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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했을 때, 당신은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다. 실패했을 때, 당신에겐 샴페인이 필요하다.” 

-나폴레옹-

 

“모든 여성의 삶에는 한잔의 샴페인만이 도울 수 있는 때가 온다.” 

-베티 데이비스(영화배우)-

 

“내 인생의 유일한 후회는 샴페인을 충분히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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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 샴페인들이 모였다!

제 8회 '마스터 오브 와인' 샴페인 테이스팅

 

 

‘축제의 술’로 불리우는 샴페인(Champagne).

프랑스 북부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되는 발포성(sparkling) 와인만 샴페인이라 불리울 자격이 있다. 사실은 '샹파뉴'로 불러야하지만, 이상하게 영어식 발음인 '샴페인'으로 통용된다. 미국산은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이탈리아는 스푸만테(spumante), 스페인에선 카바(cava), 독일산은 젝트(Sekt)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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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의 선구자의 이름을 딴 모에&샹동의 간판 샴페인 돔 페리뇽. Photo: Guido Mocafico 

 

뉴욕에서 몇 차례 샴페인 테이스팅 행사에 가본 적이 있었다. 10여년 전 밸런타인스데이에 록펠러센터의 레인보우룸에서 20여종의 샴페인을 맛보았다. 고등학교 때 불어를 공부했는데도, 샴페인 이름이 왜 그리 어려운지! 그땐, 그저 샴페인은 가늘고 긴 플루트(flute)에 따라 마셔야 하며, 버블의 크기와 수가 샴페인마다 그토록 다를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배웠다.

  

7-8년 전 마크호텔(*조니 뎁이 난동을 부렸다는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호텔)에서 열린 샴페인&디너에선 사고가 일어났다.

호텔에서 와인클럽을 운영하는 소멀리에(와인 전문가) 리처드 딘씨가 장도(Sabrage)로 샴페인을 따는 시범을 보이다가 그만 참석자의 입가에 병 조각이 스치고간 것. 그 남자의 입술에서 약간의 피가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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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기념행사에서 종종 장도로 샴페인을 오픈하는 것이 관습이다. 

 

독일 와인에 정통했던 딘씨는 그 사건 얼마 후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로 직장을 옮겼다. 혹시 입술이 찢어진 고객이 소송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늑한 마크 호텔에선 리즐링, 론 와인(기갈) 등 특강과 시음회에도 참석했었는데, 그가 떠나면서 와인 프로그램이 사라진듯하다. 

 

그 후 맨해튼의 샴페인바 플루트(Flute Gramercy)에서 샴페인과 음식 매치 특강에 가봤다. 그때 샴페인은 뉴이어즈이브나 축하할 때만 마실 것이 아니라 칵테일처럼 식전이나, 한가로운 여름날, 우울한 겨울 밤, 어느 때고 기분 전환용으로도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는 것을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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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릭스트릿의 시티와이너리에선 콘서트도 열린다. 밥 딜런의 아들 제이콥 딜란이 연주를 했다. 

  

지난 27일 맨해튼 시티와이너리(City Winery)에서 샹파뉴의 명품 샴페인들을 초빙한 ‘빅 테이스팅’이 열렸다. 와인마스터협회(The Institute of Masters of Wine)가 주최하는 제 8회 샴페인 테이스팅은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최대의 샴페인  시음회. 돔 페리뇽(Dom Perignon), 크루그(Krug),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볼랭저(Bollinger), 태탕저(Taittinger) 등 이름만 들어도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싶은 샴페인을 비롯 105종이 등장했다.

  

테이스팅은 난빈티지(NV, Non-Vintage, *포도 수확연도가 섞인 것), 데미-섹(Demi-Sec, *약간 단 것), 빈티지(Vintage,* 한해 수확한 포도로만 제조한 것),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 *백포도만으로 만든 것), 로제/블랑 드 누아(Rose/Blanc de Noir, *로제와 적포도로 만든 것)로 나뉘어서 진행됐다. 

