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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자페 & 헤더 쉬한 2인전

 

 

  

뉴욕 미술계에 떠들썩했던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 잠잠해지고 있는 듯 하다. 아트딜러들이 투자 가치 있는 블루칩 작가를 찾아 헤매는 아모리쇼와 사진 한 점에 70만불을 호가하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경매는 언더그라운드 미술가들에게 심난한 풍경일 것이다. 미술이 본연의 의무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본질적인 기능에서 멀어져 갔다고 해서, 철학적인 사고를 하는 아티스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실비아 월드&포 김 아트 갤러리(Sylvia Wald & Po Kim Art Gallry)에서 지난 8일부터 열리고 있는 미셸 자페(Michelle Jaffe)와 헤더 쉬한(Heather Sheehan)의 2인전은 시끌벅적, 야단법석의 현대 미술계에서 저 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이들은 비명(scream)보다 속삭임(whisper)을 소중히 하는 젠(Zen) 아티스트들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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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쾰른에 살고 있는 헤더 쉬한은 '방문객'에서 미니어처 조각과 대형 사진 속의 인형들 간의 대화를 유도한다. Photo: Sukie Park 

 

 

 

 헤더 쉬한의 ‘방문객들(Visitors)’이 있는 공간은 ‘걸리버 여행기’의 한 장면인 것 같다. 쉬한은 흰 실로 꿰매어 만든 미니어쳐 인형의 전신과 두상을 한쪽 벽에 세워놓았다. 그 인형들의 표정은 마치 일본의 부토 무용수(butoh dancer)처럼 슬픈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서있는 자세는 당당하다. 일련의 인형들 건너 편엔 이들을 담은 대형 흑백 사진이 마주 보고 있다. 벨기에 사진작가 바트 미셸슨(Bart Michelsen)은 확대한 사진을 두고 할리우드 영화 제목처럼 “애들이 커졌어요(Honey, I Blow Up the Kids)”라고 너스레라도 떠는 듯 하다.
 

 

 여기서 우리는 사진과 조각, 2차원과 3차원, 거인과 미니어쳐 간의 미스테리한 긴장을 경험한다. 누가 방문객이고, 누가 주인일까? 이들 대화의 시작은 서로 다름을 수용하는 것에서, 공존의 이유를 찾는 데서 출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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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자페는 매 순간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뉴요커들에게 인공적인 세팅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선사한다. Photo: Sukie Park   

 

 

 

 헤더 쉬한의 전시에선 눈을 열고 꼼꼼히 입체와 평면 인형들을 관찰해야 하지만, 미셸 자페의 음향 설치작  ‘깨어남(Awakening)’에선 눈을 지긋히 감고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바닥에 수평으로 깔린 형광 전등은 도시의 불빛을 나직하게 품어내고 있다. 높게 매달린 스피커에선 새소리, 개구리 소리, 코요테의 울부짖음, 각종 곤충의 소리가 들려 나온다.
 

 

자페는 애리조나에서 ‘여명(dawn)’ 무렵에 자연이 깨어나고 있는 소리를 담아왔다. 눈 감고 소리에 취해버리면, 마음은 앙리 루소(Henry Rousseau)의 그림에 등장하는 정글 속으로 가고 있다.  ‘깨어남’에는 자연과 인공, 시각과 청각, 소음과 침묵의 긴장이 있다. 자페는 물질문명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도시 뉴욕에서 자페는 멈추어 태고적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고요하게 회유한다. 그곳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진다.

 

 자페와 헤더는 20여년 전 뉴욕에서 고단한 작가 시절 쥬얼리 디자이너로 처음 만나 오랜 우정을 나누었다. 자페는 영국 노위치에서 미술과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고, 메인주 출신인 쉬한은 지금 독일 콜론에 거주 중이다. 둘 다 아웃사이더(outsider)로서의 체험이 작품에 녹아있을 터이다. 전업 작가가 된 오늘, 상혼에 빠지지 않고, 미술의 정신적인 것을 고수하는 작가들이 아름답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계속된다. 417 Lafayette St. 4th Fl. 212-598-1155 www.waldandkimgalle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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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페의 '깨어남'은 빛과 소리를 통해 갤러리의 관람객을 명상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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