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2732 댓글 0

뉴욕 영화제(9/28-10/15) NYFF 2017 


방황하는 별들, 뉴욕서 랑데부

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더스트럭'(Wonderstruck) ★★★


20170519101719.jpg

*'원더스트럭' 예고편  Wonderstruck


누가 토드 헤인즈(Todd Haynes) 감독에게 동화책을 던져주었나? 


1950년대 배경의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 2012)'과 '캐롤(Carol, 2015)'로 빈티지 동성애를 탐미적으로 연출했던 토드 헤인즈는 어린이들의 모험영화 '원더스트럭(Wonderstruck)'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브라이언 셀즈닉이 자신의 동명 그림동화를 각색한 '원더스트럭'과 헤인즈의 재능인 시대극이 만났다. 미네소타의 소년과 50년 전 뉴저지의 소녀 이야기가 컬러와 흑백 화면으로 병치, 교차되면서 각자 아빠와 아이돌 여배우 찾는 뉴욕까지의 여정이 펼쳐진다. 뉴욕은 이들이 50년 후 랑데부하는 도시다. 



maxresdefault.jpg

Wonderstruck


1977년 미네소타 산골의 소년 벤(오키스 페글리 분)은 엄마(미셸 윌리엄스 분)가 사고로 사망한 후 천둥치는 날 밤 갑자기 청각장애가 된다. 소년은 얼굴도 모르는 아빠를 찾아 뉴욕으로 가서 엄마의 자취가 남아있는 자연사박물관을 헤맨다. 한편, 대공황 직전 1927년, 뉴저지 호보켄에서 엄마 없이 엄격한 아빠와 사는 청각장애 소녀 로즈(밀리센트 시몬즈 분)는 자신의 아이돌인 여배우(줄리안 무어 분)를 보러 뉴욕의 영화관으로 간다. 소년과 소녀의 50년을 뛰어넘는 이야기에 줄리안 무어가 미스테리의 열쇠를 쥔 1인 2역으로 등장한다. 


'원더스트럭'은 외로운 어린이들의 부모 찾기의 여정일 뿐만 아니라 '경이로운' 뉴욕에 대한 러브레터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 "우리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우리 중 몇명은 별을 바라본다(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는 영화의 직설적인 메시지다. 고아가 된소년과 엄마 없는 소녀는 별처럼 외로운 존재들, 방황하는 별들이다.



screen-shot-2017-07-20-at-2-31-01-pm.png

Wonderstruck


소녀 로즈가 "도와 주세요, 전 어디에 속해있나요?(Help me; Where do I belong?)"라고 적은 종이배를 접어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장면에서 외로움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소년과 소녀는 별들을 찾아간다. 엄마 없는 로즈는 영화 속 '엄마'에게로, 벤은 생면부지 아빠를 찾아 뮤지엄으로 향한다. 그리고, 영화 피날레에서 두 별들은 만난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시공을 초월한 두 가지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면서 흑백과 컬러 화면으로 분리했지만, 관객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는 역부족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관객은 특정한 단서 없이 1시간 이상 다른 시대, 다른 공간 소녀와 소년의 모험를 따라간다.


벤이 이혼가정의 흑인 소년 제이미를 만나 그의 아빠가 일하는 자연사박물관으로 가고, 책갈피 단서를 들고 킨케이드 서점에서 졸다가 로즈를 만나는 것도 매끄럽지 않은 우연 뒤 우연이다. 또한, 벤이 미자연사박물관을 탐험하고, 로즈와 밤에 퀸즈뮤지엄의 뉴욕 파노라마 모델을 감상하며 옛 이야기를 듣는 기나긴 장면은 뉴욕 관광 홍보영화로 착각하게 만든다. 



wonderstruck.jpg

Wonderstruck


'원더스트럭'의 원더 배우에 주목할만 하다. 로즈 역의 밀리센트 시몬즈는 실제 청작장애자인데, 멜란콜리한 로즈 역으로 참신한 매력을 발산한다. 토드 헤인즈의 뮤즈인 줄리안 무어는 1927년 편에서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 릴리언 메이휴로, 2편에선 노년의 로즈로 열연한다.  


반면, 벤 역의 오키스 페글리는 감정과잉의 오버액션으로 스크린에서 연민보다는 부담감을 준다. 케글리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휴고(Hugo)'에서 카리스마가 전혀 없던 주인공 소년을 떠올린다. 몇년 전 파리의 한 영화관에서 모처럼 '휴고'를 보면서 스토리도, 배우도 매력없는 영화를 보는 것이 고문처럼 느껴졌었다. '원더스트럭'도 소년이 나오는 장면들은 다소 지루했고, 로즈의 시대로 돌아가주길 바랬다. 

 


wonderstruck_still2-1500736163.jpg

Wonderstruck


원작자 브라이언 셀즈닉이 '휴고' 작가와 동일인물이라는 것도 후에 알았다. 셀즈닉은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제작자 겸 감독 데이빗 오 셀즈닉의 먼 친척이라고 한다. 덕분에 아동소설 두편이나 할리우드에 파는 '커넥션'에 마틴 스콜세지와 토드 헤인즈라는 거장급감독을 기용하는 영향력까지 있었을까?  참고로 브라이언 셀즈닉은 뉴저지 이스트브런스윅 출신이다.  



1505163323449_247614_cops_5.jpg

Wonderstruck


토드 헤인즈가 헤맸다는 느낌은 영화음악에서도 드러난다. 로즈의 시대 1927년 편에서는 카터 버웰의 오리지널 작곡으로 멜란콜리하고, 무드있게 흐른다. 그런데, 벤의 시대인 1977년엔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와 '폭스 온더 런' 같은 당대 팝송이 흘러 벤의 감성과는 유리된다. 모험심과 집요함으로 가득한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영화는 찍었지만, 음악은 그 시대의 팝 메들리로 선곡한 것. 70년대 풍은 빈티지 패션과 소품(알렉스 헤일리의 '뿌리' 등)으로도 충분했는데, 데이빗 보위 곡은 질릴 정도로 흘러나왔다. 어른을 위한 배경음악이 소년에게로 감정이입을 방해했다. 


인디 감독 토드 헤인즈는 탐미적이며, 어두운 러브 스토리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어린이들의 모험을 그린 할리우드식 가족 영화는 그의 특기가 아닌듯 하다. 다음에 그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빈티지 러브 스토리를 기대해 본다. 

115분, https://www.filmlinc.org/nyff2017/films/wonderstruck



Wonderstruck_film_poster.jpg

NYFF 2017

October 15 11:00 AM@Walter Reade Theater

*10월 20일 미국 개봉



miko-banner.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