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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빨간 등대
2017.04.30 14:06

(265) 홍영혜: 홀리크로스 수도원에서의 하룻밤

조회 수 2533 댓글 1

빨간 등대 <1> Holy Cross Monastery

피곤하고 지친 영혼을 위한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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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크로스 수도원은 허드슨강 서쪽 웨스트파크에 자리해 있다. 소박하고, 편안한 객실 세인트주드룸과 내가 만든 꼬마 눈사람. 


욕시에 몇 년 살다보니 복잡한 도심을 떠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을 갈망하게 된다. 물론 센트럴파크, 리버사이드 파크, 식물원 등 오아시스처럼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곳이 많지만, 공기가 맑고 힐링이 되는 자연이 그리워진다. 내가 뉴욕을 정말 좋아하게된 것은 아이로닉하게 도시가 주는 풍부한 문화생활보다는 뉴욕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자연이, 산과 물이 많다는 것이다. 


허드슨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허드슨밸리(Hudson Valley)에는 도심을 탈출하고 심신을 힐링하기에는 좋은 곳이 많다. 어디를 가나 평평한 평지인 시카고에서 오래 산 나에게 뉴욕의 자연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으로 다가온다. 어디 멀리 여행을 가는 것보다 근처에 아름다운 자연이 많은 것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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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킴, 미드 & 화이트가 설계한 보자르 양식의 밴더빌트 매너(왼쪽)와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태어난 저택의 도서실/거실. 



난 3월 말 뉴욕에서 차로 한 시간 반 떨어 진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다녀 왔다. 밴더빌트 매너(Vanderbilt Manor)와 프랭클린 루즈벨트 도서관(Franklin Roosevelt Library)이 있는 하이드파크에는 미국에서 유명한 셰프들을 배출하는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도 자리해 있다. 


하루는 허드슨강 서쪽 웨스트파크에 있는 홀리크로스 수도원(Holy Cross Monastery)에서 지냈다. 이곳은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기도나 묵상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아니면 종교적인 배경과 상관없이 여행객으로 머물면서 쉬고싶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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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크로스수도원의 예배시간


루에 5번 정도 열리는 예배 프로그램에 각자 자유롭게 참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책을 읽거나 쉴 수가 있다. 수도원에서의 생활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종이 울리면 예배시간을 알리고, 또 종이 울리면 식사시간을 알리고, 시계를 볼 필요도 없었다. 단 밤 8시 반부터 아침 8시 반까지는 '침묵의 시간'으로 조용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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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edictine Monks of Santo Domingo de Silos in Spain Gregorian Chanting 2 YouTube


수도원엔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수도원에 머물고 있었다. 교회에서 함께 수련 온 사람들, 책을 쓰려고 온 사람, 도시 생활에 지쳐 잠시 쉬러온 사람들 다양했다. 예배시간에 향이 너무 강해 뒷자리로 이동해서 앉았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향이 너무 좋아서 선물의 집(gift shop)에서 샀다고 한다. 이 수도원은 남자 수도사들만 있는 곳인데, 몸이 불편한 노수도사들도 몇 분 계셨다. Chanting하는 소리는 너무도 좋아 오래 전에 베네딕트 수도사들의 Chant CD가 베스트셀러여서 사서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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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sevelt Library 밖 FDR 대통령 부부의 동상.


도원 주위에는 허드슨 강가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었다. 봄 늦게 눈이 오는 바람에 눈이 쌓여서 산책로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이 녹으면 Labyrinth를 돌면서 묵상을 하거나 꽃이 피고 초록으로 물든 산책로를 따라 강변으로 내려가면 평화스러울 것 같다.  


'염불보다는 잿밥^^'이라는 말이 있듯 홀리 크로스 수도원에 하루 머물면, 맛있는 삼시 세끼 식사를 할 수 있다. 수도원에선 점심을 'dinner'라 부르는데, 가장 풍성한 식사이다. CIA 출신 주방장이 음식을 만드는데 소박하고 간단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전경에 허드슨 강을 바라보는 경치 좋은 식당에서 식사는 수도승들과 함께 원으로 서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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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크로스수도원 Holy Cross Monastery


도원 안을 둘러보니 흥미로운 공간들이 많았다. 한 사람만 탈 수 있는 옛날 식의 희귀한 엘리베이터가 있어 재미로 타보았다. 도서관에는 다양한 책들을 소장하고 있어서 Merton 수사의 묵상 집을 골라 읽었다.  뉴욕의 조그만 공간에 살면서 무얼 산다고 할 때는 몇 번 생각하게 되고 좀처럼 기념품을 사지 않게 되는데, 여기 수도사가 쓴 calligraphy와 조약돌에 그린 천사를 gift shop에서 사가지고 왔다. 


세인트 주드 룸(St. Jude Room)에 묵었는데 소박한 침구였지만, 그 어떤 곳보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편안한 잠자리였다. 그래서 또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곳을 알려주고 싶었다. 피곤하고 지친 뉴요커들에게 좋은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홀리 크로스 수도원의 목적이 신도이던 여행객이던 막론하고, 피곤하고 지친 영혼들에게 예수님이 그랬듯이 안식처를 주는 곳이라고 하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수도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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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y Cross Monastery

1615 Route 9W, West Park, NY 12493

게스트하우스 예약 Guesthouse@hcmnet.org, 845-384-6660 x3002. 

http://www.holycrossmonastery.com


*FOOD IS LIFE! 하이드파크 요리학교 CIA 



홍영혜100.jpg 홍영혜/ Young Hae Kang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대학, 대학원 졸업 후 결혼과 함께 뉴욕에서 와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회계사로 일하다 시카고로 이주, 한동안 가정에 전념했다. 아이들 성장 후 학교로 돌아가 사회사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 가정 상담가로서 부모 교육, 부부 상담, 정신건강 상담을 했다. 2013년 뉴욕으로 이주, 미술 애호가로서 뉴욕의 문화예술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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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17.05.01 22:32
    템플 스테이는 들어봤는데, 수도원 스테이도 참 근사할 것 같네요. 애디론댁 의자 앞의 꼬마 눈사람이 평안한 분위기를 잘 전해주는듯 해요. 베네딕트 수도사 챈팅 유튜브로 들으며 집에서라도 분위기를 잡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