 

소더비나 크리스티, 혹은 다른 시음회에선 각 테이블마다 소멀리에들이 따라 주는데, 이 시음회에선 셀프-서비스였다. 

 

IMG_8604-가로.jpg 돔 페리뇽, 피에르 주엣이 얼음통에서 기다리고 있다. SP 

 

따라서, 돔 페리뇽, 크루그, 폴 로저, 뢰데러, 파이퍼 하이드섹 등을 한 자리에서 한 없이 시음할 수 있었다. 105종 중 약 70%를 시음했다.

 

그런데, 비교 테이스팅 결과 돔 페리뇽은 기대 만큼 흡족스러운 최고의 맛은 아니었다. 놀라운 발견도 있었다. 

2012 테이스팅의 톱 10을 소개한다. 



 

2012 'Masters of Wine' Champagne Tasting

   

 IMG_8610-가로.jpg 1. Piper Heidsieck “Rare” 2002 

Photo: Sukie Park/www.NYCultureBeat.com

 

‘Rare’라고 명시된 것도 그러하지만, 황금색의 화려한 레이블이 고혹적이었다. 빈 병을 얻어다가 화병으로 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궁전에나 어울릴 것 같아서 포기했다.

 

황금색 컬러에 케이크향이 나며 입 안에서 크림처럼 부드럽다. 이어 시트러스와 카라멜, 이스트, 그리고 매운 맛이 입 안에서 춤을 추며 축제를 벌이는 듯하다. 그리고 화려하고도 긴 여운(long finish). 잊혀지지않는 샴페인이다. 

 

1976년 이후 파이퍼-하이드섹은 빈티지 샴페인을 8차례(76, 79, 85, 88, 90, 98, 99, 2002)만 생산했다. 2011년 헬싱키에서 발행하는 와인 전문지 ‘FINE’에서 선정한 샴페인 베스트 100에서 2002 빈티지가 1위를 차지했다. 2002 빈티지는 300케이스만 생산했다. $170


파이퍼 하이디섹은 1785년 플로랑스-루이 하이드섹이 창립한 와이너리로 2011년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 EPI에 매각됐다.

  

 

IMG_8603.JPG  2. Perrier-Jouët "Belle Epoque" Brut 2004

 

피에르-주엣 ‘벨 에포크’ 브륏. 1902년 에밀 갈레(Emile Gallé )라는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꽃무늬가 로맨틱하다.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뜻의 ‘벨 에포크’는 시큼하지만 우아하고, 꿀맛과 복숭아, 비스킷 맛이 어우러진다. $137

 

a128248_2_600.jpg 모나코의 알버트 왕자의 결혼식에 올려진 피에르 주엣 샴페인.  

1811년 피에르-니콜라스-마리 페리에 주엣이 창설했다.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샴페인인 빈티지(1825년)를 오픈하기도 했다. 프랑스 음료 브랜드 페르노 리카르(Pernod Ricard) 산하로 들어갔으며, 연간 300만병의 샴페인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모나코 알버트 왕자와 샬린 위트스톡의 결혼식에선 피에르 주엣 샴페인으로 건배를 했다.

 

IMG_8564.JPG    3. Louis Roederer Brut Rose 2007

 

핑크/오렌지 등 빛깔의 로제 샴페인은 어쩐지 유혹적이며 섹시한 느낌을 준다. 루이-뢰더러 브륏 로제는 라즈베리, 오렌지와 그레이프프룻, 그리고 초콜릿과 코코아의 흔적이 델리케이트하게 느껴진다. $75

 

 

louis-roederer-cristal-beautyshot-580cs060210-1276270830.jpg ♣크리스탈(Cristal)

 

2012 샴페인 테이스팅엔 안타깝게도 세계 최고 샴페인으로 꼽히는 루이 뢰데러(Louis Roederer)의 ‘크리스탈(Cristal)’이 나오지 않았다.
 

1776년 시작된 루이 뢰데러는 100년 후 크리스탈을 출시했다. 러시아의 짜르 알렉산더 2세가 독살모의를 방지하기 위해 투명한 병을 의뢰하면서 크리스탈이 탄생하게 된다. 
 

