출신 흑인 헤지펀드 매니저 버디 플래처(Buddy Fletcher)와 결혼, 센트럴파크 웨스트의 다코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남편 플레처는 한동안 동성연애자였으며, 메트뮤지엄 등에 기부하는 자선가이기도 했다. 


아시안 여성+흑인 남성=파워 커플은 미국 주류에서 소수계 출신 엘리트로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 되었다. 

그러나, 파오는 성차별 소송에서 패소했고, 플레처는 인종차별 소송에 파산, 사기 혐의로 피소되어 있는 상태다. 이 파워커플은 지금 험난한 바위산을 내려오고 있다.



ellen-pao (1)Former Kleiner partner John Denniston, partner John Doerr, and former partner Ellen Pao..jpg

KPCB의 엘렌 파오(오른쪽부터), 파오의 보스인 파트너 존 도어러, 전 파트너 존 데니슨.

 


엘렌 파오는 뉴저지 메이플우드에서 태어났다. 중국계 아버지는 뉴욕대의 수학과 교수였다. 파오는 프린스턴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과 MBA를 졸업한 재원이다.


유명 법률회사 크라바스, 스웨인&무어(Cravath, Swaine & Moore)의 기업변호사로 일한 후 실리콘밸리의 여러 회사를 거쳤다. 2005년 KPCB에서 투자의 전설인 존 도어러(John Doerr)의 조수로 발탁, 첫해 연봉 22만달러에 보너스를 받았다. 존 도어러는 파오의 멘토이자 아버지처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2007년 존 도어러가 파오를 아스펜 인스티튜트의 크라운 펠로로 임명한다. 파오는 콜로라도에서 뉴욕의 헤지펀드 매니저 버디 플레처를 만나 4개월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파오는 한차례 결혼한 전력이 있으며, 플레처는 동성연애자로 살았었다. 파오는 플레처와 사이에 딸 마틸다를 출산했다.


그리고, 파오는 2012년 KPCB를 상대로 성차별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파오는 바로 해고됐지만, 6개월간 월 3만3333달러와 베너핏,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PCB의 동료들은 파오에 대해 경쟁심 많으며, 전투적이라고 평가했으며, 파오에겐 '분노의 동료 리스트'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플레처와 결혼 전 유부남 동료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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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티 페어(Vanity Fair)' 2013년 3월호에서도 파오와 플레처 커플에 대해 대서특필했다. 파오의 남편 플레처는 다코타 아파트 이사회를 상대로 인종차별과 명예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파오를 만나기 전까지 한 남성과 12년간 공개적으로 동성애 관계였다고 알려졌다.  그 남자는 파오와 플레처 딸 마틸다의 대부이기도 하다.



파오의 남편 버디 플레처의 본명은 알폰스 '버디' 플레처 주니어(50). 코네티컷의 워터포드에서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잠수함 기술자, 어머니는 컬럼비아대 교육학 박사 출신으로 소셜워커와교장을 지냈다. 세 아들이 모두 하버드대로 갔다. 동생 토드는 작곡가, 제프리는 2009년  '프레셔스(Precious)'로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수상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컬럼비아대 와 뉴욕대 영화과 교수다.


수학 천재였던 버디 플레처는 하버드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후 에일대에서 환경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베어 스턴스(Bear Stearns)와 키더, 피바디&컴퍼니(KPC)에서 주식 트레이더로 일했다. 하지만, 실적에 따른 수당을 주지않았다는 이유로 인종차별 소송을 제기,126만 달러에 합의했다. 


1991년 자신의 이름을 딴 플레처 어셋 매니지먼트를 창립한 후 2008년 설립한 플레처 인터내셔널 펀드는 승승장구했다. 플레처는 1992년 존 레논과 오노 요코, 영화배우 로렌 바콜, 지휘자 레오나드 번스타인 등 유명인사들이 살았던 다코타 아파트에 입주했다. 흑인 입주자로는 가수 로버타 플랙 이후 두번째, 그의 나이 스물 일곱이었다. 


이후 부를 축적한 플레처는 다코타에만 네개의 아파트를 소유했다. 그후 자신의 아파트 옆에 다섯번째 아파트를 구매하려다 저지당하자 2011년 명예훼손과 인종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다코타에서는 인접 아파트를 사는 것이 금지되어있다고. 오노 요코가 아파트를 여러개씩 사들이며 확장해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라고.




소송하는 남자, 소송하는 여자 



a_fletcher-e1424314804776-crains-ny.jpg 버디 플레처 Crain's NY



플레처와 파오 부부는 벤트리, 벤츠 등 비싼 자동차와 운전수를 거느리고, 햄턴에 별장을 사서 호화 파티를 즐기던 커플로 알려졌다. 플레처는 뿐만 아니라 모교와 메트뮤지엄 등에 기부금과 장학금을 쾌척하는 자선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면서도 코네티컷 맨션에서 일하던 인부들로부터 성희롱으로 두차례 피소당하기도 했다. 그의 성정체성은 미스테리다.


플레처가 다코타를 상대로 소송할 때도 주위에서 '계란으로 바위 깨기'라는 식으로 말렸다. 멜라니 그리피스와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입주도 거부했던 다코타다. 고소 얼마 후 월스트릿저널에서 플레처 기업의 재정을 문제삼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지금 플레처는 사기 혐의로 피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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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엘리트 엘렌 파오와 흑인 엘리트 버디 플레처 커플이 일구어온 아메리칸 드림의 발자취다. 


엘렌 파오가 동료 유부남과 연애하지 않았더라면, 파오와 남편 플레처가 파산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파오가 성차별 소송을 제기했을까? 파오의 소송으로 실리콘 밸리와 미 기업들, 그리고 세계의 남성들이 조심할까? 과연 플레처는 키더, 피바디&컴퍼니와 다코타 아파트 이사회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것일까? 아니면, 소수계 엘리트의 피해의식일까? 그러면서 플레처는 왜 두차례나 남자 인부들로부터 성희롱 피소를 당했나?


연봉 수백만달러를 벌어온 아시안 엘리트 여성의 성차별 재판, 그녀 남편 플레처의 인종차별, 성희롱 소송까지...

어쩌면 소수계의 롤 모델이 될 수도 있었을 엘렌 파오-버디 플레처 커플 이야기의 뒷맛이 어쩐지 개운하지 않다.



*엘렌 파오가 레딧(www.reddit.com) 임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엘렌 파오는 최근 한 직원 빅토리아 테일러를 해고하면서 네티즌들의 반감을 사온 것으로 알려졌다.<2015.7.10>

http://www.nytimes.com/2015/07/11/technology/ellen-pao-reddit-chief-executive-resignation.html



sukiepark100.jpg 박숙희/블로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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