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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뮤지컬 '라라 랜드(La La Land)' 판타지 속으로 ★★★☆



LA 청춘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뮤지컬 '라라 랜드(La La Land)'가 제 74회 골든글로브상 7개 부문상을 석권했다. '라라 랜드'는 최우수 작품상(뮤지컬, 코미디 부분),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오리지널 작곡상, 오리지널 주제가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7개 부문 수상의 기염을 토했다.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은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Monnlight)'가 수상했으며,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은 '바닷가 옆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의 케이시 에플렉, 여우 주연상은 '엘르(Elle)'의 이자벨 위페르가 받았다. 또한, 평생공로상에 해당하는 세실 B. 데밀상은 메릴 스트립이 수상했다.

 

지난해 8월 31일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라라 랜드'는 12월 9일 북미지역에 개봉되어 1월 8일 현재 5천165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었다. 제작비는 3천만 달러. 


*'라라 랜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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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La Land



뮤지컬 '라라 랜드(La La Land)'는 로스앤젤레스(LA, Los Angeles)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나 뉴저지 프로비던스에서 성장해 보스턴 하버드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동부 감독 데미안 셰젤(Damien Chazelle)은 서부의 '몽상 도시'에서 '꿈의 공장' 할리우드에 대한 찬가를 4계절의 뮤지컬로 담아냈다. 데미안 셰젤은 1월 4일 MoMA 상영회에서 현재 미국의 정치상황을 '악몽(nightmare)' 에 비유하면서 '라라 랜드'가 희망을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도날드 트럼프의 시대가 막을 여는 2017년 반 트럼프 미국인들에게 현실도피를 가능케 해주는 판타지가 된 셈이다.


'라라 랜드'는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커플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뮤지컬 황금기 영화와 프랑스 뮤지컬의 귀재 자크 드미 작 '셸부르의 우산', 그리고 제임스 딘의 '이유 없는 반항'을 패러디하면서 21세기 할리우드의 로맨스를 시작한다. 그러나, '라라 랜드'는 소년이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 후 갈등을 겪다가 재결합하는 해피 엔딩의 할리우드 공식을 비틀고,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새드 엔딩으로 마무리 한다. '셸부르의 우산'에서 연인들이 헤어진 후 각기 가정을 꾸린 후 주유소에서 재회하듯이 슬픈 결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라라 랜드라는 몽상에서 깨어나 보니 현실이었더라 하는 일장춘몽의 자각, 꿈의 공장에서 나온 뮤지컬이 아니던가? 극장 문을 나가면, 부딪혀야할 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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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챕터로 구성된 '라라 랜드'의 첫 챕터는 겨울이다. LA 고가도로, 교통 체증으로 운전자들이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나와 깡총깡총, 춤을 추며 'Another Day of Sun'을 노래한다. 마치 드론을 쓴듯, 유연하게 움직이는 카메라가 고가의 집단무를 베네통 CF처럼 잡아낸 오프닝 시퀀스다. 여기에 배우 지망생인 미아(엠마 스톤, Emma Stone)는 도요타 프리우스 안에서 대사를 외는 중이고, 빈티지 컨버터블을 탄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Ryan Gosling)은 신경질적으로 크랙션을 울리며 미아의 차를 비껴간다. 그에게 '엿먹어라!'는 식의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미아. 주인공 남녀의 첫 만남이다. 


앤 해서웨이와 함께 할리우드에서 가장 큰 눈을 가진 여배우로 생각되는 엠마 스톤과 할리우드에서 가장 얄상한 눈과 코를 가진 배우인듯한 라이언 고슬링은 'Crazy, Stupid, Love'와 'Gangster Squad'에 이어 세번째 공연이므로, 궁합이 잘 맞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스타를 꿈꾸는 미아와 순수 재즈를 갈망하는 세바스찬은 그들의 외모처럼, 연기와 재즈라는 다른 꿈처럼, 그리고 그들의 자동차처럼 상극의 만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병상련이랄까. 몽상의 도시 '라라 랜드'에서는 이러한 상극이 자석처럼 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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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와 세바스찬은 커피숍에서, 재즈 클럽에서, 그리고 파티에서 네번의 우연한 만남 끝에 커플이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꿈이다. 배우로서의 성공을 꿈꾸는 미아는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커피숍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수많은 오디션에 참가하며 무수히 거절당해왔다. 골수, 순수 재즈를 고집하는 세바스찬은 클럽에서 캐롤을, 파티에서 댄스팝을 연주하면서 언젠가 자신의 재즈 클럽을 오픈하리라는 꿈을 갖고 있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공통점은 바로 이 성공이라는 꿈으로 불타는 청춘이라는 점이다. LA 고가도로의 교통체증은 이들의 꿈이 정체된 상황처럼 보인다.   


