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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Modern/Contemporary Artists
2014.07.02 13:05

재스퍼 존스는 왜 '성조기(Flag)'에 집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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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을 그리지 않는다. 표면을 그릴 뿐이다." 

Jasper Johns and the Flag                                                    



재스퍼 존스의 성조기(Flag)'가 작가 경매 사상 최고가인 3600만 달러에 낙찰됐다.

11일 베테랑스 데이 뉴욕 소더비에서 열린 경매에서 '성조기'는 예상가 1500만-2000만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가격에 팔리면서 최고가격을 기록했다. 2014.11.12



538491-Jasper_johns_portrait_6_med-long.jpg 재스퍼 존스



2014년 미 독립기념일은 마침 미 애국가 ‘The Star Spangled Banner’의 가사가 쓰여진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레드, 블루, 화이트, 별과 줄로 장식된 성조기는 화가 재스퍼 존스(Jasper Johns, 1930- )의 오브제이기도 했다.


회화로서의 성조기를 생각해본다. 

차일드 하쌈의 풍경화 속에서 휘날리는 성조기가 아니라 재스퍼 존스의 오브제로서의 성조기.


뉴욕의 메이저 뮤지엄에서 잭슨 폴락의 ‘Flag’ 시리즈를 소장하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폴락의 첫 성조기 작품인 ‘Flag’(1954)를 1958년 사들였으며, 휘트니뮤지엄은 3단의 ‘Three Flags’(1958), 그리고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선 유화 ‘White Flag’ (1955) (1957) 2점과 판화를 갖고 있다.


잭슨 폴락, 윌렘 드 쿠닝, 로버트 라우셴버그… 1950년대 뉴욕의 화가들이 커다란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거나, 오브제를 부착하고 있을 때 재스퍼 존스는 고고하게 성조기 그림에 매달렸다. 그가 미국의 상징인 ‘국기’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병사와 성조기


'나는 그림이 세상에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른다. 난 이게 화가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화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릴 따름이다."



Q3DQ000Z.jpg 성조기를 잡은 윌리엄 재스퍼



재스퍼 존스는 그동안 자신이 성조기를 그리는 이유에 대해 "누구나 다 아는 이미지를 통해, 주제해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해왔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주목해보자.  재스퍼는 독립전쟁 영웅의 영웅으로 성조기를 들었던 윌리엄 재스퍼(William Jasper, 1750 -1779) 중사에서 따왔다. 


재스퍼 중사는 1776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설리번아일랜드 전투에서 영국군의 포탄으로부터 성조기를  보호했던 인물이다. 당시 주지사는 재스퍼의 용맹을 높이 사서 검을 수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스퍼가 성조기를 구한 독립전쟁 영웅의 이름을 땄다면, 어릴 적부터 성조기에 대한 심상은 각별했을 것이다.


게다가 재스퍼 존스는 한국전쟁 발발 후 1952년부터 53년까지 일본의 센다이에 주둔했다. 국가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파병된 이국 땅의 이방인 병사로서 성조기는 재스퍼 존스의 '정체성'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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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일본에서 돌아온 재스퍼 존스는 잭슨 폴락과 윌렘 드 쿠닝이 주도하는 추상표현주의에 대항했다. 

마음의 상태를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미술에 저항하며,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성조기, 타겟, 숫자, 지도를 캔버스에 올려놓았다. 

일본의 미군부대에 주둔하는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성조기. 미국을 위해,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하는 병사와 성조기.



뉴욕 뮤지엄의 재스퍼 존스 '성조기' 컬렉션: 메트, MoMA, 휘트니



"무언가를 하세요. 거기에 더 하세요. 그리고, 거기에 더 하세요." 

-재스퍼 존스-



처음 성조기가 캔버스에 등장했을 때 화단은 경악했다. 

당시 풍미했던 추상표현주의에 반기를 든 재스퍼 존스는 '반애국자'라는 비난도 받았다. 그러나 마르셸 뒤샹의 다다를 잇는 '레디 메이드' 아티스트이자 '팝 아트'의 선두주자인 네오다다이스트로서 재스퍼 존스는 현대 미술의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누구나 다 아는 상징을 반복적으로 하는 재스퍼 존스의 작업방식은 젠(Zen)을 연상시킨다. 존스는 무념무상으로 단지, 표면의 아름다움을 찾아나서는 화가인 것이다.



Jasper_Johns,_Flag_(detail)moma.jpg MoMA 소장 'Flag' (1954)디테일



재스퍼 존스는 회화를 사상이나 철학적인 것보다 표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바람에 펄럭이는 풍경화 속의 성조기가 캔버스로 오면서 고요해진다. 이 선(Zen)과 같은 상태에서 재스퍼 존스는 미술의 근본으로 돌아간다. 


재스퍼 존스는 납화법(wax encaustic)을 썼다. 유화물감에 뜨거운 왁스를 믹스해 사용하는 납화법은 장기 보존을 위해 고대 미술에서 사용했던 기법을 차용한 것이다. 여기에 신문 사진과 헤드라인 등 시간이 담긴 파편을 잘라 붙였다. 이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표면에는 레이어가 생기고, 독특한 미감이 형성된다. 



met-hb_1998.329_av1.jpg 메트뮤지엄 소장 'White Flag'의 디테일



뉴욕의 뮤지엄들에서 소장한 존스의 '성조기'를 보자.

재스퍼 존스는 아무 생각 없이 소재를 취하고 그렸다지만, 그의 미학적 실험은 캔버스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생각은 감상자의 몫이다.


MoMA가 소장한 오리지널 'Flag'(1954)엔 별이 48개다. 하와이와 알래스카가 주로 통합되기 이전의 숫자를 지속했다. 납화법을 사용해 그린 캔버스는 신문지 조각이 붙여지며 시간이 담긴 '타임 캡슐'이 됐다.


