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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7) 김희자: 덧 없고, 다함 없이 [김희자/바람의 메시지]
  • sukie
    Aug 07, 2017
  • 바람의 메시지 (23) 무궁화와 이민자

    덧 없고, 다함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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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iza Kim, Womb of Forever, 33"x33"x4", 2009, acrylic on natural wood



    미들이 기절할듯 울어대는 소리와함께 찌는 더위가 계속된다. 현대문명의 혜택을 받으면 독감의 덫에 빠지는 지라 밤내 열대야에 시달리다가 선선해지는 새벽에사 겨우 꿀잠에 든다. 찌부둥하니 자고 깨면 이미 수십 송이의 무궁화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해맑은 미소로 아침 인사를 한다. 여름 석달 내내 이삼천 송이나 될 꽃이 피고 진다고 한다. 그래서 한자 의미대로 다함이 없다 했을까. 무궁화 꽃을 보면 언제나 어릴적에 뇌 속에 색인이 된 노래가 떠오르곤 했다. "무궁화,무궁화 우리 나라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 나라꽃~~~" 어떠한 수식도  칭송도 가장도 없다. 단지 나라 꽃이라고  반복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부터 배우는 세뇌식의 노래였지 싶다.


    그 우리나라꽃 무궁화를 이국 만리 미국 땅에서 님이라도 되는양 만난 후론 여름이 기다려 지고, 긴 여름 동안을 덧없는 삶의 얘기로 회포를 푼다. 이른 아침 내가 요가를 할 때면, 펜스를 따라올라 온 아침 기상 나팔수 모닝글로리와 메꽃들이 짙은 보라, 진하고 엷은 핑크의 음색들로 트럼펫을 불어댄다. 그에 맞춰서 옛선비들이 단심이라고 칭송했던 무궁화도 붉은 가슴 한가운데로 부터 솟아 나온 귀여운 오카리나 꽃술로 싱그러운 소리를 내며 합주를 한다. 


    상쾌하고 맑은 아침이 불볕 더위로 점령 당하기 시작하면, 그 예쁜 꽃잎 악기들은 침묵에 든다. 나팔꽃들은 오무린 채 힘없이 늘어져 매달려 사그라들고 무궁화꽃은 치마폭을 돌돌 말아 접고선 하나둘 허공으로 몸을 던진다. 아마도 그래서 무궁화 꽃말을 단명이라 했나 보다고 생각이 된다.

      

    수년 전에 무궁화와 연관되어 상상과 착각을 했던 때가 있어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면 모두 재미있어 웃곤했다. 내가 여기 살기 수년전 쯤, 처음으로 롱아일랜드에 사시는 뉴욕주립대학의  한국학과 교수의 집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롱아일랜드 동쪽 지역의 주택들은 집과 정원들이 한국 사람들의 집들에 비하면 공원 정도나 되게 클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바다와 함께 그 풍광이 지상 낙원이라고 가히 일컬어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서울과 꼭같은 위도에 있어 온대 지역의 수종이라 거의 같다.그러나 지중해성 기후 영향을 입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정말 풍요한 집집이 아름드리 나무들과 다양한 꽃들, 열매들이 풍요 그 자체였다. 어디엘 가나 그 모든 것이 얼마나 크고 풍만한지 새들과 솔방울, 심지어 갈매기조차도 너무나도 커서  마치 거인국에라도 온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교수님의집 울타리 쥐똥 나무와 함께 나란하게 가득히 피어오른 무궁화 꽃들이  은근한 향기와 더불어 참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한국에선 오로지 촌스러운 진달래색에 말그대로 궁상스러운 모습으로 밖엔 기억되지 않았던 소위 우리나라 꽃이 라는 선입견으로만 보던 꽃이였다. 그러나, 여기에선 너덧 가지의 꽃색하며 잘먹이고 잘키운 부잣집 아이들 마냥 튼실하고 윤기흐르는 환한 얼굴들로  방글데는 꽃들이 얼마나 탐스럽고 좋아보였던지 황홀할 정도 였다. 그중에도 엷은 산호 핑크색이 도는 흰 무궁화는 여왕같은 품위로 내게 미소를 짓던 것이 잊혀지질 않았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그 무궁화를 여기 미국에서, 그도 너무나 아름답게 잘 가꾸어져서 자란 모습에 감동을 받게 됐었다. 이 무궁화 정원의 주인인 교수님은 한국 정신의 뿌리인 원효사상을 연구하시며, 분명 대단한 애국자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마음 깊이 존경심이 우러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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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iza Kim, Fervid Moment, 50"x17"x3",  2015, acrylic on natural wood       



