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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 Village Eats


튀김 우동, 흑돼지 핫도그, 데이빗 유 아이스크림



한겨울 바람 불어 추운 날(1/23) 브루클린 브리지를 걸으며 심신을 단련시킨 기분이 들자마자 허기가 엄습했다.


바로 떠오른 것은 아리랑의 해물 칼국수. 조금 과장하면, 세숫대야처럼 큰 보울에 나오는 아리랑 칼국수를 먹고나면 사우나를 한듯 심신이 시원한 느낌이 든다. 조금 쉰 깍두기와 김치도 싹싹 해치운다. 데이빗 장이 좋아하는 음식 9가지 중 하나인 아리랑의 닭수제비를 시도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닭곰탕과 앙숙인 나로서는 해물이나 멸치 국물 칼국수만 찾게 된다. 손만두 맛이 최고인 미스 코리아  BBQ의 떡만두국 생각도 난다. 한인 타운으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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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드 블라지오 새 시장의 직장이 바로 옆인 시티홀파크도 눈 내려 고요하다.


버스를 타기위해 시청 앞 전자제품 상가 J&R 앞 정류장으로 갔다. 한때 번성했던 J&R이 레코드숍 문을 닫고 할로윈 커스튬, 야한 옷과 잡화 등을 파는 리키스(Ricky's)로 바뀌었다. 아이 튠으로 누구나 음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세상, 누가 CD를 사랴? 아날로그가 구닥다리가 되고, 디지털이 최고가 된 세상이다. 옛날 KBS-2FM 영화음악실에서 일할 때 우리 PD는 튀더라도 LP를 선호했다. CD의 기계적인 음질이 싫다고. 지금은 CD도 구식이 됐다.


요즘은 어느 날 갑자기 올라가 있는 고층 빌딩, 어느 날 갑자기 문닫은 식당이나 가게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슬퍼진다. 왜 바뀌는 것이 싫은지. 뉴욕같은 도시에서... 



jr1.jpg  J&R의 음악 숍이 문을 닫았다.


M103 버스 두대가 Next Bus Please를 달고 지나간다. 건너편에 M103 3대나 정렬해 있더니, 덜덜덜 떨다가 따끈한 버스에 올라탔다. 그러자 장애자 노인 여성 한 분이 올라타는데, 두 흑인 여인이 도와 주고 있다. 물론 운전수 아저씨가 장애자 석을 마련해주었다. 운전수는 이럴 때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조금 후 어떤 아저씨가 오더니 자리 잡은 장애자 분에게 다음 차를 타라고 한다. 아마도 이래서 버스 연착이 많은가 보다.


미국은 장애자, 어린이, 노인들의 천국인 것 같다.

오래 전 뉴욕 이전에 서부 여행 중 LA의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서 '비틀 주스'를 보러갔다. 사람들로 꽉 찬 내부에서 마침 널찍하게 빈 곳에 좌석이 있었다. 운이 좋다 생각하고 달려가서 앉으려니, 안내원 왈 '장애자용 석'이라고 해서 창피했던 기억이 난다.


아리랑 칼국수와 미스 코리아 떡만두국을 저울질하다가 이스트빌리지의 된장 라면 전문 미소야(Misoya) 생각이 났다. 오늘 같은 날씨에 딱 맞는 미소 라멘이나 먹을까? 

그러다가 이스트빌리지에서 내려버렸다. 나 홀로 다닐 땐, 내 맘대로 변덕 부리기 좋다. 즉흥적인 삶이라 자유로와진다.



mcsoley1.jpg 맥솔리


길을 건너려는데 뉴욕에서 젤 오래됐다는 맥주집 맥솔리 올드 에일 하우스(Masoley's Old Ale House)가 보인다. 

1854년 문 열었고, 에이브라함 링컨이 다녀갔다는 집이다. 전에 친구와 갔을 때 오래되어 쾌쾌한 내음이 났지만 운치있었다. 그런데, 맥주잔을 제대로 씻지 않아 좀 신경에 거슬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리를 걸은 후라 맥주 한잔 마시면 좋으련만, 맥주집엔 혼자 들어가기는 무안할 것 같다. 혼자라 자유롭다고 생각하다가 이젠 짝꿍이 있으면 더 좋을텐데 하게 된다. 오락가락.



우동집 Udon West                                                                                                               


IMG_7507.JPG 야채&새우 튀김 우동


예전에 8스트릿(세인트마크 플레이스)은 펑크족이 많고, 일본 식당들이 있는 맨해튼의 리틀 도쿄 격이었다. 2000년대 들어 한식당들이 속속 들어서며 한인 유학생들과 아시안 젊은이들의 거리로 바뀌어갔다. 킴스 비디오가 문을 닫았지만, 소공동 순두부, 한주, 보카 등 한식당과 한인 요리사가 운영하는 라멘 세타가야도 이 거리에 있다.