'샴페인 중의 보석'으로 불리우는 크리스탈은 한때 제이지(Jay-Z), 숀 '디디' 콤, 카니예 웨스트 등 인기 힙합 뮤지션들이 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006년 루이 뢰더러의 매니징디렉터(프레데릭 루조)가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힙합 뮤지션들의 관심에 대해 "우리는 그들이 구매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돔 페리뇽이나 크루그(*라이벌)는 그들의 비지니스를 얻는 것을 기뻐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이 지를 비롯한 래퍼들은 이런 발언이 다분히 인종차별적이라고 판단하고, 불매운동을 벌였다. Cristal 2002 $250, Rose $595.

 

 

IMG_8623.JPG  4. Piper Heidsieck Rose Sauvage NV

 

‘야만의 장미’라고나 할까. 사실 3주 전 손님이 오셨을 때 점심식사에 내놓은 샴페인이 바로 파이퍼 하이섹 로제 소바쥬 넌빈티지(NV)였다. 와인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분이지만 “이제까지 마셔본 샴페인 중 최고”라고 즐거워하셨다. 

 

돔 페리뇽, 크루그 등 쟁쟁한 명가 샴페인 사이에서 핑크색 레이블의 파이퍼 하이섹 로제 소바쥬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콧날이 시큰해질 정도의 스파이스에 딸기, 꽃 내음과 코코아 맛이 합주하는 샴페인이다. $52


 

IMG_8587.JPG 5. Krug "Grande Cuvée" Brut

 

샴페인 테이스팅이 오후 12시와 오후 2시 30분 두 차례 열렸기 때문에 저녁 무렵에 열리는 시음회처럼 붐비지 않았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와인 전문가들이나 애호가들이 주를 이루어서 유유자적하게 테이스팅을 할 수 있었다. 크루그 한병을 따는 소리가 들리자, 어떻게 알아 듣고 총총히 사람들이 몰려왔다.
 

크루그 ‘그랑 쿠베’ 브륏은 과연 듣던대로 파워가 있는 명품 샴페인이었다. 프레쉬하고, 장미와 커피, 사과와 꿀맛에 약간의 스파이스가 가미된 리치 와인, 그러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139.
 

1843년 독일 이민자 요한 조셉 크루그가 시작한 크루그는 루이뷔통 모에에네시(LVMH, Louis Vuitton Moët Hennessy) 산하에 있다. 
 

 

IMG_8541.JPG 6. Pol Roger Cuvée “Winston Churchill” 1999

 

“기억하시오, 신사 여러분. 우리가 싸우는 것은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의 샴페인을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윈스턴 처칠-

 

 

윈스턴 처칠은 시가뿐만 아니라 폴 로저의 열혈팬이었다.  매일 마셨고, 심지어는 그의 애마에게도 이름을 '폴 로저'라고 지어주었다고 한다.  폴 로저 쿠베 "윈스턴 처칠"은 1975년 그의 사망 10주기를 맞아 나왔다. 

 

pol_advert_3.jpg 사망 10년 후 사랑하던 샴페인에 이름을 붙인 윈스턴 처칠.

 

창백한 황금색, 복숭아, 배, 오렌지, 민트, 꽃 향기에 스모키하고 스파이시한 뒷맛이 오래 여운을 남긴다. $190. 


1849년 변호사의 아들이었던 폴 로저가 와인 도매업자로 일하다가 자신의 와이너리를 오픈했다. 엘리자베스 제 2세의 공식 샴페인으로 왕실 인증서가 붙었으며, 지난해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피로연에도 제공됐다. 

 

article-1381795-0BD3C00300000578-986_634x417.jpg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에도 폴 로저 샴페인.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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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oet & Chandon "Dom Pérignon" Brut 2003

모에&샹동이 ‘샴페인의 아버지’ 수도사 돔 페리뇽의 이름을 딴 와인. 약간의 바닐라와 꿀맛에 복숭아와 시트러스의 아로마가 어우러져 우아하게 넘어간다. $149.

