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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작 스캔달 회오리
 뉴욕 전시 인터뷰 플래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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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첼시 2x13 갤러리(대표 크리스탈 김)에서 전시회를 열 때 화투 그림 옆에서 조영남씨. Photo: Sukie Park


화가로도 활동해온 가수 조영남씨의 '화투' 시리즈 300여점이 속초에 사는 무명화가(송기창씨)가 8년간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무명의 대작 화가가 받은 수고료는 점당 10만원 선...갤러리에서는 2000만원까지 호가한다고. 송기창씨는 뉴욕에서 유학 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며, 조영남씨는 관행이라고 해명했고, 미술계는 대작 관행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앤디 워홀은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고, 조수를 시켰으며, 제프 쿤스가 100여명의 조수를 데리고 작업한다는 것. 

조영남씨는 지난해 5월 부천 석왕사에서 학력위조 스캔달에서 복귀한 신정아씨 기획으로 전시회를 연 바 있다.


조영남 뉴욕 전시 & 인터뷰 플래시백

조영남씨는 2004년 여름 뉴욕한국문화원에서, 2006년 겨울엔 첼시 2x13갤러리에서 전시회을 열면서 뉴욕을 방문했다. 이번 대작 스캔달의 주인공인 속초 무명화가는 2009년부터 대신 그려주었다고 한다. 뉴욕 전시 작품은 누가 그려주었을까? 아니면, 조영남씨 본인이 그렸을까? 당시 인터뷰를 회고한다. 


뉴욕중앙일보 
2004. 6. 10

‘가수 조영남의 미술세계
이제는 그림 앞에 선 ‘재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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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첼시 2x13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에서조영남씨.
 

가수, 화가, 배우, 방송인, 수필가로 예술적 끼를 펼쳐온 조영남(60·사진)씨가 지난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맨해튼 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460 파크 애브뉴, 6층)에서 개인전 ‘태극기로 뉴욕 그리기’를 열고 있다. 

조씨는 이미 73년 초 안국동 한국화랑에서 데뷔전을 연 이래 30여년간 꾸준히 본국과 해외에서 전시회를 열어왔으며, 올해 9월 광주 비엔날레까지 초대된 명실상부한 ‘화가’다. 가수와 화가를 합쳐 ‘화수(畵手)’라고 자칭할 만큼 그림에 대한 애착을 보여온 조씨는 ‘가수는 생업이며, 그림은 취미’라고 말한다. 그는 ‘노래야 파바로티처럼 부르면 인정받지만, 피카소나 고호를 흉내냈다가는 바보소리나 들을 것’이라며 그림이야말로 독창성이 요구되는 예술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 우물 파는 예술인을 숭배하는 한국 풍토에서 그는 가능한 두 예술적 재능을 분리하려고 애써왔다. 그래서 10일 오프닝 리셉션에서 가진 미니 콘서트는 자신의 음악과 미술이 최초로 만나는 ‘역사적인 퓨전의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30여점의 작품에는 태극기, 화투, 바둑, 초가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태극문양이 변형된 ‘태극꽃’, 부서진 화투가 있는 ‘장미화원’, 초가 속에 조씨의 성장 사진이 콜라쥬된 ‘그리운 고향집’, 효녀 심청을 애도라도 하듯 쌀가마로 기워진 초가가 있는 풍경 ‘심청 이야기’에서 우리는 큐비즘의 흔적을 발견한다. 

조씨는 고정관념을 깨며, 사고의 융통성을 깨기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설명한다. 그의 캔바스에서 태극기는 해체되며, 밀레의 ‘만종’이 재해석된다. 그는 오브제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면서 화가로서 철학적 장난을 치고 있다. 89년작 ‘하나의 한국을 위한 두개의 국기’에서는 한반도의 비극을 상징하는 두개의 백색 국기가 미니멀리즘 화법으로 표현되어 있다. 해빙의 시대에 감상하는 조씨의 이 작품은 가장 선(禪)적이며, 애절하며, 극적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15년 후 조씨는 코카콜라 깡통 위에 잘라진 태극기 그림 ‘코메리칸 국기’로 분단 한국의 현실을 냉소적으로 응징한다. 

