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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157달러 오케스트라석 27달러에 보는 법 

공연 시작 2시간 전 추첨 20매 행운...매진 경우 스탠딩 룸($27) 티켓 판매



뉴욕에서 신분 격차를 실감하게 되는 곳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파테르, 그랜드 티어, 
드레스 서클, 발코니, 그리고 패밀리 서클로 올라가면서 17불에서 445불까지 티켓가격이 천차만별이지요.

그래도 뉴욕이 근사한 점은 돈이 없어도 의지와 인내심, 그리고 시간이 있으면 비싼 오페라와 뮤지컬도 싸게 볼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점입니다.

뮤지컬 '마틸다' 로터리 티켓에 3번 도전해 마침내 27불에 오케스트라석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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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ilda, The Musical  Photo: Joan Marcus


‘라이온 킹’ ‘위키드’ ‘북 오브 몰몬’… 절대로 TKTS에 할인 티켓이 나오지않으며, 디스카운트 쿠폰도 없는 뮤지컬입니다.
‘킹키 부츠’ ‘마틸다’ ‘모타운’…올 시즌 신작 뮤지컬로 역시 TKTS에 표가 없어요. 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 2 for 1’ 할인 
축제(9/2-15)에도 참가하지 않는답니다. ‘라이온 킹’과 ‘위키드’는 합류했는데두요.

런던에서 크게 히트하고, 브로드웨이에 온 ‘마틸다’를 보고 싶었는데, 티켓 사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발코니 뒷석은 
$37이지만, 보는 맛이 안날 터이구요, 오케스트라 $157은 너무 비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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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로터리 티켓($27)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8월 10일 오후 6시 직전 슈버트 시어터(225 West 44th St.) 앞으로 갔습니다.
복권식으로 추첨하는 로터리 티켓은 공연 시간 2시간 전에 추첨합니다. 2시간 30분 전에 응모권 쪽지를 나누어 주고요.
이름(*반드시 신분증과 같아야 합니다)과 이메일 주소, 원하는 티켓 수(1, 2), 집코드를 써서 ‘마틸다 T셔츠를 입은 청년의 
캔버스 백 안에 넣으면 됩니다.

낮(오후 3시) 공연은 오후 1시, 밤(오후 7, 8시) 공연은 오후 5, 6시에 추첨을 하지요. 
이때 응모자들이 150-200여명 몰려 있습니다. 그러나 티켓은 20매, 보통 2인이 함께 오니까 10명이 행운의 로터리 티켓 
당첨자가 됩니다.

당첨자들은 신분증과 응모권의 이름이 동일한지 확인합니다. 반드시 본인이 있어야 하지요. 
따라서 남의 이름을 올리면 반칙이라 자격 미달입니다. 그러면, 재 추첨을 통해 다른 분에게 기회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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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저녁 공연에 응모했다가 떨어졌습니다. Photo: Suki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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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일 낮 공연 로터리에 응모했다가 또 떨어졌어요. 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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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일요일 낮 공연에 다시 친구와 가서 응모했는데요, 이번엔 당첨입니다! SP

이름을 부를 때 흥분하는 팬들도 많답니다. 박수도 쳐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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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들은 로터리 담당자가 ‘당첨자’ 도장을 찍어 준 응모권을 받은 후 신분증과 대조 과정을 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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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줄줄이 박스 오피스의 ‘Matilda Lottery Winners’ 창구에서 티켓을 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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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의 티켓 가격 전광판에는 당일 티켓 안내가 있는데요. 일요일 낮 오케스트라석이 157달러네요.
오케스트라 G19, 21, partial view입니다. 가장자리라서 한쪽이 약간 덜 보이지요.
130불씩 2매, 260불을 절약한 것 같아서 기분이 삼삼해집니다. 이날 20명 모두 같은 생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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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극장에 들어갈 때 줄을 서보면, 기분이 약간 묘해집니다. 왜냐구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지요. 아니면, 통 큰 사람과 구두쇠의 차이라고 할까요.

옆에는 아이들 세 명을 데리고 온 한 아빠가 있습니다. 
티켓마스터의 E-티켓을 들고 서 있네요. $157X4=$628. 플러스 수수료!
한 가족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는데, 70만원 가까이 든다는 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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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저희 앞에 당첨되어 흥분하던 중국인 젊은 여성이 친구와 서있습니다. 티켓을 자랑스럽게 들고요.
루이 뷔통을 메고 있는 그녀가 미국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도 27불 주고 표를 샀다고 자랑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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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아주머니는 “뭐! 나는 157불 주고 샀는데!”하고 소리지르네요.

극장에서 좌석을 보니, 가장자리입니다. 제 옆에는 5명의 한 가족이 앉아 있구요. 대여섯살 된 소녀가 
보조 의자에 앉아 있네요. 이 가족은 80만원도 더 썼다는 말이군요.

‘마틸다’를 27불짜리 로터리 티켓으로 보아 기분이 삼삼했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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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ilda, The Musical  Photo: Joan Marcus

♣ 어떤 뮤지컬 팬은 14번째 로터리에 응모했다가 번번이 떨어져서 아예 스탠딩룸 티켓($27)을 사서 봤다더군요. 
새벽 7시부터 극장 앞에 갔더니 12명이 줄 서 있었고, 박스오피스가 여는 10시까지 기다렸다고 하네요.
스탠딩룸은 당일 공연이 매진됐을 경우 오케스트라석 맨 뒤에 서서 보는 건데요. 건장한 분은 시도해볼만 하지만 
같은 가격의 로터리가 나을 것 같아요. http://us.matildathemusic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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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토니상 4개 부문상을 수상한 뮤지컬 '마틸다'는 TKTS 대신 로터리와 스탠딩룸($27)을 시도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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