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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휘트니뮤지엄의 흑인 거장들 <2> 노만 루이스(Norman Lewis, 1909-1979) 

피부색 때문에 간과된 추상표현주의 작가

추상표현주의 1세대의 유일한 흑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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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n Lewis, American Totem, 1960/ Franz Kline, Mahoning, 1956.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휘트니뮤지엄 7층에선 미술관 컬렉션 중 1900-65년에 제작된 작품 120여점을 소개하는 'The Whitney's Collection: Selections from 1900 to 1965'(6/28/2019-5/2020)이 진행 중이다. 

 

목탄화를 연상시키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 )의 '마호닝(Mahoning, 1956) 옆에는 노만 루이스(Norman Lewis, 1909-1979)의 '아메리칸 토템(American Totem, 1960)'이 걸려 있다. 잭슨 폴락, 윌렘 드 쿠닝, 프란츠 클라인의 백인 남성 삼총사의 리그에 모처럼 클라인과 루이스가 흑백의 화합(Ebony & Ivory)를 상징하듯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  https://whitne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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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n Lewis, Migrating Birds, 1953, Oil on canvas

 

노만 루이스는 낯설은 화가는 아니다. 지난 2014년 가을 맨해튼 유대인뮤지엄(The Jewish Museum)에서 잭슨 폴락의 부인이었던 리 크래스너(Lee Krasner, 1908-1984)와 노만 루이스의 2인전 '주변으로부터: 리 크래스너와 노만 루이스, 1945-1952(From the Margins: Lee Krasner and Norman Lewis, 1945 – 1952)이 열렸다. 백인 남성 중심의 추상표현주의 뉴욕학파에서 소외되었던 여성과 흑인 작가, 연배가 비슷한 두 뉴욕 추상화가들이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그렸던 작품을 조명한 전시다. 

 

리 크래스너는 브루클린의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쿠퍼유니온과 내셔널디자인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대공황 후 화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WPA 프로젝트의 벽화부에서 일했고, 1945년 잭슨 폴락과 결혼했다. 너무도 유명한 남편의 그림자 속에서 평가절하되었던 화가다.

 

 

노만 루이스(Norman Lewis, 1909-1979) 

 

추상표현주의 뉴욕학파 중 유일한 흑인 작가

할렘에서 뉴욕 아트스튜던트 리그까지 평생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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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로렌스, 노만 루이스의 스승이었던 조각가 어거스타 사비지/ 노만 루이스

 

뉴올리언스 출신으로 파리에서 유학했던 추상표현주의 화가 에드 클락(Ed Clark, )과는 달리 노만 루이스(Norman Wilfred Lewis, 1909-1979)는 본토박이 뉴요커였다.  

 

루이스는 맨해튼 할렘에서 3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부모는 버뮤다 출신 이민자였다. 아버지는 어부 출신으로 부두 감독으로 일했으며, 어머니는 빵집을 운영했다. 형 사울 루이스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재즈 뮤지션이 됐다. 노만 루이스는 백인 학생들이 많았던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미술에 재능을 보였지만, 형의 음악적 재능에 가려져서 표현하지 못하고 자랐다. 때문에 광고미술책을 구해다가 베끼면서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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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n Lewis, Afternoon, 1969, Oil on canvas

 

청년 시절 노만 루이스는 3년간 대양 화물선에서 일하면서 카리브해와 남미 등지를 여행했다. 이후 양복점의 천과 의복 다림질일을 하면서 그의 직장 건물 지하에 작업실을 두었던 흑인 여성 조각가 어거스타 사비지(Augusta Savage, 1892-1962)를 만나게 된다. 사비지는 쿠퍼유니온과 파리의 아카데미 드라 그랑 쇼미에르(Académie de la Grande Chaumière: 에드 클락, 이성자 화백 모교), 로마의 왕립미술학교에서 수학한 후 할렘의 스튜디오에서 거장이 될 제이콥 로렌스, 그웬돌린 나이트 부부 등을 가르친 인물이다. 노만 루이스도 사비지를 사사했다. 이어 컬럼비아대 사범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35년부터는 WPA(*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 이후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기 위해 펼쳤던 고용 정책으로 잭슨 폴락, 마크 로스코, 필립 거스톤 등 화가들이 대거 고용됐다)에 미술 교사로서 참가해 할렘커뮤니티아트센터에서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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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n Lewis, Jazz Musicians, 1948