미소야 라멘을 떠올리니 두꺼운 돼지 편육 자슈가 떠오르며, 동시에 우동 웨스트(Udon West, 11 St. Mark St.)가 눈에 들어왔다.

모모푸쿠 데이빗 장이 이스트빌리지에 라면 열풍을 일으킨 후 곳곳에 일본 라멘집들이 오픈했지만, 우동의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을 라멘에 비할소냐? 오늘 같은 날 따끈한 우동이 안성맞춤일듯 싶다. 


2014-1-23-iphone 082.JPG 우동 웨스트 키친


우동 웨스트는 오래 전부터 가끔 일 끝난 후 들르던 곳이다. 오픈 초기엔 손님이 많지 않았고, 늘 바에 자리가 있었는데, 어느새, 특히 한인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먹거리 정보가 빠른 모양이다. 


오후 5시 경 사람이 많지 않아 바에 쉽게 자리를 잡았다. 오픈 키친을 구경하는 것은 늘 흥미진진한 일이다. 쫄깃쫄깃한 저 우동이 어디서 온 것일까?



udon-west-iphone-photos-2012-04-05 1452.jpg 규동+우동 세트



이 동네에서 우동 웨스트의 가격은 착하다. 우동이 7-8달러, 게다가 미니 우동과 미니 규동(쇠고기 덮밥) 세트 등이 11달러 내외다. 밥도 먹고, 우동도 먹고...그래서 '세토'(일본인들의 발음) 메뉴를 즐겨찾았다. 특히 규동의 쇠고기는 도쿄의 체인점보다 비계가 적고 살이 더 많다. 세트 메뉴는 배고픈 이들에겐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날은 욕심을 줄이기로 하고 튀김 우동만 시컀다. 새우 야채 우동(ebi-kakiage udon, $7.50)을 시켰다.  국물이 자작하지만, 한국집과 달리 일본집에선 '무엇 더 달라'는 것이 껄끄럽다. 전에 일본에서 유학하던 선배를 만나 포장마차에서 처음 도쿄라멘을 먹는데, 죽순을 좀 더 달라고 하려햇더니, "일본인들은 무엇 더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금기로 여긴다고 가르쳐주었다. 주는대로 받아 먹으라는 이야기.


그랜드센트럴 역 인근에도 우동 웨스트(150 East 46th St.)가 생겼는데, 두 번 가봤지만 이스트빌리지의 분위기가 훨씬 도쿄 분위기가 난다. http://udonwest.com



일본 스타일 핫도그 JAPADOG                                                                                           


*자파 도그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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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뉴저지와 펜실베니아 핫도그집 시식기를 포스팅한 후 뉴욕에서 좋아하는 핫도그집을 소개했다.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document_srl=2938947&mid=FoodDrink


그때 궁금했지만 못먹어본 곳이 8스트릿(세인트마크 플레이스)의 자파도그(JAPADOG, 30 St. Mark Place)였다. 그 앞을 지나다보니, 호기심이 발동한다. 온 김에 핫도그 하나 먹어볼까? 게다가 가게 앞에 '교자 도그(만두 핫도그)' '라멘 도그' 사인이 있었다. 라멘 버거가 나오더니, 핫도그도 일본식으로 퓨전화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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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 소시지의 종류. 구로보타, 쇠고기, 야채, 치킨 소시지...


자파도그에 들어가니, 친절하게도 핫도그 소시지 샘플이 진열되어 잇었다. 핫도그 소시지를 구워서 나무 젓가락 같은 꼬챙이에 꽂아 팔기도한다. 유대인들이 작은 오이 피클을 꼬챙이에 끼워 간식으로 먹는 걸 봤는데, 소시지도 그렇게 먹는 이들이 있었다. 내 앞의 청년이 2불짜리 핫도그 꼬챙이를 사갔다.

 

메뉴 중에서  '고베' 돼지고기로 꼽히는 구로보타 소시지가 메뉴에 있었다. 핫도그가 4-5달러 선까지 올라갔다. 큰 맘 먹고, 구로보타 오꼬노미 도그를 주문했다. 양배추를 듬뿍 넣은 흑돼지 핫도그, 그 맛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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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보타오꼬노미도그


구로보타 오꼬노미는 가츠오부시를 뿌린 채 나와 속을 알기 힘들었다. 이렇게 토핑이 많으면, 손에 잡고 먹기 곤란해진다. 포크와 나이프플 가져왔다. 빌 드 블라지오가 포크로 피자 먹는 것을 조롱하던 때가 언제인데, 핫도그를 포크와 나이프로 잘라 먹게 되다니...


