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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Anicka Yi: Life is Cheap

2016 휴고보스상 수상 아니카 이 '인생은 싸구려'

아시안 여성과 개미, 박테리아와 냄새 미술


April 21-July 5, 2017

Guggenheim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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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ka Yi, Lifestyle Wars(detail), 2017(left)/ Anicka Yi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구겐하임뮤지엄의 2016 휴고보스상(Hugo Boss Prize 2016) 수상작가 아니카 이(Anicka Yi)는 미술계에 '무서운 아이(enfant terrible)'처럼 등장했다. 관습을 거부하는 아티스트 아니카 이는 미술의 궤도로 진입하기 전까지 철저한 아웃사이더였다. 


먼저 아니카 이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순전히 독학으로 아티스트가 됐다. 뉴욕과 LA의 대학에서 영화 과목을 수강했지만, 졸업하지는 않았다. 런던으로 이주해 광고와 패션계의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1996년 뉴욕으로 와 본격적으로 미술 작업을 한 것은 고작 10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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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ka Yi, Lifestyle Wars, 2017


아니카 이는 후각을 우선하는 아티스트,  '냄새의 조각가'다. 이제까지 미술가들이 건드리지 않은 소재(박테리아, 개미, 분유, 꽃튀김, 새우, 야채, 과자, 비누, 곰부차, 헤어젤 등)에 후각이라는 미술계에서는 비관습적인 감각을 도입해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를 위해 생물학자, 범죄화학자, 향수제조자들과 협업해왔다. 이로써 미술과 과학, 시각과 후각, 정치와 감성이 만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후각을 통해 정체성과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식을 드러낸다.


그리고, 아니카 이는 코리안아메리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2살 때 앨라바마로 이주한 목사의 딸이다. 세자매 사이에서 자라면서 향수를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매들끼리 향기에 대해 논쟁을 했다. 그리고, 냄새는 아니카 이 작품의 중추가 된다. 



Anicka Yi: Life is Ch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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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ka Yi, Force Majeure, 2017, Plexiglas, aluminum, agar, bacteria, refrigeration system, LED lights, glass, epoxy resin, powder coated stainless steel, light bulbs, digital clocks, silicone, and silk flowers


2016 휴고보스상 수상 기념 아니카 이의 개인전 '인생은 싸구려(Life is Cheap)'은 구겐하임 뮤지엄 내 타워 5층에서 4월 21일부터 7월 5일까지 열린다. 


아니카 이는 박테리아와 데이타를 사용한 조각과 설치작업으로 시각예술에 생물학 즉, 과학 어프로치로 자신의 메시지를 농축시켜왔다. 개미가 움직이거나, 박테리아가 자라거나, 생명력을 내포한 아니카 이의 작품은 생물학, 사회학, 정치학 및 기술체계를 접합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나 정체성, 인간의 심리상태를 탐구한다. 


그는 시각예술(visual art)에 후각을 추가함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총체적인 감각을 동원해서 작품을 감상하고 싶도록 욕망을 유도한다. 그리고, 관람객은 내러티브를 유추하게 된다. 냄새/향기는 각자의 성(gender), 인종, 문화적인 정체성과 기억에 의해 달리 인지되기 마련이다. 아니카 이는 비관습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감각의 생물정치학성'이라 부르는 성, 인종, 계급과 관련된 가설과 불안이 어떻게 신체적인 지각을 형성하는 지를 실험한다. 


