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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은총의 교실
2017.01.19 19:07

(242) 허병렬: 물방울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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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교실 (19) 장인 의식 


물방울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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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 하는 일이 발전하기를 바란다. 그것도 지속적이길 바라기 때문에 ‘지속적인 발전’ ‘지속적인 성장’은 기업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어휘가 되었다. 그러나 기업을 경영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아서 기복이 많은 것으로 안다. 반면에 중소기업이나 가내공업은 연조가 깊어갈수록 기술이 연마되어서 대대로 이어가는 가업이 되기도 하고, 그 방면의 장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지속적인 발전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이 있는 나라가 일본, 독일, 스위스로 알려졌다. 일본사람들은 선조들의 가업을 잇는 예가 흔하다고 한다. 스위스의 시계, 독일의 카메라가 유명한 것도 지속적인 성장을 한 결과이다. 지속적인 성장은 전해 내려오는 기술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뜻이 아니다. 좋은 방향으로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면서 앞으로 나간다는 의미로 말한다. 


이것이 거대한 시스템일 경우는 오류를 찾기도 힘들고, 작업의 흐름을 바꾸기도 어렵게 된다. 장기간 성공적이던 도요타가 멈춘 것은 이런 예가 될 것이다. 어떤 일이나 기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끊임없는 정성과 노력의 결과이다. 한 때 정열적이다가 한참 쉬어도 좋은 것이 아니다.


교육도 같은 과정을 밟는다. 하나의 작은 물방울이 오랜 세월 같은 곳에 떨어지면서 암석조차 움퍽 들어가게 만드는 현상이 교육의 성과이다. 특히 가정교육이 그렇다고 본다. 한국학교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속성이 없는 것이다. 학습 동기가 약하기 때문에 학교를 들락날락 한다. 이런 현상이 교육 현장의 책임도 있지만, 교육의 효과를 단기적으로 바라는 기대치 과잉으로 본다. 교육은 하루아침에 성과를 얻을 수 없는 장기 사업이다. 자녀교육을 위하여 가정과 학교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방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에서의 물방울로 한국말 하루 한 마디, 한글 하루 한 줄, 읽고 쓰기를 권한다. 이것을 실천하는 데는 10분가량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저녁이 끝난 식탁에서 이루어지면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루 한 마디, 하루 한 줄씩 일년이면 365마디, 한글 365줄을 읽고 쓰게 되지 않겠는가. 이 결과가 물방울의 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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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gara Falls


국학교 사정이 변하고 있다. 요즈음은 학생들의 숙제를 돌봐줄 학부모조차 이민2세인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 다문화 가정이나 타민족 가정의 학생이 섞인다. 바야흐로 무지개 학교로 이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기면서 서서히 꾸준히 하나의 물방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성 재배는 금물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편이 현명하다. 너도나도 물방울 되어 줄기차게 젖어들게 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교육을 떠나 사람의 일생도 일확천금을 꿈꾸거나 단번에 정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생각은 무모하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쌓아올리겠다는 생각이 건강하다. 속력을 내며 자주 차선을 바꾸던 차가 톨게이트 얼마 앞에 서있는 것을 보며 인생 항로를 생각한다. 때로는 폭포수에 뛰어들기도 하고 높은 산 정상에 서보기도 하지만, 평상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방울에 심신을 적시며 생활하는 것이다. 


손으로 물건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장인들의 심신은 물방울의 결정체로 생각된다. 대학자들이 이룬 학문의 깊이, 스포츠계 별들의 성취, 정점에 선 예술가들의 업적은 모두 끊임없이 이어진 물방울의 결정체이다. 하나의 작은 물방울은 별로 힘이 없지만 끊임없이 줄기차게 이어지는 물방울의 위력은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그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활짝 꽃 핀다.



허병렬100.jpg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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