봄 챕터에서는 파티장에서 다시 만난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이 싹트게 된다. 이들은 LA의 언덕에서 2인무(A Lovely Night)를 추고(미아의 노란색 드레스와 배경은 푸른 화면은 다분히 뮤지컬 '파리의 미국인'에 대한 오마쥬) , 재즈 클럽과 영화 데이트(이유없는 반항)를 하지만, 키스하려는 순간이 방해받는다. 마침내 '이유없는 반항'의 무대였던 그리니치 천문대로 올라가 마치 은하수를 배경으로 꿈결같은 춤을 춘다. 미아는 여전히 오디션 중이고, 세바스찬은 여전히 순수 재즈 뮤지션으로 남으려 고군분투한다. 



tmg-article_default_mobile.jpg La La Land


여름이 오자 미아는 자작극의 모노 드라마에 도전하고, 세바스찬은 트렌디한 재즈 밴드의 리더 키스(존 레전드, John Legend)의 밴드에 합류하는 거부할 수 없는 상업적인 제안에 승복한다. 세바스찬의 타협은 성공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미아는 순수했던 꿈을 버린 세바스찬에 실망한다.


가을엔 두 연인의 사랑이 식어버린다. 투어 콘서트로 바빠진 세바스찬과 미래가 불투명한 미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마지막 시도인 미아의 1인극 공연에 세바스찬은 나타나지 않는다. 관객의 혹평에 실망한 미아는 고향 불더시티로 돌아간다. 얼마 후 세바스찬은 미아의 오디션 전화를 받게되고, 미아를 찾아간다. 이 오디션은 무명의 미아가 스타로 가는 길의 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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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겨울이다. 미아는 할리우드 스타가 되어있고, 결혼해 딸도 두었다. 어느 날 저녁 미아와 남편은 친구의 공연에 가는 중 차가 막히자 샛길로 간다. 그리고 나직하게 들려오는 음악을 따라 클럽에 들어간다. 미아가 세바스찬에게 지어준 클럽 이름 't셉즈(Seb♪s)'가 붙어있는 클럽이다.  뮤지션과 청중으로 만난 과거의 연인들, 세바스찬은 피아노를 연주하며 상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만약에(what if?)... 미아도 몽상에 빠진다. 만약에 세바스찬과 자신이 나란히 성공해 파리로 가고, 결혼했다면? 운명과 행운, 그리고 이들이 '가지않은 길'에 대한, 꿈의 나래가 펼쳐진다. 연주가 끝나면 현실이다. 이제는 꿈에서 깨어나 자신에게로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다분히 할리우드 엔딩이 아니라 불란서 영화같은 애잔한 결말이다. 엠마 스톤은 호수같은 눈으로 간절하게 원하지만 번번이 낙방하는 배우 지망생의 욕구불만, 혼란, 세바스찬과의 관계에 대한 불확실함, 그리고 성공한 뒤의 회한을 표현한다. 라이언 고슬링은 죽어가는 예술 순수재즈를 지키려는 빈티지(자동차처럼) 뮤지션으로서의 고집과 냉소적이며, 때때로 냉정한 캐릭터를 포착해낸다. 이들의 춤과 노래는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처럼 유연하거나, 투명하지 않다. 이들의 커리어를 펼쳐나가려는 꿈을 가진 현실적인 캐릭터들이라는 점에서는 눈감아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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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에서 데미안 셰젤 감독


'라라 랜드'의 주인공들은 복잡한 인물이 아니라 단순하다. 우연의 연속과 예견된 성공 스토리가 따른다. 엔딩이 기존 관습과 다른 것을 제외하고는 시나리오가 헐렁한 편이다. 브로드웨이로 직수입된 틴에이저용의 뮤지컬이었다면, 납득이 되지만 스토리가 더 정교하게 짜여질 필요가 있었다. 이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라 랜드'는 기분 좋아지는 영화다. 할리우드의 뮤지컬 전성기는 제 2차 세계대전 전후였다. 국제 정세가 암담한 2017년, '라라 랜드'는 트럼프 시대와 박근혜 게이트로 심난한 이즈음 2시간 동안 현실도피하기에 안성맞춤인 영화다. 하버드 출신 데미안 셰젤 감독은 남자 주인공은 재즈 뮤지션 대신 록 뮤지션으로 설정하라는 할리우드의 유혹을 거부했다. '라라 랜드'는 재즈 드러머 출신인 그가 쇠퇴하는 재즈와 뮤지컬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은 오마쥬, '라라 랜드'는 말한다. 내 꿈을 펼쳐라! I have 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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