타임아웃 뉴욕과의 인터뷰에서 아니카 이는 전시 제목 '인생은 싸구려'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갈수록 가치가 없어져가고 있는 것 같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태도를 반영하는 타이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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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ka Yi, Force Majeure(detail), 2017


아니카 이, '냄새 조각가' <타임아웃 뉴욕>


아니카 이가 후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가 안구(눈) 중심의 사회에 살고 있고 성, 인종, 나이에 따라 냄새가 여과되며, 주관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작품에 냄새를 사용함으로써 그런 오해를 깬다는 것. 위생관념에 집착하는 사회에서 특정한 냄새와 맛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아니카 이에게 냄새는 볼륨과 차원이 있는 조각같은 것이자 스펙트럼이라고 한다. 최근에야 우리는 냄새 뒤 박테리아의 효능을 이해하게 되었다. 박테리아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생존법의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  


'인생은 싸구려'에선 아니카 이가 미생물학자, 범죄 수사 화학자의 자문으로 박테리아를 배양하고 설치한 3점의 설치작을 볼 수 있다. 



# 이민자의 전당대회(Immigrant Caucu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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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ka Yi, Immigrant Caucus, 2017, Scent, aroma diffuser, stainless steel, insecticide canisters with rubber hoses and brass nozzles, and metal gates


갤러리 입구엔 감옥을 연상시키는 철조망 문 앞에 스테인레스 살충제 살포기 세개가 설치되어 있다. 작품명은 '이민자의 전당대회(Immigrant Caucus, 2017)'. 살포기의 분사구에서 냄새가 발사되고 있다. 아니카 이가 아시안-아메리칸 여성들로부터 채취한 땀 샘플과 유타주에서 온 목수 개미(carpenter ants)의 냄새를 합성한 냄새를 분사한다. 냄새가 미묘해서 포착하기 어렵지만... 작가는 이 냄새를 약물로 간주하며, 관람자들로 하여금 아시안-아메리칸 여성이 된다는 것, 개미가 된다는 것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왜 목수 개미인가? 카펜터 앤츠는 대형 개미로 수컷은 교미한 후 죽는다. 목재 속을 파고 들어가 둥지를 만들며 사는 대부분은 암컷이다. 당분을 좋아하며 안테나로 맛을 보고 무리들간의 교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목수 개미 집단은 모계 사회인 것.


아니카 이는 관람객들에게 이 설치작을 새롭고, 복합적인 관점으로 체험하는 잠재성을 제공하면서 우리의 인식을 조종하는 약물로서 냄새를 단정한다.  이처럼 냄새의 기억과 주관성과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강조하면서 시각적인 체험을 넘어서 감각적인 몰입을 유도한다. 



갤러리 안에는 두개의 디오라마 '불가항력'과 '라이프 스타일 전쟁'이 마주 보게 설치되어 있다. 


# 불가항력(Force Majeur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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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ka Yi, Force Majeure, 2017, Plexiglas, aluminum, agar, bacteria, refrigeration system, LED lights, glass, epoxy resin, powder coated stainless steel, light bulbs, digital clocks, silicone, and silk flowers


마치 목욕탕같은 세팅. 컬러풀한 얼룩이 진 타일로 도배된 공간에 두점의 꽃 액자와 두개의 스탠드 조명과 디지털 시계가 보인다. 액자의 꽃들은 물구나무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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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ka Yi, Force Majeure(detail), 2017


내장된 생물권(생물이 살 수 있는 지구표면과 대기권)에 젤라틴 물질 아가(세균배양액)를 바른 타일이 붙어있고, 아니카 이가 배양한 박테리아가 자라고 있다. 아니카 이가 맨해튼 코리아타운과 차이나타운에서 채집한 다양한 계보의 박테리아다. 이 생명체의 디오라마 속의 조각에는 침투적인 생명력이 환경에 급속히 퍼지듯이 박테리아가 컬러풀하게 퍼지는 중이다. 그 이미지는 박테리아가 그리는 추상화같다. 