화투를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조씨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찾다보니깐, 화투에서 조형미를 발견하게 됐다. 화투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들어있다. 이 놀이를 좋아하면서도 아닌 척하는 한국인의 이중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화투를 못친다’다고 주장하는 조씨의 98년작 ‘항상 영광’에는 화투의 5광이 있으며, 팔공산의 달이 전선 위에 걸친 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우산을 받쳐든 조씨의 자화상 위로 쏟아지는 비 화투 그림 ‘비와 우산’(02)에서는 그의 장난끼 가득한 심성이 한껏 발현되고 있다.

자신을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재미니즘의 창시자’라고도 부르는 조씨는 환갑을 앞 둔 나이에 또 넘고 싶은 산이 있다면, ‘사랑’이라고 가수처럼 말했다.

박숙희 기자

뉴욕중앙일보
2016. 12. 13

화가 변신 조영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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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뉴욕 전시를 위해 방문한 조씨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김보현 화백, 실비아 월드 화백 부부, 이숙녀 알재단 대표와 함께. Photo: Sukie Park


"뉴욕은 경쟁의 도시입니다. 올 때마다 치열한 경쟁심이 느껴져 사실 매우 싫어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나이 들어서 이젠 경쟁하기가 싫어요."

가수 조영남(61.사진)씨가 10일 뉴욕을 방문했다. 이번엔 콘서트가 아니라 전시회를 위해서다. 조씨는 14일부터 맨해튼 2x13갤러리에서 열리는 그리스계 화가 조지 보레스와의 2인전 '센스 오브 플레이스'에 초대됐다. 뉴욕 전시는 이번이 4번째. 

이번에 전시할 작품은 '화투'를 소재로 한 20여점의 콜라주. 그가 화투를 오브제로 사용한 것은 25년이 넘었다.

"화투는 정체불명이지요. 암호 같기도 하구요. 식민지시대 일본에서 들어왔는데 정작 일본에서는 사라졌지만 한국에는 남아 있지요. 화투에는 모순도 많고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사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조씨가 처음 그림의 소재로 화투에 주목한 것은 미국에 살던 때였다. 미국에서 미술을 하려면 '독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 어느날 화투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화투 속의 그림들이야말로 동양화가 아닐까요? 그 누구도 화투를 그림으로 보지 않지만 예술가로서 화투 속의 그림을 드러낼 필요성을 느꼈지요."

조씨가 그동안 그림용으로 구입한 화투만해도 수백만원어치가 된다. 48장의 화투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사흑싸리. 검은 열매가 열리는 나뭇가지 그림이 있는 사흑싸리는 미적으로 흑백의 정교한 콘트라스트가 있다는 것. 그가 즐겨 다루어온 소재는 화투 이외에도 바둑판 바구니 태극기 등 지극히 한국적인 것들이다. 누구나 흔히 보지만 그 누구도 미술의 소재로 사용하지 않았던 물체들이다. 그래서 그는 팝 아티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조씨는 자신을 '화수(畵手)'라고 부를 만큼 그림에 큰 비중을 두고 살아왔다. 그가 그림에 재능을 보인 것은 어려서부터다.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던 소년 조영남은 용문고 시절 미술반 부장도 지냈다. 화가로 세상에 알려지기 전 가수로 먼저 떠버린 셈이다. 
그래도 그는 붓을 놓치는 않았다. 틈틈이 그려오던 그가 화가로서 정식 데뷔전을 한 것은 미국에서. 1973년 LA에서 처음 전시를 한 후 한국에 알려져 본격적인 전시를 하기 시작했다.

가수, 화가, 수필가, 라디오 진행자 등으로 활동해온 전천후 예능인 조씨는 지난해 친일 발언에 휘말려 방송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1년 반 정도 돈 못 버는 백수로 살았지요. 대신 그림을 그렸어요." 조씨는 지난 달 방송인으로 복귀했다. 이제 그는 화투 그림의 챕터를 접고 새로 발견한 오브제인 와인 코크로 새로운 그림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시일정: 14일~1월27일 ▶2x13갤러리: 531 West 26th St. 4Fl. 212-563-3365. 

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