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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임/창가의 선인장
2015.02.16 11:57

(80) 이수임: 오늘도 공짜(free)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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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선인장 (13) 공짜 삼매경 



오늘도 공짜(free)를 찾아서~



13I like free.jpg

Soo Im Lee, leave me alone, 2011, gouache on paper, 14 x 11 inches




신의 주제를 너무 잘 알아도, 아니 공짜를 너무 밝혀도 피곤하다. 오늘 또 한 건을 치르느라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었다.


좋지 않은 피부에 뒤통수 없는 납작한 얼굴, 눈은 갈수록 처지고 게다가 윤기 빠진 머리털까지 한몫 거든다. 그나마 눈에 뜨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다행이지.


머리를 싼 곳에서 자르면 싼 맛에 그러려니 하지만, 비싼 곳을 물어물어 기대하고 자르고 나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함에 지쳤다고나 할까? 나의 밋밋한 얼굴과 머리통을 살려 보려고 애쓴 미용사 탓도 못하고.


맨해튼으로 이사와서는 어디서 머리를 잘라야 하나 고민이다. 

주변 미장원 안을 기웃거리며 어찌해야 할까를 망설이다 무료로 잘라주는 곳을 찾아냈다. 미용실과 미용학교를 겸한 맨해튼에 여덟 군데 지점이 있다는 곳, 매주 월요일 아침 10시 30분 까지만 가면 공짜라니 부리나케 찾아갔다.



용 학원 학생들이 무료로 자르러 온 사람 중에 자르고 싶은 사람을 선택해서 얼굴형에 맞는 머리 스타일을 선생들과 의논한다. 우선 선택된 4명에 대한 토론이 끝나면 머리를 감겨주고 자르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선생이 잘못 자른 곳을 지적하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마무리해줬다. 선생들은 모두가 남자였다. 무료로 자르러 온 남자들이야 머리 스타일이 거의 똑같으니 토론도 없이 여자들이 끝나고 나면 잘랐다.


나는 우리 큰 아이 또래의 학생과 한팀이 되었다. 주고받는 대화가 매끄럽지 못한 것이 이민자인 듯했다. 미용기술을 배워 일자리를 얻으려는 그의 손길은 긴장과 안쓰러움이 교차한다. 잘 못 잘라도 괜찮으니 편안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위로하며 맡겼다.


내 머리카락을 필요로 하는 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 숙인 상태에서 1시간이 넘는 가위질로 목이 아프고 지루했지만, 공짜라는 것을 생각하면 견딜만했다.


정말 공짜라 설까? 지금까지 자른 머리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전시회 오프닝에서 서너 사람들이 ‘머리 어디서 잘랐느냐?’는 질문을 받고 주소를 알려주기도 했으니 성공한 셈이다.


“공짜 좋아하다 대머리 된다는데 그 많던 앞머리 숱 다 어디 갔어?” 

남편의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쓰디 쓴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구글 검색에 ‘Free (공짜)’라고 일단 쓰고 또 다른 공짜를 찾아 헤맨다. 



Soo Im Lee's Poto100.jpg 이수임/화가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학사, 석사를 받았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대에서 판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대학 동기동창인 화가 이일(IL LEE)씨와 결혼, 두 아들을 낳고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서 작업하다 최근 맨해튼으로 이주했다. 2008년부터 뉴욕중앙일보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http://sooimlee3.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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