휘트니뮤지엄의 3단 성조기 'Three Flags'(1958)는 별이 84개로 증가한다.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의 탐욕이나 '자민족 중심주의'를 느끼게 한다. 시간의 경과 속에서 더욱 작가지고 있는 성조기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메트뮤지엄이 소장한 모노크롬의 'White Flag'는 마치 눈 내린 성조기같다. 이념과 민족주의를 거세한 캔버스는 평화롭다. 

무념무상(無念無想).




뉴욕현대미술관(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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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per Johns, Flag, 1954, Encaustic, oil, and collage on fabric mounted on plywood, three panels, 42 1/4 x 60 5/8", Museum of Modern Art



1958년 뉴욕 카스텔리 갤러리에서 열린 재스퍼 존스의 첫 개인전에서 MoMA 관장이 사들인 4점 중 한 점. 가치가 2000만 달러 이상에 이르는 오리지널 '성조기' 작품이다.



휘트니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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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per Johns, Three Flags, 1958. Encaustic on canvas, 30 7/8 × 45 1/2 × 5 in.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80년 휘트니뮤지엄은 'Three Flags'(1958)를 100만 달러에 구입하면서 생존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The 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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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per Johns, White Flag, 1955, Encaustic, oil, newsprint, and charcoal on canvas, 78 5/16 x 120 3/4", Metropolitan Museum of Art



1998년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이 'White Flag'(1955)구입했을 때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가치가 2000만 달러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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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per Johns, Flag, 1957, Oil on paper, mounted on paperboard; 12 x 16 3/4", Metropolitan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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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per Johns, Flags, 1968, Lithograph with stamps, 34 x 25", Metropolitan Museum of Art




재스퍼 존스 Jasper Johns(1930- )



"화가가 되기 위해서 당신은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좋은 화가가 되려는 욕망까지도..." 

 -재스퍼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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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태어났다. 1934년 시작된 그랜드 슬램 골프대회 ‘마스터즈 토너먼트’가 열리는 곳이다. 존스는 이미 세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다섯살 때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불안정한 생활이 시작됐다. 부모와 떨어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다가, 엄마와 몇 년 동안 엄마와 살았다가, 이모와 살며 전전했다. 


재스퍼 존스는 어린 시절에 대해 “자랄 때 주변에 화가들이라고는 없었다. 미술도 없었다. 나는 미술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단지 내가 있던 곳과 다른 곳으로 가게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중 교수들이 뉴욕으로 가라고 추천해 3학기를 마치고 1949년 뉴욕으로 이주,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잠시 공부했다. 그러나, 한국전쟁(6.25)이 터졌고, 1952년부터 1953년까지 일본의 센다이 주재 미군부대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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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우셴버그와 재스퍼 존스는 미술계의 파워 커플이었다. 1950년(왼쪽), 1976년의 로버트와 재스퍼.


1954년 뉴욕에 돌아온 후 5살 연상인 로버트 라우셴버그를 만난다. 그와 함께 티파니의 쇼 윈도우를 장식하는 일을 하면서 작업을 했고 동성애 커플이 된다. 이들은 1961년 헤어질 때까지 서로에게 작품의 의견을 주는 동반자이기도 했다. 그 시절 안무가 머스 커닝햄과 작곡가 존 케이지 뉴욕 예술인 동성 커플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



538491-Johns_Castelli.jpg 재스퍼 존스(위)와 레오 카스텔리


1958년 뉴욕의 파워 아트딜러 레오 카스텔리가 발굴해 첫 개인전을 열어주었고, 이때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창립 관장이었던 알프레드 바가 이 전시에서 4점을 구입했다. 1963년 존스는 존 케이지와 현대미술재단(Foundation for Contemporary Art)의 전신인 현대퍼포밍아트재단(Foundation for Contemporary Performance Arts)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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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재스퍼 존스에게 자유의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존스는 2011년 2월 자유의 메달상을 수상함으로써 1977년 알렉산더 칼더 이후 최초의 메달 수상 조각가가 됐다.

2012년까지 업스테이트 뉴욕 스토니포인트의 농장에서 살다가 현재는 코네티컷 샤론과 카리비안해의 세인트 마틴섬을 오가며 살고 있다. 


재스퍼 존스는 1980년대 이후 1년에 4-5점을 그렸고, 어떤 해는 한 점도 그리지 않았다. 희귀성 때문에 경매에서 가격은 치솟았다.  

1988년 그의 'False Start'(1959)는 소더비 경매에서 1705만 달러에 팔리며 다시 생존작가 최고가를 기록한다. 



538491-false-start-1959.jpg False Start


2006년 시카고 헤지펀드 창립자 앤과 케네스 그리핀이 데이빗 게펜으로부터 이 작품을 8000만 달러에 사들이면서 프라이빗 세일 생존 화가 최고가의 그림이 됐다. 2013년 5840만 달러에 팔린 제프 쿤스의  '풍선개(Balloon Dog, orange)'는 경매사상 생존작가 조각 최고 가격이다.



재스퍼 존스 주요 작품

Flag (1954–55)

White Flag (1955)

Target with Plaster Casts (1955)

False Start (1959)

Three Flags (1958)

Coathanger (1960)

Painting With Two Balls (1960)

Painted Bronze (1960)

Device (1962-3)

Periscope (Hart Crane) (1963)

The Critic Sees (1964)

Study for Skin (1962)

Figure Five (1963–64)

Voice (1967)

Skull (1973)

Tantric Detail (1980)

Seasons (1986)

Numbers in Color(1958–59)

Titanic(1976–78)




delfini2-small.jpg *발튀스와 로버트 인디애나: 유년기에 고착된 거장들의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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