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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팝(Iggy Pop): 펑크록의 대부에서 누드 모델까지

다큐멘터리 '김미 데인저(Gimme Danger)'와 누드모델 드로잉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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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콘서트에서 이기 팝(왼쪽). 브루클린뮤지엄 '이기 팝 라이프 클래스'에 전시 중인 이기 팝 누드 드로잉.



오래 전 버룩칼리지에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프로그램 중 '뮤직 비즈니스'를 수강하며 주마다 빌보드지를 텍스트로 공부한 적이 있다. 강사의 말로는 미국에서 발매되는 팝 음반 중 3%만이 수익을 거둘 수 있으며, 나머지는 쓰레기가 된다고 했다. 이토록 팝음악으로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우리의 싸이(Psy)가 강남 스타일로 성공한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특히 대중음악계에서는 시기가 중요한 성공의 변수인 것 같다. 어떤 이는 One Hit Wonder로 단 한곡의 히트곡으로 깜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가 하면, 때로는 너무 앞서 가서 언더그라운드에 머물다가 후예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뮤지션도 있다. '펑크 록의 대부'로 불리우는 이기 팝(Iggy Pop)이 후자의 경우다. 1970년대-80년대 한국에서 팝음악을 열심히 들었던 필자조차 이기 팝은 낯설었다. 88 올림픽으로 국풍이 불면서 라디오의 팝송 프로그램이 대거 가요로 대치되어 팝음악 세대에 공백이 생겼다. 1996년 뉴욕에 온 후 ESL 수업에서 만난 어린 일본인 친구가 '이기 팝'을 좋아한다고 해서 약간의 충격과 부러움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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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뉴욕영화제에서 상영된 '김미 데인저(Gimme Danger)' 기자회견에서 이기 팝과 짐 자무쉬 감독. 



1947년 미시건주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제임스 뉴웰 오스터버그 주니어(James Newell Osterberg, Jr.), 펑크밴드의 원조 스투지스(The Stooges)를 창단한 이기 팝은 금발의 긴 머리에 윗도리를 벗어던지고, 무대를 활보하는 매너로 유명하다.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를 연상시키는 이기 팝은 도어스의 짐 모리슨 영향을 받았고, 데이빗 보위에게 영향을 준 인물. 그러나, 빌보드 #1 히트곡은 없었다. 그러다 1996년 대니 보일 감독의 영국 영화 '트레인스파팅(Trainspotting)' 삽입곡으로 'Lust for Life'가 사용되며 부활했다. 그리고, 2010년에 와서야 스투지스는 록큰롤 명예의 전당에 추대됐다. 



이기 팝 다큐멘터리

삶을 이야기하는 전설의 뮤지션 '김미 데인저(Gimme Danger)'


힙합뮤직이 활보하는 21세기엔 '잊혀진 대부'. 올해로 69세가 되는 이기 팝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먼저, '천국보다 낯설은'의 뉴욕 감독 짐 자무쉬가 이기 팝과 스투지스 밴드의 다큐멘터리 '김미 데인저(Gimme Danger)'를 만들었고, 신작 '패터슨(Patterson)'과 함께 올 5월 칸 국제영화제에 초대됐다. 이기 팝이 콘서트가 아닌 시네마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셈이다. 그리고, 10월 뉴욕영화제에 나란히 다시 초대됐다. 콘서트의 광란과는 달리 칸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고 기자회견에 응하는 '신사적이며 부드러운' 이기 팝의 이면을 보여주었다. 


1970년 롤링스톤스의 다큐멘터리 '김미 셸터(Gimme Shelter)'를 패러디한 제목의 다큐 '김미 셸터'는 자무쉬와 이기 팝의 인터뷰로 이끌어가며, 모처럼 이기 팝의 삶과 음악세계를 열어준다. 아직도 구르고 있는 전설의 록밴드 '롤링 스톤스' 믹 재거가 종종 저작권을 훔쳐 독점하고 있는 반면, 이기 팝은 노래의 저작권을 모든 멤버들과 나누어 갖고 있다는 점도 착해보인다. 다큐 제목의 셸터와 데인저가 아리러니하다. 



