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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개봉

뉴욕 영화제 NYFF 2017(9/28-10/15)


아담이 눈뜰 때...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Call Me by Your Na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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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by Your Name 예고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을 연상시키는 루카 과다그니노 감독의 '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Call Me by Your Name)'는 게이 로맨스다. 동성애 이야기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젊은 날의 러브 스토리일 것이다. 비록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고이고이 접어서 어쩌면, 판도라일 수도 있는 마음의 보석상자에 간직하고 싶은 사랑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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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by Your Name


1983년 여름, 이탈리아 북부의 어느 타운 별장에는 17세 유대계 소년 엘리오가 고고학 교수 아버지, 지성파 어머니와 살고 있다. 어느날 미국인 미남 대학원생 올리버가 6주간 아버지의 프로젝트를 도와 주러 방문한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소년 엘리오와 육체와 지성이 확신에 청년 올리버, 욕실을 사이에 두고 방을 쓰는 이 두 남자는 서로의 매력에 빠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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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by Your Name


올리버의 방문으로 시작하는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는 엘리오와 올리버의 성적인 긴장관계에 1시간을 할애한다(러닝타임 132분). 동성에 눈을 뜬 엘리오는 가이드가 되어 손님 올리버를 안내한다.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하고, 춤추러 간다. 이들은 '다윗의 별' 목걸이로 상징되는 같은 유대인으로서의 동질감부터 엘리오 작곡의 기타와 피아노 연주에 리스트, 바흐, 드뷔시 이야기까지 서로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엘리오는 참을 수 없이 매혹당해 서서히 올리버를 향한 관능의 화신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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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by Your Name


올리버는 엘리오와 거리 두며 자제하다가 마침내 무너져 버린다. 이들의 성 탐닉은 점층적으로 깊어간다. 영화 시작 후 90여분이 지나서야 두 남자는 성관계에 들어간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레즈비언 로맨스 '아가씨'와는 달리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는 게이 섹스 씬을 절제해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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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by Your Name


촬영은 태국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엉클 분미(Uncle Boonmee)'를 찍은 사욤부 묵디프롬이 맡았다. 환생을 다룬 이 영화 201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작. 묵티프롬은 과다그니노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1980년대 이탈리아 시골 빌라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오래된 엽서의 풍경처럼 세피아풍의 이미지로 포착했다. 


1983년 즈음 유행했던  'Lady, Lady, Lady"나 "Words" 등 팝음악이 라디오에서, 댄스클럽에서 흘러나온다. 엘리오 의상도 성에 눈뜨며 소년에서 남자로 되어가며 진화한다. 줄무늬 티셔츠에서 올리버 스타일인 폴로 셔츠로, 마지막엔 마티스풍의 여인 얼굴 드로잉이 이어진 블라우스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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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by Your Name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에서 두고두고 화제가 될 명장면은 엘리오가 창고방에서 복숭아에 구멍을 내고 자위한 후 방으로 찾아온 올리버가 먹는 씬이다. 그리고, 마지막 유대인 명절 하누카에 올리버의 결혼 전화를 받은 후 주루룩 눈물을 흘리는 엘리오의 긴 클로즈업. 주인공 엘리오로 분한 뉴욕 출신 배우 티모테 찰라멧(Timothée Chalamet)의 스타 메이킹 장면들이다.


티모테 찰라멧은 마치 라파엘로의 아기 천사가 자라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로 성장해 인간으로 환생한듯, 고전적이며 신비스러운 마스크로 열연한다. 미국인 청년 올리버 역의 아미 해머(Aemie Hammer)는 아폴로상에 비견할만한 몸매와 지성을 갖추고 있다. 엘리오가 아버지 고고학자 펄만 교수와 올리버를 따라 바다 탐사에 나가 발굴한 동상은 그리스 조각 '마라톤 보이(Ephebe of Marathon)'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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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동상의 잘려진 팔을 매개로 손을 잡는 장면도 다분히 신화적이다. 고대 그리스 유물 조각 사진들을 모자이크한 오프닝 타이틀에서 시작해 피날레 엘리오의 눈물은 그리스식 비극의 정점을 이룬다. 소크라테스도 제자들과 심포지움에서 와인과 동성애를 즐긴 것을 상기시킬 때 이 영화는 고전 예술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게이 로맨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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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by Your Name


에이즈가 발견된 1980년대 초반 동성애는 터부시되었을 터이다. 그런데,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에서는 엘리오와 올리버의 열정을 방해하는 요소가 거의 없다. 부모들이 '특별한 우정(special friendship)'을 눈감아준다. 올리버가 귀국하기 전 '밀월여행'도 엄마가 제안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 엘리오에게 아버지 펄만 교수가 해주는 말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 마지막 장면의 해설처럼 부연 설명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는 성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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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by Your Name


2017 뉴욕영화제에서 홀로코스트 주제는 못보았지만, 두편의 유대인 가족 영화가 돋보였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와 뉴욕 유대인 가족의 갈등을 그린 노아 바움바크(Noah Baumbach)  감독의 '마이어로비츠 이야기(The Meyerowitz Stories, New and Selected)'다. '네 이름...'의 원작자 안드레 아씨맨(André Aciman)과 노아 바움바크 감독은 유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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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by Your Name


2007년 뉴욕시립대 교수 안드레 아씨맨의 소설을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과 루카 과다그니노 감독의 공동 각색으로 과다그니노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에서 시골의 풍광 속 연인들의 속삭임, 숲속의 누드 수영장면 등  '전망좋은 방' '모리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도 제임스 아이보리가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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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링컨센터 월터리드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루카 과다그니노 감독(오른쪽)과 비평가 데니스 림. 


원래 공동 감독으로 기획됐다가 제작비용과 시간 절감을 위해 과다그니노 감독이 아이보리로부터 판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감독은 형제(다르덴, 코엔, 타비아니)가 아닌 이상 각자의 색깔이 흐려질 우려가 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인듯 하다. 132분. 11월 24일 미국 개봉. https://www.filmlinc.org/nyff2017/films/call-me-by-your-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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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 상영일정 

10/4 6PM@Alice Tully Hall

10/15 9PM@Walter Reade Theater

11월 24일 미국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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