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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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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큐레이터의 메트뮤지엄 한국미술 감상  

 
 메트뮤지엄 아시아부 100주년 <2>
고려 도자기의 우수함 간직한 청자상감운학문매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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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소장한 한국유물 약 530여점 중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도자기이다. 미국 대부분의 박물관의 경우도 도자기가 한국유물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 이유는 우선 도자기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외국인들이 처음 한국미술을 수집하기 시작할 당시 쉽게 구할 수 있는 유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중국이나 일본 미술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독특한 '한국의 미'를 도자기에서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특히 고려 청자가 초기 서양 수집가들에게 사랑받았고, 메트뮤지엄 소장 청자도 대부분 20세기 전반에 기증, 구입을 통해 들어온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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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의 빛깔은 당대에도 유명했고 ‘비색’으로 잘알려 있는 은은한 회청색이다. 
청자의 원산지인 중국 유물들의 강렬한 색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고려청자 중에서도 스타는 단연 상감청자를 꼽을 수 있고, 이는 중국과는 달리 고려에서 크게 유행했다. 상감청자는 날카로운 도구로 문양을 파내어 다른 색 태토로 메운 후 청자유를 입힌 도자기를 일컫는다. 
상감기법은 보통 금속공예나 칠기에서 많이 보이는 것으로 고려 상감청자도 다른 공예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14. Maebyeong with decoration of cranes and clouds  (2).jpg 
청자상감 운학문매병, 고려 13세기말
Maebyeong with decoration of cranes and clouds, late 13th century  
Photo: Courtesy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메트가 소장한 고려 상감청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상감운학문 매병 두 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시원스럽고 커다란 학과 구름이 띄엄띄엄 상감되어 있는 13세기 후반의 매병(사진)은 걸작이라 할 수 있다. 1927년 메트의 최초 아시아담당 큐레이터가 옥션에서 구입하였고, 동부지역 미국인이 소장하였던 작품이다. 
 
이러한 양식의 청자 매병은 전라북도 부안 유천리요에서 만들어졌는데 현존하는 완형의 작품은 극히 드물다. 푸른 하늘(청자 유색)에 둥실 떠 있는 큰 버섯 모양의 구름과 그 주위를 춤추는 늘씬한 학의 조화가 일품이다. 흰색 디자인에 검은색 윤곽선이 포인트다. 
 
 
73. Vertical flute with decoration of chrysanthemums, cranes, and clouds (2).jpg 
청자상감 운학국문 피리 고려 13세기 초
Vertical flute with decoration of chrysanthemums, cranes, and clouds  
Photo: Courtesy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메트 소장 고려청자 중 또 하나의 독특한 예로 2008년에 구입한 청자 피리(사진)를 들 수 있다. 
현존하는 청자 피리의 유일한 예로 보인다. 작은 학과 구름, 그리고 국화꽃 문양이 상감되어 있다. 이 피리를 불면 소리가 제대로 안 나오는데, 마우스피스를 사용해야 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악기보다는 장식품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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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 대모 칠 국화넝쿨 무늬 꽃 모양 합, 고려 12세기
Lacquer inlaid with mother-of-pearl and tortoiseshell over pigment, brass wire  
Photo: Courtesy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한국 미술에서 청자 외에 상감기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예가 나전칠기이다. 
현존하는 고려시대의 나전칠기는 극히 드물다. 그 희귀한 한 예를 메트 뮤지엄에서 한 점 소장하고 있다. 나전과 대모(거북등 껍질)로 꽃문양이 화려하게 장식된 작은 합이다(사진)원래는 이런 모양의 작은 합 4개와 큰 합 한개가 세트를 이루었고, 아마도 화장품 용기 또는 종교 의식에 쓰이는 향을 담던 그릇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1925년 메트의 아시아 담당 큐레이터가 일본 쿄토에서 구입하였으며, 당시에는 일본 유물로 잘못 인식되었었다. 
http://www.metmuseum.org/exhibitions/listings/2015/korea
 
*이 칼럼은 2006년 뉴욕중앙일보에 연재된 칼럼을 보완한 것입니다.
 
 
이소영 Soyoung Lee
2003년부터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최초의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로 일해왔다. 메트뮤지엄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황금의 나라, 신라(Silla: Korea’s Golden Kingdom)>특별전 (2013. 11.4~2014.2.23)은 황남대총 출토 금관 (국보 191호)과 금동반가사유상(국보 83호)등이 출품되고 약 195,000명의 관람객이 찾은 히트전이었다. 2011년  <흙 속의 시: 리움삼성미술관 소장 분청사기(Poetry in Clay: Korean Buncheong Ceramics from Leeum, Samsung Museum of Art)> 2009년  <한국 르네상스의 미술(Art of the Korean Renaissance, 1400-1600)>, 2008년 <미와 학문: 한국 병풍'(Beauty and Learning: Korean Painted Screens> 등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미술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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