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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칵테일, 셰익스피어와 도밍고의 랑데부 

메트오페라 ‘마법의 섬(The Enchanted Island)’ 리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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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nchanted Island  Photo: Ken Howard/Metropolitan Opera


2006년 8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The Metropolitan Opera)의 제 16대 단장으로 취임한 피터 겔브(61)는 한 손에 클래식, 다른 손에 팝뮤직을 조율해온 크로스오버의 귀재였다. 소니클래시컬레코드의 대표였던 겔브는 요요마, 샬롯 처치 등의 클래식 뮤지션에게 크로스오버의 앨범을 녹음시켜 베스트셀러로 만든 인물이다.


겔브가 메트오페라에 입성하자 그가 오페라와 팝을 결혼시키면서 정통성과 순수성을 희석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제 취임 8년 째 겔브가 이끌고 있는 메트오페라 함선은 21세기 하이테크 시대에 맞게 젊은 청중을 유입하고, 세계 극장에 HD로 상영하면서 메트의 영향력을 수직으로 수평으로 확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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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Gelb  Photo: Dario Acosta/Metropolitan Opera


피터 겔브 취임 당시 메트 오페라 청중의 평균 연령은 65세였다. 새 단장의 고민은 “이들이 죽는다면, 오페라도 멸종하지 않을까”하는 시나리오였다. 겔브는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트 오페라에 자신의 장기인 크로스오버 전략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브로드웨이를 비롯 영국과 캐나다의 이름난 연극 연출가들과 영화감독을 영입, 뉴 프로덕션 제작을 늘리면서 구닥다리 레퍼토리를 제거했다. 또, 소프라노 안나 네트레브코와 안젤라 게오르규 같은 미모의 디바들을 캐스팅하면서 할리우드를 방불케하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했다.


개막 공연도 링컨센터 플라자와 타임스스퀘어에 라이브로 상영하면서 오페라를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었다. 또한, HD로 복제해 세계 각국에 영화관에 상영하면서 메트의 재정을 흑자로 전환했다. 안으로는 오케스트라석(100-330달러)을 20-25달러에 할인 판매하는 러시티켓으로 젊은 청중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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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nchanted Island  Photo: Ken Howard/Metropolitan Opera


2011년 12월 31일 메트오페라 하우스에 초연됐던 ‘마법의 섬(The Enchanted Island)’는 겔브의 머리에서 나왔다. 히트곡을 릴레이로 들려주는 ‘맘마 미아’나 ‘저지 보이스’같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오페라 버전이다.


이 아이디어를 실현한 인물은 영국의 뮤지컬 연출가 제레미 샘스. 그는 겔브의 ‘바로크(baroque) 카드’를 받아서 헨델, 비발디, 라모에서 푸르셀, 르클레어, 페란디니 등 무명 작곡가들의 오페라, 칸타타, 오라토리오 등을 모았다. ‘바로크 비빔밥’의 재료가 다양하다 보니 통일할 고추장이 필요해졌다. 해결책은 친숙한 스토리였고, 셰익스피어가 떠올랐다.

샘스는 ‘템페스트(The Tempest)’와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의 인물들을 골라 이야기를 비틀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어도 프랑스어도 아닌 영어로 대본과 가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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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nchanted Island  Photo: Ken Howard/Metropolitan Opera


18세기 바로크 음악과 16세기 셰익스피어를 혼성모방한 21세기 패스티쉬(pastiche) 오페라 ‘마법의 섬’ 초연엔 바로크의 명장 윌리엄 크리스티가 지휘했고, 베테랑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바다의 신 ‘넵튠’ 역으로 출연해 바리톤으로 중량감을 더했다. 여기에 매력있는 ‘오페라의 비욘세’ 릴릭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스가 요정 아리엘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2014년 2월 26일 리바이벌된 '마법의 섬' 지휘봉은 패트릭 섬머스가 잡으며, 마법사 사이코락스 역은 메조 소프라노 수잔 그레이함이 맡는다. 오리지널 캐스트 플라시도 도밍고, 데이빗 다니엘스, 다니엘 드 니스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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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chanted Island  Photo: Ken Howard/Metropolitan Opera