흑돼지 소시지의 맛은 단연 월등했다. 비계가 거의 없고,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 순 살코기의 맛이다. 여기에마요네즈와 가츠오부시의 맛이 아메리칸 핫도그와 다른 독특한 오코노미야키(양배추 팬케이크)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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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도 겨자(그린), 머스타드, 바비큐 소스 등 다양하며, 피클 종류도 세 가지다. 

즉 상큼한 무료 반찬이 제공되어 김치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 맞게 핫도그 반찬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자파도그의 강점이다. http://www.japadog.com/newyork_En.html


*자파도그는 폐업했습니다.


*뉴욕시 베스트 핫도그 



스트롱 커피 아이스크림 Davey's Ice C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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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트빌리지의 명물로 떠오른 아이스크림숍 데이비스(Davey's Ice Cream, 137 1st Ave.)은 한인 2세 청년 데이빗 유가 최근 오픈한 곳이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후 마돈나 앨범 프로젝트에서 일하다가 아이스크림 숍을 내서 화제가 됐다. 한겨울에, 그것도 빅 게이 아이스크림, 반 류웬 아이스크림 등 푸드 트럭으로 시작해 가게를 낸 곳이 몰린 이스트빌리지에 오픈한 것도 용감무쌍해 보였다.


튀김 우동과 흑돼지 소시지 핫도그에 이어 디저트로 데이비스의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싶어진다.


000IMG_7537-small.jpg 데이빗 유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이라서인지 자그마한 아이스크림 가게의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빈티지풍에 오래된 숍같은 느낌, 게다가 비틀즈와 닐 영의 음악이 노스탈쟈를 불러 일으킨다.


옐프에서 호평을 받은 스트롱 커피와 토스티드 피스타치오를 1 국자씩 시켰다. 핸드메이드 아이스크림이라 $5.50가 켤코 싸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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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젤라토 그롬(Grom)에서 가장 좋아하는 콤보가 에스프레소와 피스타치오였다. 비교해보니, 스트롱 커피의 맛은 그롬의 에스프레소 못지않게 진한 커피향이 길게 입과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개운한 맛이 식후에 그만이다.


토스티드 피스타치오는 달달하고, 식감이 마치 케이크같았다. 데이비스의 스트롱 커피와 토스티드 피스타치오 콤보는 커피와 케이크 디저트를 차게 즐기는 느낌이었다. 곧 빅 게이 아이스크림이나 반 류웬같은 인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http://www.daveysicecream.com


*뉴욕시 베스트 아이스크림 톱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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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dam00 2014.02.11 18:20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일본 스타일 찻집 차안 CHA-AN 을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너무 유명(?)해져서 처음의 고즈넉함이 사라져서 고민중입니다.
    일본 음식을 먹고 싶을때 가던 곳이었는데...요즘에는 한국 식당도 눈에 띄게 많아지고...
    은근슬쩍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들도 많이 생겨서...약간은 풍요 속 빈곤의 느낌입니다. ^^;;
  • sukie 2014.02.11 20:35

    차안(Cha-An)은 늦은 오후엔 일본 절간처럼 조용한데, 저녁 무렵엔 정말 시끄럽더군요.

    이스트빌리지에 라면집이 너무 많이 생겼지요. 그중에서 소바야(Sobaya)는 아직까지 조용한 편인 것 같구요.

    전에 소호 머서스트릿에 혼무라 안(Honmura An)이라는 소바 잘하는 집(오노 요코도 봤어요) 있었는데, 문닫았지요.


    제가 가본 곳 중에서 고즈넉하게 일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은 키타노 호텔 지하의 하쿠바이(Hakubai)나 머레이힐로 이사간 카지추(Kajitsu)일 것 같아요. 카지추는 이스트빌리지 지하에 있을 때 테이스팅 코스를 해봤는데요, 너무 조용해서 친구와 속삭여야할 정도였어요.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2846211&mid=FoodDrink


    차안과 유사한 분위기로는 UN 근처 사카구라(Sakagura)도 괜찮은데요, 사케집이라 저녁 땐 좀 시끌하지요. 근처 사케집 아부리야 키노스케(Aburiya Kinnosuke)는 칸막이 있는 테이블에 앉으면 좀 낫구요. 음식 잘해요. 


    한식당으로 조용한 곳은 한가위(Hangawi)와 자매 베지테리언 카페 프랜치아(Franchia)와 미스코리아 BBQ 2층(선)의 룸이 비교적 고즈넉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일 것 같네요.

  • eunsil.cha@gmail.com 2014.02.14 17:10
    지인분중에 베지테리언이 계서서 한가위와 프랜치아를 좋아해요.
    다음에는 추천해주신 머레이힐 카지추 꼭! 가봐야겠어요. 항상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