Gimme_Danger.png *Gimme Danger(2016) 예고편


이기 팝은 짐 자무쉬의 영화 '커피와 담배' '데드 맨'에 배우로 출연한 인연이 있다. '김미 셸터'에서 짐 자무쉬 감독은 이기 팝을 인터뷰한다기보다는 심문한다고 말한다. 이기 팝이 개목걸이를 하고, 무대에서 청중 속으로 몸을 던지는 퍼포먼스로 당시 콘서트 문화를 새로 창조한 패셔니스타이자 아방가드르 뮤지션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다큐멘터리다. 제작에 8년이 걸린 영화는 자무쉬가 청년기에 열광했던 밴드 스투지스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칸영화제 기자회견


벌거벗은 이기 팝

Iggy Pop Life Class by Jeremy Deller

NOV. 4, 2016–MAR. 26, 2017@Brooklyn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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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gy Pop Life Class by Jeremy Deller. February 21, 2016. (Photo: Elena Olivo, © Brooklyn Museum)



한편, 브루클린뮤지엄에선 69세의 이기 팝을 누드 모델로 세운 드로잉 프로젝트 'Iggy Pop Life Class'를 전시하고 있다. 터너상 수상 작가 제레미 델러(Jeremy Deller)는 올 2월 21일 뉴욕아트아카데미에서 다양한 배경과 연령(19-80)의 아티스트들 21명을 초대해 누드 드로잉 수업을 열었다. 뱃살 한점 없는 왕년의 펑크록 스타가 벌거벗은 것이다.


페미니스트 작가 주디 시카고의 '디너 파티(Dinner Party)'가 소장된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이기 팝 누드 모델 드로잉전은 의미있다. 이 프로젝트는 브루클린뮤지엄이 엘리자베스 A. 새클러 페미니스트 아트 센터 10주년을 맞아 '예스의 해: 페미니즘을 재상상하기(A Year of Yes: Reimagining Feminism)'의 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미술사에서 대상이었던 여성의 육체 대신, 남성, 그리고 젊은 육체가 아니라 노년의 몸, 게다가 전문 모델이 아니라 다른 예술에서 초빙된 뮤지션이며, 아티스트와 모델의 1 대 1이 아니라 21 대 2이라는 설정이 전복적이며 다이나믹하다. 여기에 제레미 델러가 에드워드 머이브리지의 사진과 에곤 쉴러의 누드 드로잉 등 브루클린뮤지엄 소장 누드 작품을 선별해서 나란히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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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팝 누드 클래스 지도교수는 마이클 그리말디(Michael Grimaldi), 그리고 참가 아티스트 21인 중에는 한인 작가도 보인다. (Jeremy Day, Jeanette Farrow, Margaret Fisher, Seiji Gailey, Robert Hagan, Tobias Hall, Deirdra Hazeley, Patricia Hill, Okim Woo Kim, Maureen McAllister, Kallyiah Merilus, Guno Park, Kinley Pleteau, Angel Ramirez, Robert Reid, Mauricio Rodriguez, Danielle Rubin, Taylor Schultek, Charlotte Segall, Andrew Shears, Levan Songulashvili).  전시는 내년 3월 2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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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oklyn Museum

▶개관시간: 수-일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목요일은 오후 10시까지) 매월 첫째 토요일은 오후 5시-11시 무료(9월은 제외). *월•화요일 휴관 ▶기부금제 권장 입장료: $16(일반) $10(노인•학생), 무료(12세 미만). 200 Eastern Parkway, Prospect Park, 718-638-5000. http://www.brooklynmuseum.org▶가는 길: 지하철 2•3 브루클린 이스턴파크웨이/브루클린뮤지엄 하차. 



000.jpg *뉴욕 제 2 규모 브루클린뮤지엄 가이드

*NYCB Gallery <188> 마릴린 민트 회고전  

*NYCB Gallery <79> 이집트의 재탄생: 영원을 위한 미술@브루클린뮤지엄

*This Place: 사진작가 12인(이정진 외) 이스라엘, 웨스트뱅크로 가다

*'흑인 피카소' 장 미셸 바스퀴아의 노트북을 펼치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사울(Saul)@브루클린뮤지엄

*하이힐 특별전 'Killer Heels'@브루클린뮤지엄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주디 시카고 초기작 Judy Chicago in LA@브루클린뮤지엄

*반체제 작가 아이 웨이웨이: According to What? 브루클린뮤지엄(4/18-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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