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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Matt Damon)이 5인치의 미니어처 인간으로 변신하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영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12월 22일 미 전역에 개봉된다. 맷 데이먼은 할리우드 감독들이 사랑하는 배우다. 하버드대 영문과 출신인 그는 학구적일 뿐만 아니라 단짝 친구 벤 에플릭과는 달리 '가정적'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바텐더와 결혼, 네 자녀를 두고 있는 그가 2011년 가정적인 아빠로 출연했던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We Bought a Zoo)' 홍보를 위해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와의 공동 인터뷰를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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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sizing' 예고편1


다음은 뉴욕중앙일보 2011년 12월 14일에 게재된 기사를 보완한 것입니다.

 


지성파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 Matt Da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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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제 녹색 내장 좀 드시겠어요?(Mom, do you want my green stuff?)”


그도 한때는 무명이었다. 1988년, 그 청년의 할리우드 데뷔작은 역시 무명의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가 피자리아 웨이트레스로 나온 ‘미스틱 피자(Mystic Pizza’였다. 폴란드계 이민자인 줄리아 로버츠가 부유한 남자친구 저녁식사에 초대됐을 때 동생 역의 맷 데이먼(Mat Damon, 1970- )이 랍스터의 내장을 두고 내뱉은 단 한 줄의 대사다. 줄리아 로버츠는 21세, 맷 데이먼은 18세 둘 다 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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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피자'(1988)에서 피자집 웨이트레스역의 줄리아 로버츠와 저녁식사 장면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맷 데이먼, 둘다 무명이었다.


*Mystic Pizza - supper scene


하버드대 영문과에 다니며 열심히 오디션을 보러 다녔던 맷 데이먼은 1997년 단짝 벤 에플렉과 수학천재의 이야기를 그린 시나리오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을 들고 할리우드로 갔다. 그리고, 자신이 주인공 윌 헌팅 역을 맡은 이 영화로 오스카와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거머쥐게 된다.


맷 데이먼이 올 크리스마스 가족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We Bought a Zoo)’로 찾아온다. ‘제리 맥과이어’의 카메론 크로우가 메거폰을 잡은 이 영화는 영국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의 회고록이 원작이다. 데이먼은 아내와 사별한 후 두 아이와 폐장 일보 직전의 동물원을 사서 새로운 삶을 일구는 벤자민 역을 맡았다. 스칼렛 요한슨이 동물원 직원 켈리 포스터로 등장한다.



상실 극복하는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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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2월 11일 뉴욕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데이먼을 만났다. 1주일 전 조디 포스터와 SF영화 ‘엘리시움’ 촬영을 마친 데이먼은 삭발에 검은 체크 셔츠와 블랙 진의 캐주얼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2005년 아르헨티나 출신 바텐더 루치아나 보잔 보로쏘(Luciana Bozán Barroso)와 뉴욕 시청에서 간소한 결혼식을 올린 그는 딸 네명과 맨해튼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보스턴 출신이라 열혈 ‘레드삭스’팬임을 강조했다.


-벤자민은 누구인가.


“실제 벤자민은 영국인이지만, 영화에서는 미국인이며, 배경도 영국이 아니라 남부 캘리포니아다. 실화에선 벤자민은 아내와 함께 동물원을 산 후 아내가 죽지만, 영화에선 아내가 죽은 후 새 집을 찾던 중 동물원이 낀 집을 사게된 케이스라 무척 다르다.” 


-실제 아버지로서 어떻게 영화에 접근했나.


“영화를 찍으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매일 생각했다. 우리 집은 아내가 대부분을 맡아서 하지만... 하루는 우리 아이들이 동물원 촬영장을 방문해서 재미나게 놀기도 했다. 이 영화는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후 한 가족이 어떻게 새 삶을 개척해나가느냐에 관한 것이다. 또한 러브 스토리이기도 하다. 영화 끝에 가서야 벤자민과 아내 캐서린이 만나는 장면에 대사 한 줄로 처리했다. 카메론다운 독특한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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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부인과 맷 데이먼.


-아들과 논쟁 장면이 무척 인상적인데.


“그 장면에서 ‘우리 면도나 하자!(Let’s Shave!)’ 대사를 무척 좋아한다. 난 너무 좋아하는 장면을 연기할 땐 이상하게 대사를 줄곧 까먹는 습관이 있다. 카메론이 시나리오를 잘 썼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카메론과 일한 경험은 달랐나.


