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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사랑에 빠진 그녀...이 시대 진짜 괴물은 누구?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 사랑의 모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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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이자와 괴물의 안식처. The Shape of Water


*The Shape of Water 예고편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53)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 한국 개봉 제목은 '사랑의 모양')'는 2017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으며, 올 초 골든글로브상 감독상과 오리지널 작곡상을 수상했다. 또, 오는 3월 4일 열릴 제 90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 여우조연, 남우조연, 촬영, 각본, 편집, 오리지널 작곡, 의상, 미술, 사운드편집, 사운드믹싱 등 13개, 최다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델 토로 감독은 '그래비티(Gravity)'의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on), '버드맨(Birdman)'과 '레베넌트(The Revenant)'의 알레얀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Alejandro Gonzalez Inarritu)와 함께 멕시코 출신 감독으로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쓰리 아미고(Three Amigos)'로 불리운다. 쿠아론은 2014년 '그래비티'로 아카데미 7개 부문을 휩쓸었고, 2015년 이나리투는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후 이듬해 '레버넌트'로 오스카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삼총사의 막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멕시코 신화를 이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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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pe of Water


미국과 소련의 냉전기, 우주개발 경쟁이 치열하던 1960년대 볼티모어, 언어장애 여인 엘라이자 에스포지토(샐리 호킨스 분)는 정부의 한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야간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영화관 빌딩 아파트에서 사는 엘라이자는 이웃집 일러스트레이터 자일스(리처드 젠킨스 분), 직장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 분)와 친하지만, 늘 외롭다. 욕조에서 자위로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어느날 센터의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 분) 대령이 남미의 강에서 포획한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 양서류 인간(더그 존스 분)가 실험실로 들어온다. 엘라이자는 호기심에 이끌려 괴물에 다가가고, 음악과 수화로 소통하며 비밀리에 만나면서 정이 들어버린다. 이 모습을 목격한 과학자이자 러시아의 스파이 호프스텔러(마이클 스털바그 분)는 연구를 위해 괴물을 살리고자 한다. 한편, 스트릭랜드 대령은 괴물의 생체를 해부해서 우주개발에 이용하려 한다. 이에 엘라이자는 괴물을 탈출시킬 계획을 세우고, 호프스텔러는 그녀를 돕는다. 


엘라이자는 괴물을 아파트로 데려와 며칠 후 인근 카날에 풀어주려고 한다. 그러면서 괴물과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괴물은 이웃 화가의 고양이를 먹고, 사고를 치고 영화관으로 달아난다. 한편, 스트릭랜드는 괴물을 찾아 카날까지 추적해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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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가 아니라 괴물과 언어장애 여인의 로맨스. The Shape of Water


'셰이프 오브 워터'에는 괴수가 등장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괴물(The Host, 2006)'처럼 위협적이지 않다. 차라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1982)처럼 주인공과 소통하는 괴물이다. 언어장애자라 수화로 소통하는 엘라이자와 괴수의 로맨스는 전형적인 '미녀와 야수' '킹콩'과 여인이 아니다. 엘라이자는 언어장애가 있으며, 밤에 청소부로 일하는 외로운 여인이다. 그녀는 소외된 아웃사이더이며, 그녀의 이웃집 화가는 동성애자이며, 그녀의 친한 직장동료는 흑인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이처럼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또한,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괴물은 미끈미끈하고, 징그럽지만, 감정이 있다. 엘라이자는 표면이 아니라 마음으로 괴물과 통했다. 엘라이자의 아침식사이자, 괴물에게 가르쳐주는 (삶은) 달걀은 단단한 껍질 속의 유연함, 생명체의 기원을 상징하는듯 하다.  


최영미 시인이 '괴물'에서 지적했듯이 우리 시대 괴물은 멀쩡하게 지성인체 하면서 부정, 부패, 성폭력의 가해자로 둔갑하는 인물들이 아닐까?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부터 앵커 맷 라우어와 찰리 로즈, 배우 케빈 스페이시, 그리고 한국의 검사, 원로시인 등 #MeToo를 타고 본색이 드러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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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은 우리 시대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생각해보게 만든다. The Shape of Water


스트릭랜드 대령은 캐딜락을 몰고, '긍정적인 사고의 힘(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같은 책을 읽지만,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악당 죠스같은 인물이다. 엘라이자가 사랑하는 양서인간이 아니라, 그가 바로 괴물인 것이다. 러시아 첩자이자 과학자인 호프스텔러도 냉전기 영화(이를테면, 007 시리즈 등)에서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별되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엘라이자를 돕는다. 


여기서 우리는 도날드 트럼프가 이민자들을 모욕하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백인 남자 스트릭랜드가 바로 괴물, 악한이요. 엘라이자, 자일스, 젤다, 그리고 호프스텔러, 아웃사이더들은 양서인간을 구제하는 휴머니스트들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다르기 때문에 차별하고, 적시하고, 재단하는 인간의 마음에 경종을 울린다.


감독은 괴물의 순수성과 엘라이자의 순결한 영혼을 맺게 해준다. 괴물과 엘라이자를 물 속으로 들여 보낸다. 괴물에겐 생명의 물이며, 엘라이자에겐 '언어가 불필요한' 도피처이자 안식처일 것이다. 냉전의 이데올로기도, 장애인 차별도, 인종차별도, 성차별도 없을 그들만의 낙원이다. 또한, 물은 우리가 온 곳(양수), 기원이기도 하다. 이웃집 화가 자일스는 괴물과 엘라이자가 "영원히 행복하게 살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SF 괴수 로맨스는 동화 '미녀와 야수'의 패러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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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영화관 장면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오마쥬를 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영감이 된 영화. The Shape of Water


델 토로 감독은 엘라이자의 아파트를 영화관 건물에 배치하고, 괴물을 영화관으로 도피하게 만든다. 할리우드 키드였던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오마쥬다. '셰이프 오브 워터'의 영감은 할리우드 호러영화 '검은 산호초에서 온 괴물(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 1954)'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퓰리처상 수상작가 폴 진델(Paul Zindel)의 아들 데이빗 진델이 '셰이프 오브 워터'가 아버지의 1969년작 희곡 'Let Me Hear You Whisper'을 표절했다고 고소했다. 진델 측은 청소부 여주인공이 돌핀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으로, 생체해부, 대걸레로 춤추는 장면, 세탁물 카트 탈출 장면 등 유사한 설정이 상당 부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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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애 야간 청소부 엘라이자와 이웃집의 일러스트레이터 자일스. 이 장면은 최근 프랑스 장 피에르 쥬네와 마크 카로 감독의 '델레카트슨'을 베낀 것이라는 표절 시비에 말려 들었다. The Shape of Water. 


이와 함께 프랑스 장 피에르 쥬네 감독으로부터 표절 항의도 받았다. 쥬네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흑백 뮤지컬 영화가 방영되는 TV 옆 소파에서 엘라이자와 이웃집 자일스가 댄스 흉내내는 장면이 자신의 영화 '델리카트슨(Delicatessen, 1991)'의 침대에 걸터앉아서 추는 댄스 장면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의 오프닝부터 카메라 이동과 분위기가 '델레카트슨'을 연상시키긴 했다. 오마쥬와 패러디 범람으로 오리지널리티가 손상된 뒷 여운이 개운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 괴물에 대한 모티프는 따뜻하며, 동화로 감상하기에는 즐거운 영화다. 멕시칸 감독이 도날드 트럼프에게 헌사하는 도덕 교과서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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