    월이 지나고서  내가 롱아일랜드 거주자가 된후 여름을 맞으며 어느누구의 집에도 어느 귀퉁이이고 무궁화 나무가 한 두그루 쯤은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이 지역에선 그것은 흔하디 흔한 잡초와 같아서 뽑아 버린다고 했다. 그말을 듣고서 자세히 눈여겨서보니 봄이면 큰 무궁화 나무 밑 근방에는 무수히 쏟아진 씨들이 콩나물처럼 싹을 틔워서 수북하니 올라와 있는거였다. 잔디를 깎을 때 깎여나가긴 해도 바로 나무 아래는 깎기지도 않아서 제초제를 뿌려야 한다했다. 여기사람들의 무궁화에 대한 대접은 귀찮게 여길뿐 아무도 그것을 귀하게 여길 리가 없었다. 


    무궁화를 덕성을 기리는 꽃으로 여긴다는 글을 읽었었는데, 아마도 그러한 대접을 받게되도 굴욕을 참아내며 끊임없이 생명을 퍼트리는 때문인가 싶다. 어떤 척박한 토양에도 까탈스럽지도 않고 어떤 조건에도 민감하지 않으며 묵묵한 인내의 표상으로, 어느 꽃이나 다 있는 향기조차도 없는 것은 또 무슨 연유인가 싶다. 무궁화는 냄새가 없는 꽃인데, 처음 이곳에서 만났을 때의 그 은은하던 향기는 무었이었나 하고 후에 확인을 해보았다. 그것은 그 못난 하얀  쥐똥나무 꽃들의 향기였었음을 알게 되어서 내 선입견과 착각에 고소를 금치 못했다. 


    내  환상 속에서 존엄한 애국자가 되었던 교수님과 후일담을 하며 배꼽을 잡았지만, 여기선 그리도 지천인 무궁화를 한국에선 여간 드물게 보았던 기억에 씁쓸했다. 가끔식 무궁화 꽃이 탐스럽게 많이 피어있는 집만 보면, 저 집에도 한국 애국자가 사는가 보다라고 하며 가끔 나를 놀려대곤 했다. 요즘은 한국의 공공 파크에는 국가적 장려 식물로 지정되어 품종도 2백여 가지가 넘고 사람들에게도 월등한 대접을 받는다는 얘길 듣고는 얼마나 안심이 되고 기쁜지.

      

    여름철 3달 내내 단어 자체의 뜻대로 다함이 없이 무궁무진하게 피고진다. 일컬어 나라 꽃이며, 불굴의 민족정신을 상징한다고 하여서 일제시대에 말할수 없이 수난을 당하며 거의 멸종 위기를 겪게 되었었다고 한다. 본래 무궁화는 영양이 좋은 구황 식용 나무이며 약제라고 한다. 일제 하에 있을 때, 그 수액을 벌레들이 좋아하는 점을 이용하여서 밭에 생기는 병충해를 막도록 한다는 미명으로 동네에나 집 정원에는 못심게하고, 밭 근처에  심도록 장려 정책을 만들었다 한다. 겨울이 되면 밭의 벌레들이 무궁화 나무 속에서 수액으로 겨울을 나게 하여서 밭 농작물의 병충해를 막아 준다는 방편으로 유도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무궁화 나무는 언제나 진드기로 버글버글한 더럽고 꼴이 흉한 나무로 여겨지도록 만들어서 결국은 사람들이 스스로 다 베어 버리도록 획책을 꾀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큰 무궁화 나무를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나는 그글을 읽으며 일제하에  일본 정부가 문화와 애국정신을 말살하려는 정책으로 쓴 수많은 거짓으로 꾸며내어 어리석고 착한 백성들을 얼마나 농락했던가 하는 많은 글들을 읽으며 한국의 딸들을 유인하여서 정신대로 끌고간 역사까지 연결이 되며 몹시 마음이 언짢고 쓰렸다.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의 가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떠한 시련과 고통을 겪어도 버틴 일제시대, 6.25동란의 고난도 다 이겨낸 불굴의 후손들인지라 이 땅에 이민 와서도 마치 무궁화 나무처럼 살아감을 본다. 누구에게 보아 달라고하는 향기를 뿜어 내지도 않으며, 잘 보이려는 요염함도 없이 그저 묵묵한 인내로 자식들과 가족의 미래만을 바라보며 살아내는 여인들에게서 느껴지는 무궁화 꽃의 덕성을 보게된다. 


