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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사상 최초 흑인여성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마티 디옵 감독의 세네갈판 '사랑과 영혼'


NYFF 2019 (9/27-10/13) 

<4> 대서양(Atlantics/ Atlantiq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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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ntics/ Atlantique by Mati Diop


*대서양(Atlantics/ Atlantique) 예고편


#BlackLivesMatter #MeToo가 시대정신이 된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2019 칸영화제는 세네갈계 프랑스 여성감독 마티 디옵(Mati Diop)의 '대서양(Atlantics/ Atlantique)'에 심사위원대상(Grand Prix)을 바쳤다. '기생충(Parasite)'으로 봉준호 감독이 받은 황금종려상(Palme d'Or)에 이은 두번째로 권위있는 상이다. 게다가 '대서양'의 음악은 세네갈 출신 뮤지션 파티마 알 카디리(Fatima Al Qadiri), 촬영은 클레어 마통(Claire Mathon)의 여성 삼인조가 함께 작업한 영화라는 의미도 있다.


세네갈엔 우스만 셈벤(Ousmane Sembène, 1923-2007)이라는 거장 감독이 존재했다. 마티 디옵의 아버지 와시스 디옵(Wasis Diop)은 뮤지션, 삼촌 드지브릴 디옵 맘베티(Djibril Diop Mambéty)도 영화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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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ntics/ Atlantique by Mati Diop


'대서양'은 먼지가 가득한 세네갈 수도 다카의 외곽 공사장에서 시작한다. 신기루같은 고층 빌딩이 배경으로 보이는 전망좋은 해변가에 무에지자 타워(Muejija Tower)가 건축되고 있다. 그런데, 공사장 인부들은 불만에 가득차있다. 3개월간 임금이 지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사장 노동자 슐레이만(이브라히마 트라오레 분)은 회색빛 대서양 해변가에서 애인 아다(마마 사네 분)을 만난다. 호리호리한 미녀 아다는 명품(아마도 짝퉁) 핸드백을 들고 있다. 카메라는 해변가의 아다와 슐레이만의 모습을 뒤에서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훔쳐보는 카메라가 친밀하다. 하늘과 바다와 땅 사이의 두 연인의 사랑은 순수하다. 사실 아다는 열흘 후 부잣집 청년 오마르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가난한 청년 슐레이만은 아다와 사랑을 속삭인 후 그녀에게 목걸이를 주고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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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ntics/ Atlantique by Mati Diop


아다는 명품백과 클럽을 좋아하는 동네의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결혼을 하게 됐지만, 행복하지 않다. 이탈리아를 오가는 부자 오마르가 선물공세도 하지만, 진정 사랑하는 남자는 슐레이만이기 때문이다. 아다는 아버지의 요구로 병원에서 '처녀성 검사'까지 거친다. 성대한 결혼식 후 궁전같은 침실이 기다리고 있지만, 아다는 불행하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배 타고 스페인으로 가던 슐레이만이 행방불명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식날 밤 침실에 불이 나고, 경찰은 슐레이만을 방화범으로 지목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슐레이만은 살아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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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ntics/ Atlantique by Mati Diop


마티 디옵 감독은 아다와 슐레이만의 관계를 통해 세네갈의 빈부 격차, 임금착취, 중매결혼과 처녀성 검사 등 관습적인 성차별, 경찰의 부패, 그리고 유럽의 난민 문제 등을 건드리면서 초자연적인, 영적인 모티프로 이끌어간다. '대서양'은 사회문제를 담은 세네갈 버전의 '사랑과 영혼(Ghost)'이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아다의 속물적인 여자친구들이 들고 일어나 밤이면 좀비처럼, 몽유병 환자들처럼 모여서 응징하는 '여성들의 결속(female bond)' '자매애(sisterhood)'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여성들은 검은 눈동자가 가려진 흰눈으로 (귀신에 뒤집어 쓰여) 임금을 착취한 건물주의 집을 습격하고, 그를 협박해 공동묘지에서 체불임금을 받아낸다. 한편, 슐레이만을 혐의자로 지목하고 수사하는 형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발병으로 고통받는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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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배우 마마 사네, 마티 디옵 감독, 배우 이브라히마 트라오레.


대서양 바다색은 회색빛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청색으로, 검은색으로 변화한다. 바다는 세네갈의 빈부격차와 부패, 폐습, 그리고 난민문제을 관망한다. 대서양은 미래를 찾아 스페인으로 가던 슐레이만과 동료들을 삼켰다. 하지만, 바다는 세네갈 여인들에게 초자연적인 에너지도 준다. 


그리고, 비록 백일몽일지는 몰라도 그녀들은 썩은 사회에 복수를 한다. 마지막 형사는 자신을 슐레이만으로 착각한 아다와 사랑을 나눈 후 수사를 종결짓는 자료를 부패한 경찰서장에게 넘긴다. 그 내용은 밝혀지지 않지만, 대서양 바다는 알고 있을 것이다. 마티 디옵의 바다는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별관 메트 브로이어에서 열리는 라트비아(Latvia) 출신 작가 비야 셀민스(Vija Celmins)의 바다 드로잉을 연상시킨다. 


 *마티 디옵 감독은 10월 10일 오후 8시 30분 프란체스카 빌 시어터에서 토론 시간을 연다. 105분. 10월 9일 오후 8시 45분, 10월 9일 오후 6시 @앨리스털리홀  https://www.filmlinc.org/nyff2019/films/atlan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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