 

1943년 WPA 프로그램이 끝난 후 노만 루이스는 할렘에 세워진 저소득층 자녀 대상 조지워싱턴커버스쿨에서 가르쳤다. 이 학교에선 화가 찰스 화이트(Charles White, 1918-1979)와 조각가 엘리자베스 캐틀렛(Elizabeth Catlett, 1915-2012) 부부도 교사로 일했다. 이후엔 사회당 계열의 토마스제퍼슨 정치과학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다. 

 

작가로서 노만 루이스는 입체파에서 사회적 리얼리즘, 추상표현주의로 진화하면서 한손으로는 사회운동가의 시각으로, 한손으로는 낭만적인 풍경을 묘사했다. 인종차별과 KKK, 빈곤과 경찰 폭력, 재즈 뮤지션과 오후의 풍경 모두 그의 소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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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n Lewis, Self-portrait, 1939/ The Irascibles, 1950 Photo by Nina Leen 

 

1950년대 이후 루이스도 다운타운 추상표현주의 그룹인 '분노한 사람들'(The Irascibles: 1950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관장에게 쓴 공개서한에서 특별전 'American Painting Today'를 거부한 18인의 작가들. 잭슨 폴락, 윌렘 드 쿠닝, 클리포드 스틸, 로버트 마더웰, 마크 로스코, 바넷 뉴만, 애드라인하르트, 아돌프 고트립, 그리고 루이스 부르주아와 헤다 스턴 등이 참가했다) 회의에도 참가했다. 루이스는 그 모임의 유일한 흑인 작가였다.

 

하지만, 루이스는 추상표현주의 운동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모든 작가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상표현주의는 백인 남성 작가들의 리그였고, 아트 딜러, 뮤지엄 큐레이터, 컬렉터 모두 백인 사회였다. 루이스는 자신의 전시와 수상경력에도 불구하고, 뮤지엄 전시 기회나 컬렉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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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n Lewis, Evening Rendezvous, 1962

 

1963년 루이스는 인권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 흑인 작가들의 권익을 위한 그룹 스파이럴(Spiral)을 설립했다. 스파이럴은 단 2년간 활동하다 중단됐지만, 1968년 메트뮤지엄의 특별전 "Harlem on My Mind"을 계기로 흑인 작가들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루이스는 1934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열린 특별전에서 장려상(honrorable mention)을 받았으며, MoMA(1951), 휘트니뮤지엄(1958) 전시에도 참가했다. 1953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작품이 소장됐다. 1955년 국제전 카네기 인터내셔널(by Carnegie Museum of Art)에서 인기상을 수상했으며, 1956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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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n Lewis, Phantasy II, 1946. Museum of Modern Art

 

노만 루이스는 1972년부터 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에서 1979년 별세할 때까지 강의했다. 

1976년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센터에서 첫 회고전이 열렸으며, 1998년 할렘 스튜디오 뮤지엄에서 'Black Paintings, 1946-1977'을 소개했다. 2016년 펜실베니아 파인아트 아카데미(Pennsylvabia Academy of the Fine Arts)에서 회고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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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6.03 00:04

    미술계는 거의 백인작가가 점유했기때문에 흑인작가는 생각조차할 수 없었습니다. 컬빗이 흑인 화가들을 소개해 주셔서 이제야 흑인화가들을 알게되었습니다. 노만 루이스의 그림의 색채가 아름답네요. 자화상을 보니까 마음씨 좋은 톰아저씨 같아요. 흑인 거장들의 작품을 꼭 볼려고 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