    순간마다 자존심이 상하여  보이지 않게 솟아 오르는 피눈물을 모은듯한 붉은 단심을 품고서 저녁이면 죽음처럼 떨어지는 꽃. 그러고도 새 아침이면 어김 없이 새로운 희망의 나래를 펴고 깨어남이 참으로 조선의 여인이며 무궁화 꽃과같다. 모국을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는 얘길 많이들 하는데, 그 연유는 분명히 뼈와 영혼이 형성된 모국에 대한 향수이며 그러한 정신의 깊은 뿌리는 세상 어디에 잔뿌리를 내려 살고 있을 지라도, 영원히 모국땅으로 향해 뻗어 있는 유전적 혈통 때문이기 때문일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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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iza Kim, Waiting for Her Dream, 24"x24"x4", 2014, acrylic on natural wood      


    떤 사학자의연구에 의하면, 본국에서 사라져버린 어떤 문화전통의 뿌리를 찾으려면 동일 민족의 이민사회에 가보면 그 뿌리와 변하지 않은 전통과 습관을 극명하게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의 예는 마치 한국인이 겨울에 김장 김치를 담궈서, 땅에 묻힌 김장독에 갈무리를 하여  발효시켜서 먹는 관습에 비유했다. 김장독 속에서 우선 먹을 김치를 덜어내 놓으면 그것은 더이상 발효를 하지 못하고 정지하게 된다고 한다. 그 현상처럼 이민온 사람들이 떠난 모국의 생활습관과 의식이 발효가 정지된 채 비록 현지의 삶에 정착하려는 변화된 생활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음에 묻히고 피의 흐름에 섞인 전통적 의식은 그대로 어떤 변화도 없이 고스란히 다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모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서 보다도 더 많은 고유 관습과 옛 서적이나 물건들을 발견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민온 사람들의 집엘 방문하게 되면 그들이 언제 이민을 왔는지를 뚜렸이 알아챌 수가 있다. 가지고 있는 가구나 소중히 여기는 그림액자나 책들 애지중지하는 많은 물건들을 보며, 그들이 살던 시절의 향수가 베이고 뭍어 걸어둔 족자나 현판,  펼쳐둔 병풍과 사방탁자등에서 또한 그들이 자랑스럽고 소중히 대접하는 옛 음식이 그 시대를 읽게된다.                                                   

    내가 잊지 못하는 기억 중에 90이 갖 넘은어떤 할머니가 자기 침실에 펼쳐서 광휘로움을 뽐내듯이 평쳐서 장식해둔 색동이섞인 붉은 활옷이 있다. 백송이나 될 진주색의 명주 수실로 반짝반짝하게 아직도 살아 핀듯한 무궁화 꽃들이 촘촘히 수가 놓여있었다. 그 할머니 말씀이 상궁으로 지낸 그녀의 이모가 하루하루의 부귀 영화가 끊임없이 피고지는 무궁화 같아라 하시며 수놓아 지어주셔서, 혼례 때 입은 전통 혼례복이라고 얘기를 해주셨다. 그 할머니의 평생을 아롱다롱하게 화사하게 해주었을 무궁화 꽃을 바라 보며 그녀에게 돌아 가시면 이것을 어찌할 셈이냐고 물어 보았다. 요즘 애들은 아무도 그걸 가지려 하지도 않을 테니 카운티 한국 전통 박물관에 쓰던 반다지와 함께 기증할까 생각한다고 대답을 했었다. 


    이민사회가 전통을 더 잘 지키더라는 사학자의 말도 이젠 허사가 될일이다. 고향 땅이건 이국 땅이건, 덧없는 세속살이 속에서 미망의 희노 애락이 무수히 피고 지며, 무궁화 꽃처럼 떨어져 내려 가슴 속에 한으로 뭉겨져 쌓였을 옛 여인들이나 , 지금도 다를 바 없이 이어지는 여성이기 때문에 갖는 숙명적 시련에 연민이 깃든다. 오늘 따라 7년 이상을 땅 속에서 인욕을 하고서 불볕의 한여름 잠시동안 온몸을 찢듯이 울어대다가 서리내릴 무렵 죽는다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더욱 처절하게 들리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싶다.



    00000kim100.png 

    김희자 Wheiza Kim/화가

    이화여고 시절 문예반에서 활동한 후 서울대 미대를 졸업했다. 결혼 후 10여년 동안 붓을 꺾고 있다가, 30대 중반을 넘기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작업을 시도하기 위해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1997년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SUNY) 방문 초청작가로 와서 한국현대미술을 가르쳤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전을 시작으로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100 여회의 그룹전과 22회의 개인전을 열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현재 롱아일랜드 끝자락 노스포크 사운드에 거주하며, 자연과 더불어 작업하고 있다. 

    http://wheiza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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