 밀라노에서 머나먼 섬으로 망명한 공작 프로스페로(카운터테너 데이빗 다니엘스 분)는 마법의 묘약과 주문에 관한 책에 흠뻑 빠져있다. 그는 전 애인으로 이 섬을 통치해온 마법사 사이코락스(메조소프라노 수잔 그레이함 분)를 외딴 섬으로 추방하고, 그녀의 요정 아리엘(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스 분)을 훔쳤다. 뿐만 아니라 사이코락스의 도깨비 아들 칼리반을 노예로 만들었다.


프로스페로의 희망은 딸 미란다가 왕족과 결혼해 자신의 망명생활을 끝장내주는 것이다. 그는 아리엘이 태풍(tempest)을 일으켜 나폴리 왕과 페르난드 왕자가 탄 배가 해안에 난파해 미란다와 사랑에 빠져 반드시 결혼하리라고 믿고, 음모를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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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nchanted Island  Photo: Ken Howard/Metropolitan Opera

그러나, 아리엘의 주술은 사이코락스의 방해공작으로 수포로 돌아간다. 그리고,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2쌍의 신혼 부부들이 탄 배가 대신 표류하고, 사이코락스의 마법으로 쌍쌍이 엇갈리고, 대소동이 벌어진다. 마침내 아리엘은 바다의 왕 넵튠(바리톤 플라시도 도밍고 분)에게 도움을 청하고, 해결사 넵튠은 증오와 복수에서 벗어나 용서와 평화의 결단을 내린다.


바로크 음악은 사실 체임버 뮤직으로 바그너와 베르디에 걸맞는 3800석의 메트오페라 하우스 규모엔 부담스럽다. 하지만, 태풍에 흔들리는 배의 모습을 3D 비디오로 실감있게 처리한 장면과 넵튠이 해결사로 등장할 때 인어들이 공중에서 수영하는 스펙터클한 해저 장면이 청중을 매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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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nchanted Island  Photo: Ken Howard/Metropolitan Opera


필립 글래스 작곡 오페라 ‘사티야그라하(Satyagraha)’와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담스 패밀리’에서 환상의 콤비를 보여준 연출가 펠림 맥더모트와 세트 디자이너 줄리안 크라우치의 역작이다. 생애 136번째, 최초로 신의 역할을 맡은 72세 도밍고의 카리스마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겔브 단장의 도박이었던 ‘오페라 칵테일’ 카드는 대박이 됐다. 베르디와 푸치니, 모차르트와 로시니를 사수해온 오페라 팬들은 바로크와 셰익스피어, 뮤지컬 연출가들이 건 21세기 오페라의 신 마법에 빠졌다. 겔브의 레서피는 향후 다른 오페라단의 모델이 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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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nchanted Island  Photo: Ken Howard/Metropolitan Opera

Cast

Conductor: Patrick Summers
Ariel: Danielle de Niese
Miranda: Andriana Chuchman
Sycorax: Susan Graham
Prospero: David Daniels
Ferdinand: Anthony Roth Costanzo
Neptune: Plácido Domingo
Caliban: Luca Pisaroni


The Production Team

Devised and Written by: Jeremy Sams
Production: Phelim McDermott
Assoc. Director/Set Designer: Julian Crouch
Costume Designer: Kevin Pollard
Lighting Designer: Brian MacDevitt
Choreographer: Graciela Daniele
Animation/Projections: 59 Productions


▶공연: 3월 1, 5, 8, 12, 15, 20일 ▶티켓: $25-$430 http://www.metoperafamily.org




  000.jpg *메트오페라도 할인되나요

*메트오페라 2014-15 시즌 이용훈, 홍혜경 캐스팅

*테너 이용훈 인터뷰 (2010.10.22. 뉴욕중앙일보)  

*메트오페라(2012-13) 무대 오르는 한인 4인방

*메트오페라(2012-13) 시즌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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