“‘리플리’의 안소니 밍겔라 감독과 처음에 만났을 때, ‘거스 반 산트, 코폴라, 스필버그와 일한 경험이 어땠냐’고 물어왔다. 방금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오스카를 휩쓴 감독이 말이다. 그는 ‘감독들은 섬과 같고, 배우들은 섬마다 돌아다니는 격이라고 했다. 그래서 감독들은 다른 감독들의 섬을 방문할 기회가 없다. 하지만, 배우들은 섬마다 돌아다니며 각 감독들로부터 배운 것을 활용해 영화를 좋게 만든다고. 카메론은 우리에게 30-40곡이 담긴 CD를 나누어주었고,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촬영했다. 음악을 잘 아는 카메론에게선 또, 음악에 대해 배워 배낭에 챙긴 셈이다!(웃음)”


-스칼렛 요한슨과 일한 경험은.


“스칼렛을 처음 만난 것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였다. 잡지에서 늘 보아오면서 마릴린 먼로처럼 화려한 배우인데, 동물원 직원 역이라 카메론에게 ’될까?‘하면서 의구심도 가졌었다. 그런데 스칼렛은 동물원에서 오래 지내면서, 고기를 톱으로 직접 써는 등 역할에 흠뻑 빠져들었다.”



"영화는 아이디어의 전쟁터…솔직한 대화가 좋은 영화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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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외모의 스타라기보다는 어쩐지 학구파, 이웃집 청년같은 데이먼은 ‘굿 윌 헌팅’(1997) 이후 거장들의 캐스팅콜을 받아왔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레인메이커), 스티븐 스필버그(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틴 스콜세지(디파티드), 안소니 밍겔라(리플리), 스티븐 소더버그(오션스 11), 로버트 레드포드(배거밴스의 전설), 클린트 이스트우드(인빅터스), 조엘과 에단 코헨 형제(트루 그릿) 등 명감독들이 데이먼을 낙점했다.


-거장들과 일해온 비결이 따로 있나.


“내가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점이 아닐까 싶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는, 특히 누군가와 함께 쓸 때, 자존심은 문 밖에 두어야 한다. 아이디어 교환하는데, 외교는 필요없다. 아마도 내가 감독들과 늘 좋은 영화를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한다는 것이 공통점인듯 하다.


나는 지극히 현실적이라 ’되는 것‘과 ’안되는 것‘에 대해 언제나 좋은 영화를 만드는 편에 선다. 영화는 자유로운 아이디어의 전쟁이며, 언제나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면 좋은 영화가 나오기 마련이다. ’난 이쪽 얼굴만 찍어주세요‘라는 식의 요구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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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감독 데뷔한다. 감독들로부터 배운 것은.


“스필버그는 처음 감독할 때는 ’작고, 단순한 것을 택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이스트우드는 60여년간 영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과정을 단순화하고, 효율적, 경제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안다. 소더버그도 마찬가지인데 ’컨테이전‘을 단 10일만에 촬영했다. 코엔 형제는 무척 고집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촬영 전 스토리보드 북을 주었는데, 마치 만화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현장에선 또 아이디어가 생기면 바로 바꾸어 찍더라.”


-무명시절 줄리아 로버츠와 ’미스틱 피자‘에서 공연했고, 13년 후 ’오션스 11‘으로 다시 만난 소감은.

(*필자의 질문에 그는 "어떻게 알았냐?"며 파안대소했다.)


“내겐 ’미스틱 피자‘가 별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줄리아에겐 널리 알려지게된 영화다. 우리가 ’오션스 11‘으로 다시 만나게될 줄이야! 우린 영화를 찍으며 정말 많이많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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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굿 윌 헌팅'으로 골든글로브상 각본상 수상후 벤 에플릭과 함께.


-단짝 벤 에플릭과 라이벌 의식이 있나.


“우린 서로에게 상처를 줄만큼 논쟁한 적은 없다. 좋은 점은 자라오면서 비슷한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의견에서 부딪히면, 며칠 쉬었다가 다시 만나 다시 논의한다. 그리고, ‘네가 맞아, 미안해’ 정도로 지나간다.”


-에플렉의 ‘갱스터 러버(Gigli)’처럼 ‘역사적인 졸작’은 없다.


“벤은 (제니퍼 로페즈와) 연애 때문에 ‘벌칙 상자(penalty box)’에 들어가 있었다. 2003년 ‘Us’ 매거진을 비롯 타블로이드 커버에 매주 나왔다. 배우가 영화표를 팔아야지, 잡지를 팔아서 되겠는가! 난 그것이 배우로서 정말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갱스터 러버(Gigli)’는 사실 그렇게 못만든 영화는 아니었다. 할리우드에 실패작들은 수두룩하다.”


-아프리카를 위한 식수재단을 설립하고, 에이즈와 빈곤 퇴치에 나서는 등 연예계에서도 정말 ’착한 남자‘로 알려져 있는데.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내 목표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필요한 사람들을 보살피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된 것뿐이다.”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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