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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에피소드&오브제
2015.01.30 09:06

(76) 한혜진: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의 비밀 캐기

조회 수 3369 댓글 6

에피소드 & 오브제 (12) 스토리를 간직한 기차역에서...



그랜드 센트럴의 비밀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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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센트럴은 터미널이다. 터미널은 역이다. 역은 스쳐가는 곳이다. 자신들이 머물 곳을 찾아서..

그런데 그랜드 센트럴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곳은 많은 사람들의 발자욱을 다 떠나보내지 않은 듯 내가 걸어 다닌 동선마다 온기를 품고 있었다. 

그랜드 센트럴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집으로 가던지, 집을 떠난 행선지로 향하던간에 역에서의 북적거림은  예정, 기다림 또는 설레임과 맞닿아 있다. 

플랫폼을 디디고 섰다가 기차에 올라타면 생의 움직임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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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1시. 투어는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약속 장소로 시계탑만한 것이 또 있을까?  그랜드 센트럴 역 main concourse 중심부에 탑이라고 하기에는 키가 작은..시계가 있는 정자라고 부르련다. 그 앞에서 세사람은  만났다. 화가인 이수임 선생과 나, 그리고 컬빗의 박숙희 대표.. 모른다고 하기엔 알고 있고,  다 안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그러나 친근했다. 글을 계속 접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정자의 맨 위에 놓여 있는 시계 설명부터 시작되었다. 네 면의 얼굴이 오팔로 되어 있다니 어느 미녀의 얼굴이 범접하리요... 옥션에 출품된다면, 0이 마구잡이로 붙는 가격표가 형성되리라는 예상이다.. 건물 정면의 시계를 제외한 그랜드 센트럴역의 모든 시계는 1분씩 빠르다고 한다. 


그렇다면, 종종걸음을 치고 달려 갔을 때, 기차를 그냥 보내고 마는 낭패감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타느냐, 마느냐의 골든타임의 배려이다. 역시 컬빗투어는 뉴욕의 속살 투어임을 간파하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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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잠시 나가 건물 외관의 위용을 감상했다..보자르 양식을 취한 디자인의 디테일 속에는 도토리가 숨어 있다는데, 밴더빌트가의 상징이 도토리라 한다. 


지금의 이런 존재감을 미리 잘 알고 있었던 듯, 재클린 오나시스는 없어질 뻔 했던 그랜드 센트럴을 청원을 통해 살려 놓은 장본인이라고 했다.  그랜드 센트럴 역은 미국의 거대 부자 밴더빌트가의 족적이다. 한 가문의 큰 꿈이 대다수 사람들의 편리한 일상생활의 거처로서 형상화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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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터 바의 아늑한 테이블에 앉아 출출한 허기를 달랬다.. 굴에도 원산지에 따라 여러 이름이 있다니 이 세상 이름없는 것들이 질투하게 생겼다. 얼음접시에 담겨 나온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조물주의 솜씨를 상기했다. 


넙데데하게 생긴 것이 가장 비싸다나....해산물 스프까지 한그릇씩 비우고 나서, 다시 비밀캐기에 나섰다. 그런데, 다음 이야기는 줄이기로 하는게 좋겠다. 영화 먼저 보고 시시콜콜 얘기해대는 친구처럼 밉상이 되기는 싫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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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는 캠블 아파트였다. 맨하탄 아파트의 인기와 가격이 고공행진이라 그 곳까지 아파트가 들어섰나 하실 분이 있을 것 같은데,  문제 풀기는 그냥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넘기기로 합니다. 


힌트..누군가 'Make Yourself at home'하지 않았서도 4시간에 가까운 투어의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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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기전 손이 허전해서 브리치즈와 스페인 햄을 샀다. 오이스터 바에서 기념으로 챙긴 메뉴까지 그 쇼핑백 속에 넣었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오다 놓고 내렸나 보다. 치즈는 혀끝에서 사라졌지만, 어떤 시간의 추억은 되새김으로 음미할 수 있음에 축복도 되고 저주도 되는 아이러니를 인간은 지니고 있다.


난 이 글을 쓰며 오늘을 다시 음미할 수 있었다.  그랜드 센트럴 역은 말하고 있진 않지만 그 곳을 오간 사람들의 스토리를 비밀처럼 간직하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유수의 감독들은 가끔씩 그 비밀을 캐다가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능숙하다. 오늘도 내일도 기차는 떠나고 돌아오길 반복할 것이다. 이야기와 함께.


*컬빗 프리미엄 투어 <2> 그랜드센트럴의 비밀 10가지 다음 투어는 2월 19일(목) 오후 1시에 열립니다.



hanhyejin3-200.jpg 한혜진/수필집 '길을 묻지 않는 낙타' 저자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후 결혼, 1985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한양마트 이사로 일하면서 김정기 시인의 권유로 글쓰기와 연애를 시작, 이민 생활의 균형을 잡기위해 시와 수필을 써왔다. 2011년 뉴저지 리지필드 한양마트에 갤러리1&9을 오픈, 한인 작가들을 소개했으며, 롱아일랜드 집 안에 마련한 공방에서 쥬얼리 디자인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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