# 라이프스타일 전쟁 (Lifestyle War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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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ka Yi, Lifestyle Wars, 2017, Ants, mirrored Plexiglas, Plexiglas, two-way mirrored glass, LED lights, epoxy resin, glitter, aluminum racks with rackmount server cases and Ethernet cables, metal wire, foam, acrylic, aquarium gravel, and imitation pearls


건너편의 '라이프 스타일 전쟁'에선 플렉시 글래스 관 속에 거울, LED조명, 미로와 전선 회로, 그리고 대형 인공버섯과 인조진주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로에는 수백마리의 목수개미 군단이 움직이고 있다. 아니카 이는 이 거대한 회로 안에 '이민자들의 전당대회' 냄새를 분사해놓고, 이들의 이동상황을 관찰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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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ka Yi, Lifestyle Wars(detail), 2017


목수개미 군단은 수컷이 교미 후 사망하므로 생태적으로 모계 사회다. 여기에 개미와 아시안아메리칸 여성들의 냄새를 교배한 냄새를 찾아 개미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개미들은 거울에 반사된 통로의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있는듯 하다. 개미 식민지는 '이민자 전당대회'같은 혼합 냄새에 노출되어 개미와 인간 간의 심리적인 체험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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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카 이 Anicka Yi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2살 때 앨라바마로 이민,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아니카 이의 아버지는 목사였고, 생의학 회사에 다니던 엄마는 특히 유명 브랜드 향수를 좋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네명의 딸들은 향수에 대해서 갑론을박을 했다는 것. 뉴욕의 헌터칼리지와 UCLA에서 영화이론 코스를 들었지만, 학위는 받지 않았다. 


스스로 유랑자가 되고 싶어 런던으로 이주, 프리랜서로 광고 카피를 쓰거나 패션 촬영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다. 그리고, 1996년 뉴욕으로 와서 컬트잡지 '페이스(The Face)'에서 일하면서 다운타운 패션디자이너, 아티스트들의 그룹과 어울렸다.  미대에 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가 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미술의 규칙과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상상력으로 시각보다는 후각을 강조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아니카 이가 본격적으로 미술작업을 한 것은 30대 중반이다. 그리고, 2008년 맨해튼의 179 카날(Canal)에서 첫 그룹전을 열고, 2011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2015년 MIT 거주작가를 지냈다. 2016 구겐하임뮤지엄의 휴고보스상을 수상했으며, 2017 휘트니비엔날레에 그가 아마존에서 촬영한 3D 비디오 'The Flavor Genome'이 소개되고 있다.


00000gen-press-guggenheim-foundation-image-3.jpg Hugo Boss Prize

구겐하임뮤지엄은 1996년부터 2년 간격으로 현대미술에 탁월한 성취를 보여준 작가에게 휴고보스상을 시상해왔다. 아니카 이는 2016년 제 11회 수상작가로 상금 10만 달러를 받았다. 역대 휴고보스상은 제 1회 매튜 바니(Matthew Barney, 미국, 1996)를 비롯, 더글라스 고든(Douglas Gordon, 스코틀랜드, 1998), 마르제티카 포트리치(Marjetica Potr?, 슬로베니아, 2000),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프랑스, 2002), 리크리트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 태국, 2004), 타시타 딘(Tacita Dean, 영국, 2006), 에밀리 자시르(Emily Jacir, 팔레스타인, 2008), 한스-피터 펠드만(Hans-Peter Feldmann, 독일, 2010), 욘 보(Danh Vo, 덴마크, 2012), 폴 찬(Paul Chan, 미국, 2014)이 수상했다. 최종 후보 작가로는 한인 이불(Bul Lee, 1998), 구정아(Koo Jeong A , 2002)를 비롯, 로리 앤더슨, 카이 쿠오 치앙, 윌리엄 켄드리치, 피필로티 리스트, 마우리지오 카텔란, 울라퍼 엘리아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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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시간: 일-수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45분,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45분, 목요일 휴관,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 휴관. 

▶입장료: $25(성인), $18(학생, 65세 이상 노인) 12세 미만 어린이 무료.  *토요일 오후 5시 45분-7시 45분 마음대로 내세요. 

1071 5th Ave. 88th St. 212-423-3500, http://www.guggenhei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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