1981년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에 특별한 휘장이 붙여진 돔 페리뇽 1961 매그넘을 터트렸다. '디캔터(Decanter)'지에 따르면, 게스트들은 볼랭저(Bollinger)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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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ët & Chandon Grand Vintage Brut 2002


 

결혼 피로연에서 인기 있는 샴페인. 딸기, 모에&샹동 그랑 빈티지 브륏은 체리와 아몬드 맛에 레몬 향기가 느껴지며, 긴 여운을 준다. $65.

 

1743년 설립된 모에 에 샹동은 루이뷔통 모에 에네시(LVMH) 산하에 있는 와이너리로 연간 2600만 병의 샴페인을 출시하고 있다. 올 1월엔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의 공식 샴페인으로 제공됐다.

 

 

IMG_8627.JPG 9. Taittinger Brut Rose “Prestige”

 

태탕저 브륏 로제 ‘프리스티지’는 비행기 일등석에서 제공될만한 명품 샴페인이다. 장미향이 나는 로제 샴페인. 정교한 기포와 딸기맛, 그레이프프룻에 개운한 피니쉬가 인상적이다. $58.

 

1734년 자크 포르노가 설립한 와이너리. 1932년 피에르 태탕저가 매입했으며, 2005년 스타우드 호텔 그룹 산하로 들어갔다.

 

 

IMG_8632.JPG 10. Piper-Heidsieck “Cuvee Sublime” Demi-Sec NV

 

달착지근한 Dose 샴페인 중에선 파이퍼-하이섹 쿠베 서블라임이 코와 입을 사로잡았다. 새콤달콤한 열대과일 맛과 카라멜, 계피와 바닐라향이 부드럽게 조화를 이룬다. $43.

  

 

☞샴페인 상식 

840.JPG 돔 페리뇽

 

▶샴페인의 기원: 17세기 샹파뉴 지방의 베네딕트 수도승 돔 피에르 페리뇽이 발견했다. 프랑스에서도 추운 지방인 샹파뉴의 와이너리에선 포도를 늦게 수확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포도 껍질에 있는 이스트가 당분에서 알코올로 전환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초봄에 이스트가 발효하면서 거품이 생기게된 것. 돔 페리뇽은 거품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와인 병과 코르크 마개도 발명한 인물이다. 

 

 800px-Chardonnay_Moldova.jpg 샤도네이Chehalem_pinot_noir_grapes.jpg 피노누아505px-Pinot_Meunier.jpg 피노무니에

  

▶포도 종류: 샴페인은 백포도 샤도네이(Chardonnay), 적포도 피노느와(Pinot Noir), 피노무니에(Pinot Meunier)종의 포도로 양조한다.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은 샤도네이로만 제조한 샴페인,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는 피노, 즉 적포도로만 만든 샴페인을 말한다.

 

▶당도 표기: 드라이한 샴페인은 ‘브륏(Brut)’. 가장 단 샴페인은 두(Doux). 가장 단 것부터 드라이한 순서로 Doux-Demi-sec-Sec-Extra-Sec-Brut-Extra Brut 순이다.

 

▶보관온도: 섭씨 14도. 구입한 후 마실 때는 2-3시간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아이스 바스켓에 20분 정도 넣었다가 오픈하면 된다.

 

▶글래스: 플루트(flute)나 튤립(tulip)형 잔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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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jpg *와인과 치즈, 그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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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알공주 2012.08.29 17:43
    피에르 페뇽은 17세기 베네딕트 수도회 수도승이면, 돔 페리뇽은 누구예요? 그 아들일 리는 없을테고...동일 인물?
    위의 탑텐은 모두 생산지가 샴페인 지방이예요?
  • sukie 2012.08.29 17:58
    -동일 인물이예요. 본명은 피에르 페리뇽(c. 1638–1715)인데, 수도승에게 존경의 의미로 Dom을 붙인데요.
    테이스팅에 나온 105가지 샴페인은 모두 샹파뉴에서 온 '샴페인'이지요. 이를테면, 캘리포니아에서 온 것은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불러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