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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이며, 경이적인 스펙터클...우주 영화의 마침표

'그래비티'(GRAV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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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vity, Warner Brothers Pictures


“여기서 벗어나자!(Let’s get out of here!)”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대사 중 하나다. 장르별로 액션은 주인공이 재난과 위기에서 극복하는 스토리, 로맨스는 남녀가 결합하는 해피 엔딩이다.  결국 평화와 안정을 상징하는 홈(HOME)으로 돌아오거나, 홈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타자가 홈(HOME)으로 돌아와야 득점을 하는 야구 경기와도 닮았다.

 
산드라 불록과 조지 클루니가 출연하는 ‘그래비티(Gravity)’는 선입견과는 달리 러브 스토리가 아니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갔던 과학자들이 그곳을 벗어나 지구라는 HOME으로 귀환해야 하는 생존 투쟁을 그린 3D SF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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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vity, Warner Brothers Pictures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on) 감독이 메거폰을 잡은 이 영화는 그러나 단순한 SF영화가 아니다. 이제까지의 우주 비행사 소재 영화를 모두 시시하게 만들어버리는 철학적이며 경이적이며 스펙터클한 작품이다. 앞으로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가 '그래비티'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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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그래비티’는 영화사에서 일종의 기적과도 같은 영화라는 생각까지 든다. 영화는 아직 죽지 않았다. 영화의 신세계를 열어주는 걸작이라고나 할까. 
관객은 1시간 30분 동안 산드라 불록과 함께 우주 체험을 하게 된다. 20달러로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우주 여행이다.
 
단, 한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1968)’만은 예외다. ‘그래비티’는 어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속편처럼 느껴진다.
 
 

‘그래비티’가 매혹적인 걸작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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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선 메타포: 어머니와 탯줄의 메타포=할리우드에서 우주는 ‘스타 워즈’ ‘에일리언’처럼 외계인이라는 적과 싸우는 액션 어드벤쳐의 무대였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우주는 적이 있는 공간이 아니다. 자연과 과학이다. 또한, 고요한 우주라는 공간은 과학기술 문명의 첨단에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인류의 기원과 삶과 죽음, 그리고 홈(HOME)을 곰곰히 씹어보게 해주는 스페이스다. 
 
 
우주 행성의 충돌로 미아가 되어버린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불록)은 비행선과 줄 하나에 엮어 사투를 한다. 이 줄은 마치 어머니의 탯줄과도 같다. 우주선은 태아가 돌아가야할 어머니의 자궁이다. 우주선에 들어간 스톤 박사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마치 어머니 자궁 내의 태아처럼 보인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스톤 박사는 마침내 우주선을 타고 모체의 양수를 연상시키는 바다로 추락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헤엄쳐 나와 해변의 흙을 움켜진 스톤 박사는 마침내 길고 긴 우주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후 스톤 박사는 양손과 두 발로 기다가 마침내 일어서 직립원인으로 걷는다.
인류의 진화를 상징하는 이 장면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진화 메타포와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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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지난해는 할리우드에서 수작들이 쏟아져 나오며, 영화의 르네상스를 방불케했다. 올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후보작들을 보자. ‘아메리칸 허슬’ ‘12년 노예’ ‘네브라스카’’그녀(Her)’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캡틴 필립스’ ‘월스트릿의 늑대들’ 등 대부분이 남성 주인공 영화들이다. 그중 ‘그래비티’의 산드라 불록이 거의 유일하게 수퍼 히로인이 됐다.
 
‘그래비티’에서 과거에 딸을 잃었던 슬픈 지구로 귀환한 라이언 스톤 박사는 마치 태초의 인간처럼 출산을 할 수 있는 어머니의 메타포인 것이다. 대자연의 어머니, 삶의 기원, 지구의 모태의 메타포다.
 
 
▶ 중력의 가치, 삶의 본질: 스톤 박사에겐 가족이 없다. 네살박이 딸이 사고로 죽었고, 첫 우주 비행에서, 무중력의 공간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무중력의 실존에서 결국 스톤 박사는 삶의 의지를 회복하고, 지구로 돌아온다.

자신이 발을 붙여야할 땅이자, 집으로… 중력은 삶의 의미일 것이다. 우주에서 무중력에 부유하는 삶은 목적없이 살아가는 실존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그래서 ‘그래비티’는 단순한 우주 재난영화가 아니라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무거운 중력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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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적인, 영화: ’그래비티’는 대사가 절제된 거의 무성영화 같은 작품이다. 스톤 박사는 우주에서 가장 좋은 것이 ‘침묵(Silence)’이라고 말한다. 롱 테이크로 잡은 우주의 경이적인 아름다움을 제조한 특수효과팀과 카메라맨 엠마누엘 루베즈키(Emmanuel Lubezki), 그리고 그 위로 흐르는 스티븐 프라이스(Steven Price)의 음악이 현란한 우주체험으로 만든다.

'아메리칸 허슬' '월스트릿의 늑대들' 등 말 많은 캐릭터들의 홍수 속에서 ‘그래비티’는 고요한 중량감과 영화의 본질적인 미학을 다시 일깨워준다.   
 
▶ 멕시코 알폰소 쿠아론 일가: 할리우드는 재능있는 외국인 감독들을 초청해 소비해왔다. 오우삼(존 우), 장 이모우, 첸 카이게, 왕가위, 그리고 최근엔 박찬욱, 김지운 감독들에게 할리우드 방식의 상업영화를 맡겼지만, 기대하는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같은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만든 후 ‘그래비티’로 할리우드의 게임에 영합하는 대신, 작가주의 정신으로 뭉친 지존의 SF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광이었던 쿠아론은 아들 조나스와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
 
‘그래비티’는 골든글로브상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올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 감독, 여우주연, 편집, 오리지널 작곡, 제작디자인, 음향 편집, 사운드 믹싱, 시각효과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그래비티'가 과연 몇 개의 오스카를 품에 안을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3월 2일 LA에서 열리며, ABC-TV가 중계한다.


0000gravity220x220.jpg 뉴욕 상영 스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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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 쟈스민(Blue Jasmine)' 케이트 블랜쳇, 골든 글로브•오스카 수상할까?
*골든글로브상 Vs. 아카데미상

*2014 골든글로브상: 할리우드 외신클럽의 나누어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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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CKNAME 2021.09.05 00:52

    어제 그래비티 보고 이 글 찾아서 읽었어요. 정말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인생영화였네요.. 좋아요 누르고 가요